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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55호] 전동킥보드 타고 다니기 - 13 정민승 통학할 때 나에게 가장 큰 난관은 신촌역에서 내려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일이었다. 세상에나, 지하철에서 내린 건 30분이었는데 공 A에 도착하면 거의 55분에 가깝다니. 수업이 대우관에라도 있는 날에는 아주 고역이었다. 그거 아시는지? 몇 년 전에는 학교 정문에서 출발해서 대우관 옆을 지나 기숙사까지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는 도시 괴담이 있다. 그걸 놓치면 신촌역에서 정문까지 온 만큼을 또다시 열심히 등반해야 했다. 항상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가며 으레 동기들과 이곳에는 에스컬레이터를 하나 놓아야 한다고, 아니면 공항에서나 볼 법한 무빙워크를 하나 설치해야 한다고 분개했던 적이 있었다. 고생하는 학생들을 길옆에서 항상 지켜보고 계셨던 윤동주 시인님도 공감하실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등반하는 학.. 더보기
[55호] 10번째 사람 - 18 신정범 책을 쓰는 친구의 원고를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영화 월드워Z에서 나오는 이스라엘의 10번째 사람(10th man)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었다. 10번째 사람이란, 9명의 사람이 찬성하는 의견에도 반대표를 던져서 일어나기 희박한 상황마저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영화에서는 10번째 사람 덕분에 이스라엘에 좀비들을 막을 수 있는 벽을 건설한다. 원고를 읽고 감명받아서 10번째 사람과 비슷한 구조에 대해 더 찾아보았다. 가톨릭에서는 10번째 사람이 악마의 변호사(Advocatus Diaboli)라는 직책으로 나타난다. 악마의 변호사는 어떤 인물을 성인으로 추대하는 과정에서 그 인물이 성인이 되기 위해 행했던 기적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반대자의 임무를 수행한다. 심지어 마더 테레사의 시복조차.. 더보기
[55호] 도시공학은 선택의 이정표가 되어주곤 한다. - 15 서성주 드라마 ‘SKY 캐슬’ 보셨나요? 2018년 연말의 안방극장을 책임진 이 대세 드라마의 이름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학문 정진의 장, 아니 현실적으로 성공의 지름길이라 불리는 좋은 대학을 가고자 하는 여러 등장인물의 미친듯한 노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입시 코디라는 전문 인력을 활용하면서까지 서울의대를 추구하는 강예서(김혜윤 분)네 집안을 보고 있자니 많은 사람이 분노하면서도 씁쓸해합니다. 비록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까 봐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 드라마에서 인용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예서 집안의 내적 갈등입니다. 어느 날 사회적 평판이 매우 좋던 황우주(찬희 분)는 다른 친구를 살해했다는 누명에 쓰였습니다. 그는 물론 예서에게도 친절하게 잘 대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예서네.. 더보기
[55호] 도시화는 나쁜가? - 18 이규호 인터넷을 둘러보던 중 우연히 한 작품이 눈에 띄었다. ‘아라무라 타이시’라는 일본인 디자이너의 작품인 이 그림은 시골의 차이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한다. 좌측에 있는 그림은 도시를 우측에 있는 그림은 시골을 표현한 그림으로 지역의 특성에 따른 차이를 두 그림으로 보여준다. 한 사전에는 시골을 ‘도시에서 떨어져 있는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고 인공적인 개발이 더 돼 자연을 접하기 쉬운 곳을 이른다.’라고 적혀있으며 도시를 “일정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두 정의에서 봐도 알 수 있듯 시골은 도시보다 낙후된 곳을 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등학생 시절까지 지방에서 보낸 나는 도시에 대하여 잘 모르고 지냈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매일 아침.. 더보기
[55호] 공정한 판단 속 착각 - 18 김지수 2016년 세계 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클라우스 슈밥의 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의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는 책을 내놓았다. 제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산업 혁명이 요구했던 단순한 암기를 통한 업무 능력이 아닌 창의성을 요구한다고 슈밥은 말한다. 반도체산업과 IT산업을 세계적으로 이끌고 있는 한국이 계속 주도권을 유지하고 그 기술들을 발전시키려면 창의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초등, 중등, 고등교육 12년의 결과로 우리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 결과를 증명하는 수단인 대입제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정시와 수시의 학생 선발 비율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수시전형 비율 확대’라는 목표를 내걸고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대폭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