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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48호] 자전거의 세계에 입문함을 환영하오, 낯↗선↘이여! - 08 김상래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디지털화 되어간다. 우리의 주변은 물질로 이루어진 토대 위에 01로 이루어진 디지털의 내용물들로 가득 차있는 셈이다. 이른바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느리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버리곤 했던 과거의 것들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완전히 잊지는 못한 모양이다. 불편하고 어렵게 글씨를 써야하는 캘리그라피[각주:1]부터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세상을 걷는 도보여행까지 그 대상과 종류는 참 다양하다. 나름대로 필름카메라와 펜글씨 따위의 것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행동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모든 것들이 다 나름대로 멋지지만 특히 젊은 날의 혈기에 어울리는 녀석을 소개해 볼까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접점에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자전거 타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누군가에게 자전거 타기의 효용성을 설파하며 취미로 자전거를 타자고 종용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못된다. 케이던스[각주:2]를 올리기 위해 따로 헬스를 하거나 롤러를 타는 트레이닝을 마다하지 않는 나의 지인들이나, 힐클라이밍[각주:3]을 연습한답시고 남산을 수 없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에 비하면 나는 분명히 굉장히 서툰 자전거 초보자다. 하지만 나 같은(살집이 있고 거대한 부피와 대단한 질량이 겉보기로도 느껴지는 수준의)사람도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고, 4대강 길을 따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며 약을 팔아보고자 한다. , 자전거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고 용기를 내 당장 자전거를 주문할지도 모른다. 자전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 글을 읽고 난다면 누군가가 자전거에 대해 열띤 대화를 하고 있는 곳에서 저 친구들이 지금 바퀴가 두 개 달리고 힘들게 페달을 굴리면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가는 탈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구나!”하는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가만히 있으면 엄청난 관성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은 나란 사람이 어떻게 두 발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간단하게 자전거란 어떤 종류가 있으며 (혹시 구입하고자 한다면) 어떤 자전거를 사야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자전거의 종류

전문적인 분류 말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전거를 기준으로 나눈다면 아마도 유아용 자전거와 성인용 자전거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모두 성인이므로 성인용 자전거를 용도와 생김새(혹은 기능, 부품의 유무)에 따라 간략히 나누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로드바이크

흔히들 싸이클이라고 부르는 자전거이다. 주요한 특징이라면 우리가 손으로 잡고 조향[각주:4]을 하는 핸들이 보통의 1자 형태의 플랫-바가 아니라 둥글게 휘어져 내려가는 드롭-바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드롭-바의 경우 플랫-바에 비해 다양한 포지션으로 라이딩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주행 시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두게 하여 속도를 내는 일이 더욱 용이하다. 또한 타이어의 폭이 굉장히 좁아 속도를 내는데 유리하며 타이어의 압력이 상당히 고압이기 때문에 손으로 바람을 넣는 일이 굉장히 힘들다.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노면상태가 고르고 양호한 도로에서 온전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범용성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타이어 폭이 좁아 운전이 힘들다는 점도 초보자에게 권하기 힘든 요인이 된다. 제법 탈만한 입문용 로드바이크의 가격은 브랜드에 따라 다르나 대개 50만원 내외의 선에서 형성된다.

 

2. MTB

우리나라의 삼천리자전거에서 2002년을 전후로 해서 NEXT등의 다양한 브랜드로 샥(충격 흡수장치)을 장착한 다양한 형태의 유사산악자전거를 출시하면서 엄청난 유행을 했다. 덕분에 어지간한 집에는 21단 자전거가 한 대쯤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런 종류의 자전거들은 MTB 즉 산악자전거라고 부를 수 없는데, 철로 된 프레임을 쓰는데다 휠의 강성이 약해 산에서 타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폭증하고 있는 중-장년층 자전거 라이더들이 대개 100만원 전후의 입문 MTB를 타신다.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엄청나게 두꺼운 타이어 폭과 함께 보통 브레이크와 달리 오토바이 등에서 많이 쓰이는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디스크브레이크의 경우 흔한 림-브레이크[각주:5]에 비해 악천후에 강하고 정비가 용이하며 내구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초반 가속이 힘들어 속도를 내기 힘들고, 속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도로, 비포장 도로, 타일 등 다양한 지형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3. 하이브리드 자전거

