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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호

[61호] 상하이에 가신다면 쑤저우는 어떠세요 - 21 정한이

  2025년 7월 말, 쑤저우(苏州)에 계신 아버지를 방문하러 상하이(上海)와 쑤저우에 다녀왔다. 중국에 오래 살았지만 쑤저우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그래서 더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쑤저우는 중국 장쑤성(江苏省) 남동쪽에 위치한 도시로, 북쪽으로는 양쯔강(扬子江)이 흐르는 장쑤성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소주 또는 쑤저우라고 불리며, 명나라 때 정치의 중심은 베이징(北京)이었지만 경제와 문화의 중심은 쑤저우였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크고 번화한 관광⸱공업 도시이다.

  오늘은 이러한 쑤저우를 소개하며 5일간의 쑤저우 여행기를 담아보려 한다.

 

DAY 1 – 상하이(홍차오 공항 – 와이탄 – 난징동루)

  김포공항으로 출국 후 홍차오(虹桥) 공항에 도착했다. 상하이에는 공항이 2개가 있는데, 푸동(浦东) 공항과 홍차오 공항이다. 푸동 공항은 국제선의 허브로 장거리 중심의 노선이 많고 상하이 시내까지 이동하려면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반대로 홍차오 공항은 국내선 중심의 노선이 대부분이고, 일부 단거리 국제선이 운행된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푸동 공항은 인천공항, 홍차오 공항은 김포공항 같은 역할이다. 공항에서 기차로 바로 환승도 가능하고, 상하이 시내까지도 3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으므로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홍차오 공항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상하이 와이탄의 모습

  첫 식사로는 하이디라오(海底捞)를 먹고, 동방의 월스트리트라고도 불리는 와이탄(外滩)으로 갔다. 황푸강(黄浦江) 너머로는 동방명주(东方明珠)를 필두로 한 마천루들이 은하수처럼 빛나며 압도적인 스카이라인을 그려냈고, 고개를 돌리면 시간을 거스른 듯 늘어선 유럽식 근대 건축물들이 장엄하게 펼쳐져있었다.

  조금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면 난징동루(南京东路)가 나온다. 난징동루는 와이탄에서 인민광장 역 앞 신세계 백화점까지 약 2km의 거리인데,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대한 상점들이 줄지어있어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다. 난징동루를 걷다 보면 계속해서 매미 소리가 들리는데, 이건 진짜 매미인지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 소문으로는 인파가 너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매미 소리를 틀어놓는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난징동루를 걷다보면 빨간 꼬마 기차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10위안(약 2,100원) 정도에 난징동루를 끝에서 끝까지 편하게 가로지를 수 있다. 나는 처음에는 이 기차의 존재를 모르고 2km를 열심히 걸었다가 다시 돌아올 때 이 기차를 탔다. 30분이 넘게 열심히 걸었던 거리를 15분 만에 앉아서 편하게 도착했을 때의 허탈함이란…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은 꼭 기차에 처음부터 탑승하시길 바란다.

난징동루를 편하게 가로지를 수 있는 꼬마 기차

 

DAY 2 – 쑤저우(신광천지 – 쑤저우중심 – 동방지문 – 진지호)

  둘째 날은 점심을 먹기 위해 쑤저우의 신광천지(新光天地)로 향했다. 신광천지는 중국의 백화점으로, 다양한 브랜드 및 식당이 입점해 있다. 우리는 대만 음식점인 딘타이펑(鼎泰丰)에서 식사했다. 딘타이펑은 한국에도 입점해있는 유명한 체인 음식점인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중국에서 먹는 것이 훨씬 맛있었다. 적재적소에 치고 올라오는 향신료의 맛이나 현지 재료들이 훨씬 조화가 좋다고 느꼈다. 또 한국에는 없는 메뉴들(특히 망고 사고 디저트)도 많아서 중국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쑤저우중심(苏州中心)으로 이동했다. 쑤저우중심은 쑤저우의 랜드마크인 동방지문(東方之門) 일대를 이야기한다. 쑤저우중심의 쇼핑센터는 정말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몰도 정말 크다고 생각했는데 쑤저우중심 쇼핑센터의 규모는 그 몇 배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쇼핑센터 4층에 아이스 스케이트장이 있고, 6층에는 실내 승마장이 있다. 웬만한 유명한 프랜차이즈와 브랜드들은 다 있어 이리저리 구경하고 쇼핑만 해도 시간이 금방 갈 것 같았다. 저녁으로는 쇼핑센터 안에 있는 ‘헌지우이치엔(很久以前)’이라는 양꼬치 집에 갔다. 상하이에서도 한국인들에게 맛집으로 유명한 프랜차이즈인데, 상하이 지점과 달리 쑤저우는 대기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방문한다면 부추 요리를 꼭 드시라.

