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토에서 돌아온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토론토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 세상이 되어버렸지만, 하루 빨리 토론토를 재방문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면서 내가 경험한 토론토의 일상과 모습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2019년 여름, 나는 캐나다의 토론토대학교로 1년간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어린 시절 여름방학동안 미국을 자주 오간 경험은 있었지만, 수개월 이상 대한민국 안에서도 서울이 아닌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너무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뿐만 아니라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까지 경비를 마련하느라 수많은 과외와 아르바이트들을 학업과 병행해야 했던 고달픈 생활에서 벗어나서 오랜만에 주어진 여유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교환학생을 떠나는 발걸음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캐나다인들의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씨는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많이 들었지만, 막상 혼자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두려움이 컸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미지의 세상에서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들었고, 영어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소한 의사소통을 포함하여 앞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모국어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공항에서 출발하여 숙소로 가는 동안 본인의 대학생활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의 긴장을 풀어준 우버 기사님, 짧은 기간이었지만 숙소에서 지내는 동안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날 챙겨주었던 에어버앤비 주인, 그리고 터키는 한국의 형제국가라면서 나에게 독립영화를 보여주면서 친근하게 다가와준 에어비앤비 손님 등 모두 친절하게 나를 환영해주었다. 토론토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모두 먼저 따뜻하게 다가와준 덕분에 토론토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나의 경계심은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토론토에 대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이민자나 나와 같은 유학생들이 정착해서 살기 정말 좋은 도시라는 것이었다.실제로 토론토에서 1년간 살면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 혹은 부모님께서 오래전에 캐나다로 이민을 왔거나 어렸을 때 캐나다로 유학을 와서 계속 생활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대체 어딜 가면 찐-캐나다인을 만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내가 평소에 만나면서 같이 생활하고 있는 모두가 진정한 캐나다인이라는 것을 결국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이제 모국은 캐나다가 되었지만, 출신 배경은 인도, 슬로베니아, 스페인, 터키, 슬로바키아, 중국 등 너무나도 다양했고 겉으로만 ‘다문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도시가 아니라 정말 서로의 문화와 민족성을 존중하면서 어울려 사는 도시라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영어가 제1국어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아이러니함도 있었고, 때로는 여기가 캐나다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이나 중국 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지역들도 볼 수 있었고 (심지어 코인 노래방까지 있었다), 또한 나중에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 많은 서양권 국가에서 아시아계 인종차별이 만연하는 동안에도 토론토에서는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들이 일상같이 개최되거나 사회학 관련 교과목수업에서는 어떻게 하면 서로 다른 문화를 더욱 효과적으로 포용하고 차별 없는 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토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또한, 학교 캠퍼스 뿐만 아니라 도시 내에서도 다양한 행사, 시위, 캠페인을 통해 다양한 민족이 서로 어울려 지내고자 하는 화합의 노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토론토에 대해 마음에 들었던 또 다른 점은 걷기가 너무 좋은 도시라는 것이었다. 물론, 토론토의 지하철이 잦은 공사로 인해 편리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악명이 높기도 하고, 교통비를 아끼려고 억지로 먼 거리도 웬만해서는 걸어다니려고 했던 나의 습관 때문에 형성된 인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과 비교했을 때에도 토론토는 걸어 다닐 만한 맛이 나는 도시임이 분명했다. 인구밀도가 워낙 낮은 점도 한 몫 했겠지만, 거리에 사람들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서 한산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거리를 나누는 각 블럭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시도 때도 없이 횡단보도를 건너야 했던 뉴욕과는 달리, 블럭 크기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걸어 다니기가 편했다. 그러다 보니 2-3km 정도 되는 거리는 모두 걸어다니게 되었고, 그만큼 토론토의 구석구석을 많이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토론토에 도착한 첫 1주일동안은 토론토를 여행하는 동안 목적지를 따로 지도 어플에 정해놓지 않고, 마음껏 발이 가는 대로 돌아다녔다. 발이 이끄는대로, 혹은 길이 이어진 방향대로 단순하게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토론토의 중심 시가지부터 워터 프론트까지 둘러볼 수 있었고, 도심의 성격이 물씬 나는 지역부터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지역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토론토의 풍경이 참 인상적이었다.
비록 코로나19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예상보다는 일찍 귀국하게 되어 많이 아쉽지만, 토론토에서 1년간 살면서 느꼈던 토론토의 인상, 문화, 정서, 냄새, 분위기 등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금까지 20개국이 넘는 나라들을 여행해봤는데, 다시 꼭 방문하고 싶은 도시 1위일 정도로 꼭 토론토에 다시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
토론토의 시내를 다시 걸을 수 있을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2021.05.23 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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