혼종 자전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레임을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 자전거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운 편에 속하며(성인 남성이라면 별달리 힘을 들이지 않고 완전히 조립된 자전거 한 대를 한 손으로 운반할 수 있다) 타이어의 폭이 27mm 내외로 좁은 편에 속해 적당히 속도를 내기도 좋다. 그러나 핸들 바는 플랫-바를 주로 이용하여 쉽게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행용으로 개조하기도 좋게 다양한 부품을 부착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좋게 말하자면 다재다능한 자전거여서 여행용부터 출퇴근용, 운동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자면 이도저도 아닌 자전거여서 속도를 월등히 빨리 내기도 힘들고, 승차감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내구성이 특별히 좋지도 않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나처럼 우유부단한 사람이 선택하기 딱 좋은 자전거라고 할 수 있다. 입문급 자전거는 2~30만 원 선에서 형성되며 부품의 스펙에 따라 40~80만 원 선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4. 미니벨로

미니벨로라 함은 바퀴가 작은 자전거를 말한다. 바퀴가 작으면 프레임도 작고, 프레임이 작으면 자전거의 부피가 작아진다. 물론 주행성은 여타 보통 자전거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나 고속주행을 원하지 않는 근거리 통행용으로 여성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자전거이다. 국내에 싸게 유통되는 미니벨로는 대개 접이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접는 부분을 항상 유의하지 않으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제대로 된 것은 무엇이든지 비싸기 마련인데 이는 미니벨로도 예외가 아니어서 정말 제대로 된 미니벨로는 당연하다는 듯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는 그냥 집 앞 슈퍼 나가거나 한강 공원에서 잠시 바람을 쐴 때 타는 자전거이기 때문에 적당히 싼 자전거로 구입하면 된다.

 

5. 특수 자전거

특수자전거라는 항목으로 모두 묶기에는 너무 상이한 자전거들이지만 통상의 목적으로 구입한다면 이러한 자전거를 선택할 이유가 없으므로 알아두고, 혹 필요에 의해 구입하고자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5-1. 여행용 자전거

여행용 자전거는 정말 말 그대로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이다. 가볍고 단단하며 승차감이 좋다(고들 하는데 정작 본인은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프레임은 알루미늄 합금이나 카본이 아니라 크로몰리로 만들고, 방청처리를 꼭 한다. 설리 LHT가 대표적인 모델이며 중고 프레임 가격이 약 250만 원 정도. 강조하자면 국내에서만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굳이 살 필요는 없는 비싼 자전거다.

5-2. 고정기어 자전거

고정기어 자전거는 주로 Fixed Gear의 앞 글자를 따서 픽시라고도 한다. 평지로 주로 이루어진 유럽의 도심에서는 고정기어 자전거를 널리 이용한다. 변속기나 추가적인 기어, 체인링 없이 기어비가 일정하게 고정된 자전거 이므로 변속부품의 부피가 크게 줄어드는데다 브레이크 없이 페달질을 멈추면 자전거가 서는 형식이므로 가장 간단한 외양을 가진 자전거이다. 덕분에 예쁘게 자전거를 꾸미는 데 치중하기도 한다. 언덕이 많고 자전거 도로의 독립성이 강력하게 주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타고자 한다면 주의를 요한다.

5-3. 스트라이다

스트라이다는 도심에서의 이동성을 극대화한 초소형 자전거이다. 접으면 보통 성인 하체정도의 부피로 줄어들고, 체인 대신 벨트를 이용해 고장도 거의 나지 않는다. 다만 문제라면 70만원을 호가하는 가격과 여간해서는 구하기 힘든 작은 크기의 바퀴 정도다. 당연히 고속주행에 어울리지 않으며 핸들바의 폭도 좁기 때문에 조향에도 어려움이 있어 주행 시 주의를 요한다.