쑤저우 중심 쇼핑센터. 사진에 보이는 규모보다 3배 정도가 더 크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동방지문을 구경했다. 동방지문은 쑤저우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높이 302m, 138층의 마천루이다. 쑤저우 전통 다리를 형상화한 아치 모양인데 9천억이라는 천문학적인 건축 비용에도 불구하고 모양새가 청바지와 비슷해 많은 놀림을 받는 건물이다. 매일 저녁 건물에 조명이 들어와 불이 켜지고 야경이 예뻐서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동방지문

   밤에는 진지호() 주변의 산책로를 산책했다. 중국은 나라가 큰 만큼 호수도 정말 바다 같은 크기이다. 한쪽 끝에서는 반대쪽 끝이 잘 보이지 않고, 산책로도 15km이다. 잠실의 석촌호수 산책로가 2.5km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길이이다. 산책로를 전부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걸으면서 산책로 주변 볼거리가 정말 다양하다고 느꼈다. 진지 호수 미술관과 대극장이 예쁘게 반짝이고, 중간에는 푸드트럭이 즐비해 있는 구간이 있고, 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큰 음식점들과 각종 포토스팟들이 마련되어있다. 반대편으로는 아까 봤던 동방지문이 어렴풋이 보였다. 모든 산책로를 다 돌아보지 못해 아쉬웠고, 다음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산책로를 따라 운행되는 관광버스를 타고 산책로를 다 돌아보고 싶다.

진지호 주변 산책로의 풍경

 

DAY 3 – 쑤저우(호구탑 – 산탕지에 – 핑장루)

호구탑의 모습

  3일차에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운암사(雲岩寺) 호구탑(虎丘塔)을 보러 갔다. 호구탑이 위치한 호구산(虎丘山)은 "쑤저우에 와서 호구를 보지 않으면 평생의 한이 된다"라는 소동파의 말로 대변될 만큼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운암사는 서기 327년 동진 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다. 당나라 시대에 '운암사'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호구산 전체가 사실상 이 사찰의 경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산과 사찰이 일체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 산문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정자와 전각들이 자연 지형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고, 사찰 자체의 건축미도 뛰어나지만, 주변의 기암괴석과 고목들이 어우러져 '산속의 사찰'이 아닌 '사찰 자체가 산인 것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호구탑은 이러한 운암사에 건축된 7층 석탑으로, 공식 명칭은 운암사탑이다. 지반 침하로 인해 북서쪽으로 약 3.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동양의 피사의 사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구산의 검지(劍池)는 전설을 지닌 신비로운 곳이다. 춘추시대 오나라 왕 합려(闔閭)의 묘소로 알려져 있으며, 전설에 따르면 합려가 죽었을 때 그가 아끼던 명검 3,000자루를 함께 묻었다고 전해진다. 후에 진시황과 손권이 이 보검들을 찾으려고 땅을 팠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검지로 올라가는 길목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마치 칼에 베인 듯 정교하게 갈라져 있는데, 이 바위가 바로 시검석(試劍石)이다. 합려는 전설적인 대장장이에게 명검을 만들게 했는데, 검이 완성되자 합려는 그 검의 위력을 시험해 보고자 하였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향해 검을 휘둘렀고, 바위는 종잇장처럼 매끄럽게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현재도 바위는 수직으로 쩍 갈라져 있어, 관광객들은 그 틈 사이를 들여다보며 전설의 흔적을 확인하곤 한다.

