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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호

[54호] 내가 도시공학과에 온 이유 - 18 김지수

우리 과 동기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부분은 도시공학과의 존재를 입시 준비를 할 때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수시 논술고사 또는 정시 입학원서를 쓰던 작년 9월이나 올해 1월에 알았다는 것이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도시공학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성적에 맞춰 오는 경우가 많았고 혹여 알고 왔다고 해도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과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도시공학과에서 무엇을 하는지, 이 과가 어떤 매력이 있는지 고등학생 때 직접 체험한 경험이 있다.

 

20143, 나는 휘문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첫날, 친구를 만들기 위하여 내 뒤에 앉은 친구를 보니 그 친구가 A4용지 위에 신기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신기한 친구들이 많아. 역시 휘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더욱 호기심이 생겨 그 친구에게 지금 그리는 것이 무엇이냐 묻자 그 친구는 이건 도시 설계도면이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전 처음 듣는 단어여서 그림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등고선, 축척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려져 있었고 그 친구는 자와 컴퍼스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설계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친구 이름은 김태형이며 도시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다. 태형이는 교통수단과 도시 설계에 관심이 많았고 내가 관심을 보이자 나에게 연세대학교가 도시공학과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며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홈페이지까지 보여줬다.

 

며칠 후, 태형이가 나에게 학교에서 열리는 소모임 탐구대회에 같이 나가보지 않겠냐고 했다. 소모임 탐구대회는 학교에서 주관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회였고, 탐구 활동 결과로 소논문을 제출해 평가를 받는 대회였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의 패기로 수상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은 채 대회의 취지에 매료돼 태형이에게 같이 하겠다고 말했고 주제는 우리들의 공통 관심사인 도시공학과와 관련된 대치 4동 재개발로 정했다. 논문을 쓰는 데 필요한 설문조사를 약 1000명 정도 진행하였고 교통축, 녹지축 등 다양한 축들을 이용하여 대치4동 재개발 설계도를 만들었다. 너무 추상적이면 부족할 것 같아 실제 모형을 만들기 위해 폼보드를 15층 정도를 쌓아 1.2m x 1.2m 사이즈의 모형을 제작하여 제출했다. 8개월 동안의 대회 기간이 끝난 후 우리는 많은 선배팀들을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였다.

 

고등학교 입학 전, 의대와 공대의 존재만 알고 있었지 더 세세한 학과인 화학생명공학이나 전기전자공학 등의 학과들은 아예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겐 공과대학의 도시공학과라는 과가 더욱 매력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도시공학적인 지식을 키울 수 있게 되었고 내가 만약 도시공학을 전공하게 된다면 어떤 분야로 전공하고 싶은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참 신기하고 지금 내가 생각해도 대견한 경험을 했다. 보통 고등학교 1학년은 진로고민은 하지도 못하고 입시준비를 하기 바쁜데 하물며 처음으로 접하게 된 과와 관련된 소논문을 작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홈페이지에 방문해 정보를 찾아볼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대상을 탄 이후로 나는 도시공학과에 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공학적인 내용을 토대로 하여 인문학적 지식을 쌓고 싶고 법률과 관련된 내용도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현역으로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재수를 결심한 배경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것도 한몫했다.

 

2018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나는 다른 과를 쓸 수 있었지만, 곧바로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택했다. 다른 과를 많이 알아보지 않은 것도 있지만 도시공학과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를 매료시킨 과는 없었고 지금도 없다. 연세대학교에서 나는 내 모든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고 내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고 싶다.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서 나는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실제로 적용해보며 도시공학도가 지녀야 할 자질을 갖추고 싶다. 아직 1학년 1학기에 들은 도시학 개론의 지식밖에 없지만 나는 길을 걸어 다니면서, 뉴스를 보면서 배운 내용을 많이 적용하려 애쓰고 있다. 내가 어떤 분야를 전공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최대한 모든 분야의 내용을 알고 싶다. 앞으로 배울 내용이 기대된다면 내가 이 학과에 온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앞으로의 전공수업이 기대되고 먼 미래의 도시공학자인 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