예를 들어 보자면, 집이 한강과 인접해 있고 자전거를 운동용 혹은 레저용으로만 즐길 예정이라면 중고로 풀리는 로드바이크를 노려보는 것이 현명하겠다. 자전거는 의외로 기기변경이 잦아서 몇몇 카페들의 중고장터를 눈여겨본다면 좋은 자전거를 좋은 가격에 쿨매[각주:6]하는 어르신들을 만나 잘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나처럼 여행도 가끔 가고 등하교시에도 이용하고 장보러 나갈 때도 이용할 생각이라면 무난한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몇 년 째 강세를 보이고 있는 AL◈◁N사의 SU♖◈AL의 경우, 20만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비해 기기의 스펙이 그다지 나쁘지 않고, 여행용으로 개조할 때 가장 중요한 짐받이를 장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범용성이 뛰어나다.

나는 학생이기 때문에 돈이 별로 없었고, 학생이기 때문에 한 대의 자전거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선택했다. 또한 자전거의 급간 차이는 존재해도 같은 종류 내에서 세부 부품의 차이로 인한 성능차이는 미미하다는 것이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정설이다. 굳이 무리해 고가의 자전거를 구매해야 할 이유도 없으며, 다른 이들과의 속도차이가 장비 탓이라는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엔진이다. 내 튼튼한 두 다리와 심장 말이다.

덧붙여, 헬멧과 같은 안전장비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전거 헬멧은 적당히 잘 깨지는 녀석으로 사는 것이 중요한데, 동네에서 만원 남짓 주고 사는 녀석들도 기본적인 기능은 할 수 있다.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추천하는 제품은 필XX스사의 헬멧이다. 한강에서 헬멧 없이 자전거를 타다가는 아주머니들께 혼날지도 모르므로 잊지 말자. 물론 자신의 안전을 위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조금 감이 올지 모르겠다. 무엇인가 새로운 물건을 구입한다는 것, 특히 그것이 내가 직접 몸을 이용해 사용할 물건이라면 심사숙고하여 구매하는 것이 당연지사. 여력이 된다면 인터넷으로 판매를 병행하는 큰 매장을 직접 방문해 사이즈, 피팅 등에 대한 조언을 듣고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자전거는 타는 자세에 따라 오히려 무릎이나 관절에 무리가 가고 다칠 위험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굳이 덧붙여서 말하자면, 도시공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둘러보고 여행해 보기를 추천한다. 도시라는 것의 거대한 스케일에만 익숙해져서는 그 도시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의 시각은 생각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늘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던 길을 익숙지 않은 자전거로, 보행으로 움직이며 느끼는 도시스케일의 생경함과 자동차나 기차가 아니면 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부산과 같은 먼 곳을 하루하루 페달을 밟아 도착했을 때의 그 뿌듯함과 같은 감정을 한 번쯤 느껴본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게다가 부산으로 향하는 그 길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길이 아닌가. 도시공학도라면 한 번 쯤 두 눈으로 그곳을 보고 두 발로 그곳을 밟고 사람을 만나 그곳을 느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혹시 이어질지도 모르는 다음 글을 기다려 주시거나,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주시면 좋겠다. 자랑 하나 하자면 이미 나는 지난여름 서울에서 부산을 잇는 국토종주와 4대강 종주를 마치고 두 개의 메달을 수령한 상태다. 어떤가? 한 번 시도해 볼만 하지 않은가?



  1. 개성 있는 펜글씨를 쓰는 행위. [본문으로]
  2. 분당 페달의 회전수를 일컬음. [본문으로]
  3. 언덕을 오르는 자전거 코스를 타는 일, 혹은 그 시합. [본문으로]
  4. 방향을 조정하는 일 [본문으로]
  5. V 브레이크나 켄틸레버 브레이크 등, 림을 직접 붙잡는 형식으로 마찰력을 주어 제동을 하는 브레이크 [본문으로]
  6. 쿨(cool)한 판매. 좋은 가격에 빠른 거래를 하는 일을 이름.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