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광화문 광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정식 거리명은 '세종로'인 광화문 광장은 상징성을 가진 공간으로서 시대가 바뀔 때마다 변화를 피해 가지 못했다. 경복궁이 정궁으로 사용되던 조선시대에는 육조의 관리들이나 유생들로 가득 찬 거리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공간으로서 각종 수난을 겪은 공간이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2016년 촛불 시위가 일어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더 가까운 관점에서 보면 광화문 광장은 내게도 친근한 공간이다. 경복궁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곳에 살고 있기에 꽤 오랜 기간 광화문 광장의 변화를 직접 목격해왔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도로만 있던 공간에서, 긴 광장이 생기고 서울의 랜드마크가 된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들어선 공간이 되었다. 최근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광장을 넓히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변화되는 광화문 광장' 사업은 세종대로 사거리에 사람숲길을 조성하는 것부터 기존 광화문 광장을 서측 도로와 연결하여 하나의 큰 광장으로 만드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광장은 차도 한가운데 단절되어 있으며, 시민 편의시설이 부재하고 상징성이 부족한 공간이라 판단했기에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즉, 섬처럼 도로 사이에 외따로 존재하던 광화문 광장을 보행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새로 바뀌게 되는 광장은 시위 등으로 꽉 차 있기보다는 자유롭게 사람이 오가고 다양한 역사 전시와 문화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전 광화문 광장의 상징과도 같던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상은 물론이고 라운지와 분수, 잔디 마당, 광장숲, 사계정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렇게 새로워진 광화문 광장이 이전보다 더 나은 관광명소이자 서울 시민들의 쉼터가 된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사업으로 인해 문화재 발굴 작업도 이루어지고 있다. 우연히 본 육조거리에서 수많은 문화재가 발굴되고 있다는 소식에 흥미를 느껴 이 사업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로 마음먹기도 했다. 세종로가 조선시대의 핵심 거리였던 만큼 유물뿐 아니라 배수로와 같은 토목 및 건축 양식을 알 수 있는 유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도로로 덮여 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발굴이 이루어지지 못한 공간이라 광화문 광장 사업이 새로운 역사적 흔적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5월 말부터 유물 공개가 시작된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사업 이후에는 경복궁의 월대도 복원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하지만, 현재 이 사업의 진행 과정에서 겪는 문제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 '광화문 광장'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수없이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원인은 세종로가 오전/오후 첨두 시간마다 교통혼잡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출퇴근 길 혹은 등하굣길에 세종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불평이 폭주한 탓이다. 본격적으로 동측 도로만을 이용하기 시작하는 올해 3~4월에 광화문 광장을 지날 일이 많던 나도 직접 겪은 일이다. 공사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세종로는 교통혼잡으로 많은 고통을 겪던 지역이다. 그런 곳에 공사가 시작되자 이전보다 더욱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광화문 광장을 벗어날 수 있었고, 환승지와도 멀어져 불편을 호소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이전에는 11~12차로를 이용했으나, 공사 이후에는 7~9차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이 마무리되고도 한동안은 교통 문제가 심각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존재한다. 게다가 코로나 19로 인해 여가활동이 축소된 상황에서 새로운 광화문 광장의 취지가 제대로 전달될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광화문 광장 사업을 두고 각종 긍정과 비난의 여론이 다양하지만, 2021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만큼 좋은 시설이 들어섰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도심 한복판의 생기를 가져다줄 랜드마크로서의 광화문 광장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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