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고 첫 방학을 맞이하였을 때 부모님께서 나에게 배낭여행을 제안하셨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고등학교 친구 2명과 함께 서유렵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했다. 여행일자는 2013년 7월 17일부터 8월 2일, 총 15박 17일의 여행이었고 여행할 나라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였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여행계획을 아래와 같이 거창하게 세웠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할 때 이 여행계획은 참고용으로만 사용되었다. 나는 이번 여행기에서는 내 첫 여행지 런던만 적고자 한다.
드디어 여행 당일 첫 해외여행이라 그런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비행기를 탄 적이라곤 국내선 항공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기내식을 먹어 본적이 없어서 기내식의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하여튼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여행을 시작하였다. 거의 하루에 걸친 항공을 거친 후 드디어 첫 여행지 영국에 도착하였다. 영국에 도착하였을 때 시간은 저녁 9시였는데 놀란 점은 아직까지 해가 주위를 밝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런던 외곽에 있는 호텔로 지하철을 타고 간 후 체크인을 하고 잠에 들었다. 나의 영국에서의 첫 밤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 다음 날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는데 여행은 주로 오이스터 카드를 이용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다. 오이스터 카드는 영국의 교통카드 이름이다. 1회 이용 교통비는 한국에 비해 매우 비싸지만 하루에 8.4£이상 사용하게 되면 더 이상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영국의 지하철은 지구상에서 처음 개통된 것으로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지하철에 비해 지하철이 조그마하고 노선이 너무 많아 헷갈리고 버스와의 환승이 되지 않아 불편한 점은 있었다. 그러나 다른 노선으로 환승할 때 거리의 악사들이 각자의 악기들을 들고 공연을 하는 모습은 여행을 함에 있어 나에게 많은 활력을 주었다.
런던에서 가장먼저 도착한 목적지는 국회의사당이었다. 템즈강을 끼고 있는 국회의사당은 세계 최초 의회제 민주주의를 발달시킨 영국의 상징이어서 그런지 뭐가 나한데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황금색으로 이루어진 신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건축물은 그 옛날 대영제국의 찬란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국회의사당 옆에는 런던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런던아이가 있었다. 런던아이는 1999년 영국항공이 새천년을 기념하여 건축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순수 관람용 건축물로서, 밀레니엄휠라고도 불린다. 영국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런던의 템즈강변에 위치하며, 런던 시내의 모습을 다양한 방향에서 관람할 수 있다. 런던아이를 꼭 타보고 싶었으나 돈이 얼마 없어 다음번 여행 때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도보를 통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했는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1066년 이래 영국 왕 40여 명이 대관식을 치른 곳이다. 그만큼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의 왕이나 여왕의 무덤이 안치되어 있으며, 아직도 국가 주요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그날은 별다른 행사가 없고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건물 외관만 구경하고 말았지만 건물 외관만으로도 그 웅장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구경하고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위해 버킹엄 궁전으로 서둘러 이동하였다. 버킹엄 궁전은 영국왕실의 상주 궁전으로서 우리에게 유명한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곳이다. 근위병 교대식에 시간을 맞춰와서인가 버킹엄 궁전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근위병 교대식을 시작하였는데 딱딱 줄을 맞춰 행진하는 근위병들의 웅장함에서 한 때 세계를 지배했던 영국 왕실의 위엄을 대신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얼마 전에 갔던 우리나라 덕수궁에서 근위병 교대식이 떠올랐는데 우리나라에도 지금까지 왕실이 존재했더라면 저렇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왕실 근위병 교대식에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왕실이 존재했으면 저런 관광거리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었겠구나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처음 민주주의를 시작한 국가인데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 아니라 왕의 지배를 받는 왕국임을 생각하니 모순이 느껴졌다.
근위병 교대식을 구경하고 버킹엄 궁전 바로 옆에 있는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산책을 갔다. 영국의 공원은 우리나라 공원과는 다르게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그대로를 표현한 것 같았다. 또한 공원 안에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어 동물원에 온 느낌도 들었다. 공원 안에서 조그마한 휴식을 마치고 내셔널 갤러리가 있는 트라팔가 광장으로 이동하였다. 트라팔가 광장은 세계 4대 해전중 하나인 트라팔가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광장으로 트라팔가 해전을 승리로 이끈 넬슨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많은 미술품들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었는데 영국 음식이 정말 맛이 없다는 소문을 현실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돈으로 2만원이 넘는 치킨 스튜를 시켰는데 음식이 매우 짜고 맛이 없었다. 영국 현지 음식을 먹는다고 도전을 한 것이었는데 친구들과 같이 샌드위치를 시킬 껄 하고 후회를 하였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내셔널 갤러리까지의 여행을 마치고 시차적응이 덜 돼서인지 피곤하여 친구들과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로 협의가 돼서 오늘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다음 날 오늘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에 가기로 했다. 세계 각지의 문화재들이 많은 대영박물관의 입장료는 놀랍게도 무료이다. 다른 나라의 것을 훔쳐 와서 그런 것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입장료대신 개인의 판단에 기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서 오디오 가이드를 빌렸는데 한국어도 오디오 가이드 지원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이만큼이나 올라간 것인가 묘한 뿌듯함도 들었다.
