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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48호] <도시人 인터뷰>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제선 교수님 - 12 김정훈, 13 김다은, 13 박재훈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이제선 교수님께서

2013년 2학기에 안식년에서 돌아오셨는데요.

특집으로 2013년 11월 15일에 이제선 교수님을 인터뷰하였습니다.

 

Q. 교수님 이번에(13-2학기) 1학년 강의를 맡으셨는데, 분위기가 어떤가요?

A. 1학년이 예전에 전공으로 뽑기 전에는 교수님들이 많이 당황들 하셨다. 3의 연장 고4쯤 되어서 강의에 대한 인지가 거의 없었고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이제는 1학년부터 전공을 받고 들어와서 그런지 집중도 면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무엇보다 13학번에서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RC를 하면서 이미 친한 것이 눈에 보인다는 것.

 

Q. 같은 신입생이어도 학부 소속 학생보다 전공을 받으면서 입학한 학생의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는 것인가요?

A. 아무래도 그렇다. 이전에는 건축도시공학부 소속이어서 세 전공에 대해 귀를 열고 수업에 임했다면 지금은 전공에 대한 집중도가 비교적 더 높아 보인다.

 

Q. 안식년을 겪으시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그리고 돌아오신 기분은 어떠하신지.

A. 안식년을 1년 동안 보내면서, 정말로 안식을 했다. 복잡한 사회 학교 생활에서 떨어져서 편안하게 자연과 더불어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무엇보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다. 예전에는 토요일 일요일 정도 되어야 가족과 저녁을 먹을 시간이 생겼는데, 매일매일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소중했다. 그리고 대학원생들하고 했었던 연구 결과물을 논문화 하여 정리하였다. 국제학술지 3, 국내학술지 4편 정도를 1년 동안 준비하여 발간할 수 있었다. 지금 다녀와서 느껴지는 점은 잠수를 타다 서서히 수면으로 머리가 올라오면서 점점 바빠지기 시작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노력한다. 일주일 중에 1/7인 하루 정도는 쉬든지 운동을 하든지 나 자신을 위해서 투자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Q. 그럼 특별한 취미도 있으신가요?

A. 운동은 당구 빼고 워낙 다 좋아한다. 쉴 때 주로 정적으로 쉬기보다 자전거를 타는 등 동적으로 쉬는 편이다.

 

Q. 처음에 건축학을 전공하셨는데, 특별히 도시학을 전공해야겠다고 학문적 시야가 옮겨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그 당시에 건축공학을 전공했는데, 건축공학을 전공하면 다수가 안전모를 쓰고 건축 현장을 감독하는 일을 했다. 학창시절을 보내다보니 자신의 성격이나 미래의 진로를 생각해보니 솔직히 40대 이후에 현장소장을 하면서 거친 건설현장에서 살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또 건축학(설계)도 생각해보았는데, 하면 할수록 너무나 작은 밀리 단위로 디테일하게 생각을 하다 보니 큰 단위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당시 석사과정의 지도교수님이셨던 교수님께서 도시학 관련 학점에서 D학점을 주셨다. 군대에 27개월 동안 있으면서 그 D학점을 잊지 못하다 그 교수님에게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대학원 과정이 도시 및 주택단지 연구실이어서 자연스레 도시설계 쪽으로 관심이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때 도시계획기사 자격증을 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LH92년도에 입사할 수 있었다. 만약 건축기사를 땄다면 건축직으로 들어갔을 텐데, 도시계획기사를 땄기 때문에 도시 일을 13년 간 하게 되었다.

 

Q. LH에서 13년 동안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LH3대 주신 가운데, 두 분을 모셨다. 학교 다닐 때는 술을 전혀 못했다. 대학원 다닐 때만 해도 소주 한 잔? 맥주 500cc 정도만 마셔도 연구실에서 자야했다. 그러나 입사를 하고 나서 주신을 모시다보니 소주 한 잔이 세 잔 네 잔이 되면서 소주 두 병까지 늘게 되었다. 그분들 밑에서 사회에서 사람을 만날 때 필요로 하는 술을 먹을 수 있는 능력이 배양되었다 생각한다. (웃음). 지금도 사실 술을 많이 먹으면 몸은 잘 못 견딘다. 와인을 집에서 먹으면 한 잔에도 취해서 잔다. 그런데 집사람은 한 병을 먹어도 멀쩡하더라. 와인 킬러다. (웃음).

