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입학하면서 그토록 바라던 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전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미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시공학과가 정확히 어떤 분야를 담당하는 학과인지, 졸업 후 진로는 어떠한지 입학 전까지는 별로 알지 못했다. 그저 몇몇 주위사람들로부터 취업이나 전망이 어떻다고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전공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에게 도시공학과 첫 전공 수업인 도시학개론은 전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중요한 수업이었다. 많은 양의 내용 암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내가 도시에 대해 직접 생각해보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전공과 가까워질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이 좋았다. 전공과 관련된 책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도시가 무엇인지부터 앞으로의 도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까지 전공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신문이나 조별과제를 통해 내가 평소에 알던 도시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으며 도시공학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사는 물리적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시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결정하고 더 나아가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은 도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좋은 도시는 시민들의 행복을 가장 우선시하고, 자동차가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라고 배웠다. 여기에도 ‘사람의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인문학적인 질문이 존재한다. 학기 끝 무렵에 있었던 ‘도시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수업은 도시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윤리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공동체주의, 롤스의 정의론 등이 소개되었다. 이 수업에서는 도시공학이 인문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시민들이 어느 정도 공평하다고 납득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도시공학은 다른 많은 분야들과 연관되는 동시에 다양한 세부 분야를 가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도시공학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다는 점은 전공자에게 어려움이 될 수 있겠지만 큰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만큼 졸업 후 진로를 폭넓게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지만, 전공과 관련 있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이는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도시공학과가 전망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전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그 인구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전세계의 수많은 도시들이 모두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고 있고 이 문제들을 해결해 줄 사람이 바로 도시공학자라는 점에서 보면, 도시공학과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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