박물관을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거대한 이집트의 파라오 상이었다. 이상은 람세스 2세의 흉상인데 그 규모가 정말 엄청났다. 박물관 안에서는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박물관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어 있었다. 이집트 관, 중동 관, 아시아 관, 그리스 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정말 자기나라 유물은 하나 없이 다른 나라의 문화재로만 박물관을 구성하고 이것을 자랑한다고 하니 한편으로 얄미웠다. 나는 제일 먼저 이집트 관을 구경하기로 하였다.
일단 이집트 관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제는 당연 로제타석이었다. 로제타석은 나폴레옹군에 의해 처음 발견이 되었는데 후에 영국군에 의해 압수되어 대영박물관에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다. 로제타석은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내린 칙령을 이집트 상형문자 그리스어 아럽어로 나타낸 비석이다. 로제타석의 주요 의의는 이집트 상형문자를 이 비석을 통해 해독이 됬다는 점이다. 이 중요한 로제타석을 직접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또한 이집트의 상징중 하나인 미라를 전시한 것도 보았다. 이런 수많은 유적들을 보고 느낀 점은 이집트 문명의 찬란함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약소국의 서러움이었다. 이런 찬란한 유적을 가진 이집트가 영국의 지배를 받아서 자기나라의 문화재들을 제대로 간수 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뺏겨 뺏긴 나라에서 이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나라도 직지심체요절과 같은 뜻 깊은 문화재들을 외세들에게 뺏겨있는 현실에서 지금 이집트 관에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이집트 관을 거쳐 그리스 관으로 향하였다. 그곳에서 서양 문명의 뿌리 그리스 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었는데 그곳에 있었던 문화재중 가장 나의 눈을 끌었던 문화재는 그리스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에 있던 조각들이었다. 파르테논 신전의 조각이 머나먼 대영박물관까지 오게 된 이유는 그리스 대사였던 영국인이 그리스 관리들에게 뇌물을 주어 이것들을 영국에 떼어왔다고 하다. 이런 그리스 유물들을 보면서 그 옛날 서양 문명의 모태인 그리스 문명의 찬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시간이 부족하여 이집트 관과 그리스 관밖에 관람하지 못했지만 대영박물관의 웅장함과 위엄을 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음 여행때 좀 더 많은 시간을 대영박물관에 들여 관람해 보고 싶다.
대영 박물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영국 프리미어 구단 아스날의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간 이유는 여행을 같이 간 친구 중 한 명이 아스날의 광팬인데 그 친구의 강력한 주장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다. 축구 종가 영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구단 중 하나인 아스날의 홈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우리나라 경기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일단 국가외에는 경기장의 소유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는 경기장은 말그대로 경기만 하는 곳일 뿐이지만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경기장인 동시에 아스날의 역사를 보관하는 박물관이기도 하였다. 이를 볼 때 우리나라도 경기장의 소유권을 팀에게도 보관해서 단순 경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팬과 함께 그리고 역사를 보관하는 박물관의 기능까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갔다 온 뒤 또 다른 영국의 상징물 타워 브릿지로 떠났다. 타워 브릿지 주위엔 런던 중심지와는 다르게 높은 고층빌딩들이 많았고 업무지구들이 많았다. 런던브릿지 주위를 걸으면서 수많은 맥주집들을 봤는데 사람들이 길거리로 맥주잔을 들고 나와 서서 맥주를 마시면서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깊었다. 뭔가 우리나라 사람들과 달리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건물들을 거쳐 타워브릿지에 도착했다. 타워 브릿지의 다리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옛날 산업 혁명 시절에는 연 6000번을 넘게 올라가던 다리가 지금은 그저 전시를 위해 연 200번 정도 올라간다고 한다.
이렇게 영국의 주요 건물들을 관람하고 느낀 점은 영국의 변천사가 건물에 담겨있음을 깨달았다. 타워 브릿지는 영국의 산업혁명 때 모습을 연상하고 버킹엄 궁전은 영국 왕실의 역사를 대변하고 런던아이는 현재 영국을 대변하듯이 보인다. 이처럼 나는 영국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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