 

Q. 미모의 사모님을 만나게 되신 얘기해주세요

A. 우리 집사람? 황후야 황후얼마나 못 살게 구는지 청소도 시키고 ㅠㅠ

집사람하고 나이차가 6살이 나는데, 집사람은 대학교 4학년이었고 나는 LH에서 일할 때 선을 봐서 만났다. 당시에 대학교 4학년인데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회사도 다니고 있는데, 내 나이 서른이 넘어서 고민할 게 없었다. 9월에 만나서 4월에 바로 결혼했다.

 

Q. 연애를 1년도 안 하셨네요?

A.연애는 하면 안 되지. 아직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철모르는 여학생을 사회에 있는 내가 빨리 결혼하자고 했다. 집사람은 항상 하는 말이, “나의 청춘을 돌리도”. 항상 아쉬워한다. (웃음).

 

Q. 교수님께서는 후회 안하세요?

A.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집사람에게 꼼짝 못하는 이유가 또 있는데, 내가 유학을 떠났을 때 IMF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 LH에 다니고 있어서 휴직을 하고 공부를 하러 갔어야 했다. 집사람에게 유학을 안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갔다 오라고 큰 결심을 해주었다. 유학을 떠나고 1년 반 동안 내가 벌어놓은 돈으로 생활을 했다. 유학생활을 4년 중에 3년은 미국에서 혼자 지냈고 1년은 가족과 함께 지냈는데, 아내가 돈을 벌면서 뒷바라지 해줬다. 안 그랬다면 지금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에 없었을 것이다.

 

Q. 교수님께서 지난번에 연세춘추에도 사설을 쓰셨는데요, 평소에 글을 자주 쓰시나요?

A. 글을 평소에 많이 쓴다. 최근에 도시설계학회 어반 리뷰에도 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기도 했다. 부탁이 들어오면 사양하지 않는 편이다.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 당시 걷기의 미학에 대해 생각하면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해 차별화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Q.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면서 최근에 가장 초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으신가요?

A. 요즘에는 건강 도시, 건강 커뮤니티 등을 생각한다. 도시 환경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신체활동을 일으키게 만들고, 그런 신체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건강을 유지시키는 그러한 건강한 커뮤니티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보행환경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보행환경이나 자전거 도로와 같은 분야는 도시설계 쪽에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교통 분야와의 충돌 때문에 크게 관여하지는 않았다. 요새는 차도를 빼놓은 인도와, 인도와 접해있는 건축물, 가로 공간 위에 있는 경관 등 이런 부분을 다루다보니 교통보다는 도시설계에서 종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헬스장이나 수영장이나 돈을 내고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는 것이 사회활동의 굴레가 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그에 준하는 신체활동인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생각하고 있다.

 

Q. 혹시 교수님만의 교육철학이 있으신가요?

A. 사회에 학생들을 내보내기 전에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분히 준비시키고 싶다. 또 하나는, 항상 졸업생들에게 하는 말인데 “2% 최선을 더하자”. 누구든지 100%를 할 수 있는데 102%를 하기는 참 어렵다. 사회에서는 그 2%를 더 잘하면 사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창의적인 것을 더 발휘할 수 있고 일하는 것이 더 즐거워지기 때문에 2%만 더 욕심을 내라고 말한다. 성적평가를 할 때도 그 2%를 드러내는 학생에게는 상당한 플러스 알파를 주는 편이다. 평범한 답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2%를 담은 답을 내는 학생을 드물다.

 

Q. 마지막으로 학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A. 항상 늘 얘기하지만, 도시공학을 전공할 경우에는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보다도 바깥세상에서 펼쳐져 있는 도시를 더 좋은 교육 재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를 항상 탐방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그런 시간들을 많이 가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