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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48호]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 - 13 이재형

송구영신.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책상 위에 새 달력을 놓고 새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무언가를 다짐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롭게 변화하기도 한다. 2014년에도 무언가가 변해가고 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최저 임금은 드디어 5천원을 넘어섰다. 또한 대체 공휴일 제도도 올해 처음으로 시행되며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선불 교통카드도 출시되었다. 이처럼 수많은 제도가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고 국민들의 복지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변화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17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주소가 그것이다. 20117, 도로명 주소가 전국적으로 고시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되는 지금, 국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공공 기관마저 혼란을 겪고 있는 지금 실효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로명 주소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가? 도로명 주소의 문제점은 없는가? 그 전에 대한민국에서 주소가 어떻게 변해왔는가 살펴보자.

한반도에 주소라는 개념은 언제부터 도입되었을까? 문헌에 따르면 고려시대 말, 처음으로 토지를 구분하기 위한 제도인 자호가 처음 실시되었으며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조선시대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조선의 주소 표현방식은 집집마다 번호를 부여하고 집이 5채가 되면 하나의 통으로 묶는 오가작통법을 사용하였다. 이후에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오다가 1884(고종 21) 한국 최초의 행정 관서인 우정국을 설치하면서 과거의 교통·통신을 담당했던 역참제[각주:1]를 폐지하고 근대적인 주소 체계를 받아들였으며 1918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에 의해 지번 주소가 만들어졌지만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지번 주소를 사용하도록 주민등록법이 개정된 1968년이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지번 배열의 연속성을 잃어 건물을 찾기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이에 정부는 해외 사례를 시찰하는 등 새로운 주소 체계의 도입을 검토하였고 지번 주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바로 올해부터 전면 시행되는 도로명 주소 체계이다.

그렇다면 지번 주소 체계의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 지번 체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행정동[각주:2]과 법정동[각주:3]이 이원화되어 행정적인 능률이 저하되고 사용자들의 혼선을 초래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대부분의 국가가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번 주소 체계를 도입했던 일본도 도로명 주소를 일부 사용하고 있는 지금, 지번 주소 체계는 국제적인 기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나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길을 찾기 편리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했듯이 도시화로 인해 토지의 신규 등록 또는 합쳐지거나 분할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지번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하나의 지점을 표현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두 토지가 분할되었을 때 지번을 어떻게 설정해야하는가? 대체적으로 분할하고자 하는 땅의 지번이 1번이라면 분할 후의 하나의 땅을 정하여 1번으로 지정하고 나머지 지번은 1-1, 1-2 등의 부번을 이용하여 표기한다. 그렇다면 두 토지가 합병되었을 때 지번을 어떻게 설정해야하는가? 대체적으로 합병하기 전의 지번 중에서 순서가 제일 빠른 지번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법 하에서 토지의 합병과 분할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면 지번이 복잡해지게 되어 지번의 순차성이 사라지며 하나의 지번 위에 여러 개의 건물이 배치되어 건물의 위치를 찾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물류 배달의 시간이 늘어나고 화재나 범죄 등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지는 등 경제·사회적 손실이 발생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로명 주소 체계의 도입이라는 대책을 내세웠다. 도로명 주소는 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가 살펴보기에 앞서 현재 전면 실시되고 있는 도로명 주소 체계에 대해 안전행정부의 홍보 자료를 이용해 알아보자. 도로명 주소는 말 그대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이용하여 주소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도로명 주소를 이해하기 위해서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부여하는 과정을 파악해보자. 우선 도로의 시작 구간과 끝 구간을 정하여 도로의 구간을 설정한다. 그리고 각 건물에 기초 번호를 부여한다. 이 때 서, 북의 진행 방향에 따라 20m 간격으로 건물 번호를 부여하며 왼쪽 건물은 홀수, 오른쪽 건물에는 짝수 번호를 부여한다. 위의 규칙을 이해하면 건물 사이의 거리를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건물과 다음 건물 사이의 간격이 20m 차이가 나고 건물 번호는 2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도착점 건물 번호 - 현 위치 건물 번호) × 10m =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임을 유추할 수 있다. 그 다음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해당 시··구 도로명주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로명을 결정한다. 대체로 도로명은 지명이나 행정구역명, 자연물의 이름 등을 활용하거나 역사적 인물·사건 및 유적·문화재 명칭 또는 지방 연혁 등을 활용하여 지역의 특색에 알맞게 부여한다. 또한 도로를 크게 8차선 이상의 큰 도로인 대로, 2차선 이상 7차선 미만의 도로인 로, 로보다 좁은 도로인 길로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건물 번호를 부여하는 데 주된 출입구에 인접한 도로의 기초번호의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도로명 주소는 단순한 규칙을 이해하면 건물의 위치를 찾아내기 도시화로 인해 지번의 순차성이 결여된 지번 주소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구 자료에 의하면 경찰·소방 등 응급 기관의 현장 대응력(5분 이내 현장 도착율)7% 증가하며 연간 3.4 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되고 있는 지금, 위와 관련된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물류업체나 심지어 행정 기관마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듣게 된다. 실제로 도로명 주소 체계의 전면 시행에 대비하지 않은 민간 물류업체에서는 도로명 주소를 직접 지번 주소로 바꿔 배송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배송이 지연되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정부와 각 시·도는 도로명 주소 현장 확인, 비상 대책반과 안내 콜센터 등의 운영을 통하여 도로명 주소의 조기 정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부의 도로명 주소 홍보의 부족이나 제도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혼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제도인가?’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위의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도로명 주소가 자연스럽게 정착된 서양의 사례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산업화와 교통수단의 혁신으로 인해 주택이나 상점이 도로를 따라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로명 주소 체계가 정착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는 대부분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어 도로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지 않아 거미줄 형태의 복잡한 도로망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할 경우 수많은 도로명이 만들어지게 되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16만 개의 도로명 주소가 있으며 이 중에는 중복된 도로명이 많이 있어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게다가 명명할 도로명이 많아지게 되어 지역의 특색과 상관없는 이름이 붙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나마 도시의 경우는 농촌보다 나은 경우이다. 산업화나 도시화가 진행되지 않은 농촌의 경우에는 토지의 합병이나 분할이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번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며 도로명 주소 체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 내에서도 농촌에는 도로명 주소 체계 대신 우편번호나 지번 주소 체계를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농촌에도 일률적으로 도로명 주소 체계를 시행하는 것은 당위성이 부족하다. 또한 정비되지 않은 길이 많아 도로명 주소를 이용해 길을 찾기 쉽지 않은 점이나 농촌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아 새로운 주소 체계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농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로명 주소 체계를 일괄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대한민국 서울()의 하늘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깔끔하게 정비된 스페인의 모습과 거미줄처럼 복잡한 형태의 서울의 모습이 뚜렷하게 대비됨을 확인할 수 있다.