호구산 검지(왼쪽) 호구산 시검석(오른쪽) ⓒ오마이뉴스

  사실 호구산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나 전설들을 알지 못한 채 방문해서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친 풍경들이 많다. 후에 찾아보니 위에 기재한 전설들 말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미리 알았다면 더 풍성하고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산탕지에(山塘街)였다. 산탕지에는 수향마을로, 운하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해있다. 배를 타고 운하 위로 이동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때는 운영이 끝난 시간대였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쑤저우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송서계어(松鼠鳜鱼)를 먹었다. 송서계어는 쏘가리탕수육으로, 쏘가리를 통째로 튀긴 화려한 비주얼이 특징이다. 쫙 펼쳐진 모양새가 다람쥐를 닮았다고 해서 메뉴 이름에 다람쥐 쏘가리 튀김으로 표기되는 경우도 잦으니, 번역기를 돌렸다가 놀라는 일은 없길 바란다. 맛은 탕수육과 비슷하고, 향신료 맛이 강하지 않아 한국인이라면 무난히 맛있게 먹을만한 요리이다.

송서계어

  저녁을 먹은 후에는 쑤저우 박물관을 지나 핑장루(平江路)에 도착했다. 핑장루는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소이다. 핑장루는 기원전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쑤저우 고성의 핵심 거리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오나라의 왕이 쑤저우로 수도를 옮기며 수로와 도로가 이어지는 도시 구조를 만들었는데, 이러한 구조가 큰 변형 없이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옛 지도와 60% 이상 일치한다고 평가된다. 핑장루는 운하를 중심으로 하며, 골목의 좁은 길 양쪽으로 상점들이 1.6km 정도 쭉 늘어져 있다. 기념품, 장신구, 간식 등 다양한 상점들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길이 끝없이 길게 뻗어있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왕홍처럼 전통 의상을 입고 화장을 한 관광객들과 옛날 양식의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겹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시공학적 관점에서도, 여행자로서의 감성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핑장루의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는 독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방문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핑장루 거리의 풍경

 

DAY 4 – 쑤저우(양청호)

따자셰 찜(왼쪽) 양청호의 모습(오른쪽)

  넷째 날에는 저녁을 먹으러 양청호(阳澄湖)를 방문했다. 양청호는 따자셰(大闸蟹)라고 불리는 털게가 유명한데, 이 게는 다리 부분의 털이 황색을 띠고, 다른 지역의 게보다 알이 크고 단맛이 강해서 별미이다. 게 본연의 감칠맛이 좋으므로 강한 양념을 하지 않고 찜 요리로 주로 먹는다. 양청호 앞에 있는 식당에서 따자셰 찜을 먹었는데 무난히 맛있었다. 내 막입으로는 다른 게보다 특별히 맛있는 걸 느끼진 못했지만, 산란기인 가을(10월~11월)의 따자셰는 특히 맛있다고 하니 이때 방문한다면 조금 더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DAY 5 – 상하이(Lillian Bakery)

  마지막 날에는 공항으로 가기 전 ‘Lillian Bakery(莉莲蛋挞)’에 들렀다. 홍차오공항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 홍차오기차역 안에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릴리안 베이커리가 있다. 릴리안 베이커리는 1999년 상하이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현지인들에게는 "상하이에서 가장 맛있는 에그타르트"라는 슬로건으로 익숙한 국민 베이커리이다. 고퀄리티의 타르트를 개당 약 6.8위안(한화 약 1,3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으며, 상하이 전역에 50개 이상의 매장이 있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릴리안 베이커리의 에그타르는 살면서 먹어본 것들 중 정말 제일 맛있는 에그타르트였다. 주변에도 선물하고 집에서도 먹을 생각으로 한국에 40개를 사 왔는데, 정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워버렸다. 릴리안 베이커리는 상하이에만 있어서, 상하이에 방문한다면 정말 꼭꼭 먹어보길 바란다.

릴리안 베이커리의 에그타르트

 

  최근 상하이가 핫한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데, 쑤저우 역시 못지않은 매력과 명소들을 지닌 도시이다. 쑤저우는 상하이에서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로, 당일치기로 관광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러니… 상하이에 가신다면 쑤저우는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