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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48호] 도시공학과 새내기, 도시에 대해 생각하다 - 13 이재형

Prologue

컵라면 하나를 앞에 놓고 밤을 새워 레포트를 쓰던 추억과 마주하면서 1년을 노트북 바탕화면에 자리 잡은 수많은 문서들을 차근차근 분류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정리하던 도중에 1학기에 했던 도시계획의 숙제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이것도 책 빌려서 열심히 베꼈지.......’라고 생각하면서 정리했지만 문득 의미 없이 수업을 들은 게 아닐까?’하는 의문도 같이 든다. 처음 배운 전공 수업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지난 1년 간 무엇을 배웠을까? 갑자기 많은 생각이 들면서 전공 진입 전에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질문 하나와 마주쳤다. ‘도시란 무엇일까?’ 수많은 분야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의 목적과 철학을 가지고 움직인다. 과연 도시공학도가 되기 위해 준비했던 1년 간, 나는 그들과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던 것일까?

 

모든 고민의 해결은 정의에서 출발한다.

처음 배우는 전공, 도시계획의 첫 수업. 교수님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도시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는 새내기들을 위해서 첫 수업의 소재로 도시의 역사에 관해 설명해주셨고 첫 번째 숙제는 도시의 정의를 묻는 문항으로 시작되었다. 그 당시 필자의 숙제에는 도시란 정치·경제·사회 활동의 중심지이며 수천·수만 명 이상의 인구가 집단 거주하여 가옥이 밀집되어 있고 교통로가 집중된 지역을 뜻한다.’라고 적혀있다. 물론 인터넷에서 도시를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사전적 정의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찾고자 하는 정답은 아니지만 인구, 활동, 공간이라는 도시를 정의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는 단어를 알 수 있었다.


도시는 공간이다. 

정의를 나타내는 수많은 수식어를 모두 지워보면 결론적으로 도시는 공간이다. 이것으로 도시공학의 목적을 도시공학이란 공간을 계획하며 만드는 것이다라고 어느 정도 정의내릴 수 있다. 수많은 수식어들은 결국에는 도시라는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또는 도시라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일 뿐이다.

 

도시라는 공간 위에는 사람이 산다.

·읍의 설치기준에 관한 법을 보면 인구 5만 명 이상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되어있듯이 인구는 도시라는 공간을 법적으로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어느 정도의 크기에 같이 살고 있는 수만의 인구, 이들 때문에 도시는 만들어졌으며, 존재하는 것이다. 도시공학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도시라는 공간 위에서 사람이 활동을 한다.

단순히 사람이 많이 산다고 그 지역을 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읍의 설치기준에 관한 시행령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해 지역의 상업·공업 기타 도시적 산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60% 이상일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이는 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공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도시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와 깊은 관련이 있으며 도시공학은 도시에 모인 사람들의 목적이 되는 활동, 특히 상업과 공업이 자유로운 환경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앉아서 하는 생각, 일어서서 더하는 생각.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현재, 박지성 선수의 국가대표 복귀 여부에 관한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물론 박지성 선수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홍명보 감독에게 더욱 필요했던 것은 월드컵을 세 번 연속 출전한 그의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에서 경험이나 경력은 책상 앞에서 배운 것으로는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에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 없기에 생각에 삶이 더해지면서 자신만의 생각이 형성되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생각은 똑같은 주제로도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 도시 이야기의 시작.

도시에 살았던 것만큼 그 도시에 관한 완벽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 남아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광주광역시에서 살아오면서 광주에 관해서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살기 좋다.’라는 느낌이다. 근처에 에버랜드, 롯데월드는 아니지만 놀이공원도 있었고 버스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시내도 있었다. 하지만 광주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없을 정도로 평범한 도시이다. 실제로 누군가 광주를 관광하러 온다면 필자는 추천하지 않겠다. 광주 주변의 도시만 해도 나비축제로 유명한 함평이나 대나무 숲 등으로 유명한 담양이 있지만 광주 자체는 자랑할 만한 장소나 먹거리가 주변에 비해서 없는 것 같아 항상 아쉬웠다.

 

여행, 또 다른 도시 이야기.

내가 살아온 공간만큼이나 다른 사람이 살아온 공간도 중요하기에 타인의 공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은 도시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던 내일로 여행 등이 기억에 남지만 오랜 도시계획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으로 향한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에펠탑, 빅벤, 콜로세움 등의 건축물과 세계 3대 박물관을 방문하여 많은 유물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해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항상 그림자도 따라다니듯이 내 눈에 아름다운 광경만이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멀리서 볼 때는 아름답기만 하던 도시는 수많은 규제를 통해 만들어진 도시였으며 가까이 다가가면 도시 사이사이에 과거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현재의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때의 여행은 신선하게 내 기억에 남아 단순히 서양의 모습만을 추구하던 도시의 모습을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 전쟁의 영향도 있겠지만 과거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서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진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야기 속의 가르침.

지난 한 해 동안 한강 주변을 걸어보거나 서울의 대학교들을 돌아다녀보는 등 틈틈이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그 당시에 전혀 느끼지는 못했지만 지난 여름방학, 내일로 여행을 통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수도권의 대중교통체계가 얼마나 소중한 지 느낄 수 있었다. 지방명소나 유명한 관광지마저 접근성이 부족해 장마가 계속되는 거리와 뜨거운 햇볕이 내리는 거리를 걸었던 고생과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에 비해 수많은 인구가 살고 있지만 가고 싶은 곳이라면 시간적, 공간적인 제약이 거의 없이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는 수도권의 대중교통체계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새긴다. 여름방학에 온 몸으로 대중교통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면 겨울방학에는 유럽에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많은 것들을 눈에 담아가면서 깊은 고민을 했다. 화려한 홍콩의 야경도 매력적이지만 은은한 파리의 야경을 보면서, 많은 도시들이 옛날의 모습을 남겨놓기 위해서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에 화려함과 은은함, 과거와 현재를 모두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없기에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어느 정도는 내려놓아야 한다는, 두 개의 가치 중에서 무언가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Epilogue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제 4의 물결을 예언하면서 첫 번째로 변화의 속도를 제시했다. 그의 예견처럼 세상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내고 만들어내면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기에 도시에 대한 생각도 멈추지 않고 개인의 경험이 쌓이고 시대의 흐름이 더해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해나갈 것이다.


 P.S

아직도 1학년 때 했던 레포트 가지고 있습니다! 14학번 후배 여러분!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