·어촌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사업 시행과 외국의 사례를 한국에 맞게 변형하여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명 주소가 실생활에 정착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외국에서 거주해 본 유학생 등의 국민 일부는 도로명 주소의 편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도로명 주소 체계를 완전히 폐기하고 지번 주소 체계로 돌아가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도로명 주소에 대한 시선은 전반적으로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주소 체계의 문제점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온 오랜 문제이며 우리나라에 지번 주소 체계를 도입했던 일본마저도 도로명 주소 체계를 일부 시행하고 있는 현재, 지번 주소 체계는 현재는 편한 주소 체계일지는 몰라도 대한민국 도시계획의 역사가 쌓여 나갈수록 계획도시가 늘어나면서 지번 주소 체계보다는 도로명 주소 체계가 더욱 편리해지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 참고 문헌 >

석사 논문 : 지번과 새주소의 효율적인 활용방안 /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지적 GIS 학과 이진하

석사 논문 : 우리나라 도로명 주소의 실용성 분석에 관한 연구 : 서울시를 중심으로 / 서울시립대학교 공간정보공학과 지적 및 GIS 전공 김현래

도로명 주소 안내 시스템 홈페이지 : www.juso.go.kr

도로명 주소 활용가이드 / 안전행정부



  1. 역참제 : 중앙과 지방 사이의 명령 전달, 관리의 사행(使行) 및 운수(運輸)를 뒷받침하기 위해 설치된 교통 ·통신 제도. [본문으로]
  2. 행정동 : 대한민국 행정구역으로 지자체가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주민수의 증가나 감소에 따라 행정편의를 위하여 설정한 행정구역. 산업화에 따른 도시의 확장, 인구 이동 등 지역 여건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행정 능률과 주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설치된 최일선 지방 행정 기관의 구역은 행정동이 된다. 행정동은 구 또는 시의 하부 행정구역이다. 하여 모든 행정동에는 동주민센터가 있다. 읍면동경계, 도로, 하천 중심선이나 능선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본문으로]
  3. 법정동 : 예로부터 전래되어 온 전통적인 지역 이름으로, 정부 기관의 모든 문서나 재산권 및 각종 권리 행사 등 법률 행위 때 이용되는 것이 법정 땅이름인데, 이 중 주소로 표시되는 최하 단위 행정구역 명칭이 법정동이나 법정리이다. 현행 법정동이나 법정리의 지번(地番) 체계는 1910년 실시한 토지 조사 사업에 바탕을 둔 것이다. 대다수의 토지주소에 사용되는 동명으로, 부동산/우편등 거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동명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