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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59호] 일본 수도권의 교외화와 도쿄의 GTX‘통근 5방면 작전’ - 20 도종현

    일본은 급행열차가 발달한 나라이다. 웬만한 광역철도 노선에서는 쾌속이나 급행등급으로 운행하는 급행열차가 있고, 평범한 급행보다 더 정차역이 적은 특급’, ‘특별쾌속’, ‘쾌속급행등의 열차가 운행하는 노선도 많다. 철도 동호인 사이에서도 도쿄의 케이큐(京急) 전철과 오사카권의 광역급행철도 신쾌속(新快速)’이 급행열차의 모범적인 사례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의 홍보영상에도 일본 도쿄의 츠쿠바 익스프레스가 유사 사례로 등장했다. 이렇게 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급행열차가 발달했다. 이 이유에는 철도 회사 간의 경쟁 등 여러 이유가 있으나, 일본 수도권의 경우, 급행열차 발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는 GTX와 같은 대규모 광역급행철도 확충 사업이 하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사업은 영국의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는 크로스레일’, 프랑스의 수도권을 대상으로 하는 ‘RER’이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높은 것과 정반대로 인지도가 매우 낮다. 오히려 일본 수도권 동북부만 혜택을 본 츠쿠바 익스프레스가 인지도가 더 높을 정도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인지도가 매우 낮은 도쿄판 GTX 사업 통근 5방면 작전의 배경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소개할 것이다.

    통근 5방면 작전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시작된다. 일본 대도시의 교외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진행되었으며 1930년대 말 도쿄 광역권 인구가 1200만 명에 달했을 정도로 정도가 심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커티스 르메이 장군의 도쿄 대공습 등 미군의 공습으로 인해서 일본 대도시는 대부분 폐허가 되었고, 그만큼 인구도 감소했다. 하지만 종전 이후, 미국의 지원과 한국전쟁 특수 덕분에 일본 경제가 복구되고 성장하면서,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권들이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 수도권 도시화 추세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변곡점으로 변화된다. 올림픽 이전에는 도쿄와 교외 지역이 같이 성장하는 도시화가 이루어졌으나, 올림픽 이후에 도쿄 23구의 인구 증가가 멈추고, 이와 반대로 교외 지역의 인구 증가는 계속되어서 교외화로 추세가 바뀌었다.

    일본 대도시권의 교외화는 도시공학과 수업 시간에 흔히 접할 수 있는 미국, 우리나라의 교외화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특징은 교외화의 배경이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중산층의 태동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 제1차 세계대전 전쟁 특수 등 여러 요인으로 경제가 성장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는 한국전쟁 특수, 미국의 지원 등으로 인해서 1980년대 거품경제 시대까지 경제가 다시 성장했다. 경제성장으로 등장한 중산층은 일본 대도시권 교외화의 주축이 되었다. 두 번째 특징은 교외화가 단독주택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특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종전 특수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진행된 미국 대도시의 교외화와 유사한 점이다. 세 번째 특징은 철도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외화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도로와 자가용 중심으로 교외화가 된 미국 대도시권과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교외화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도심 의존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광역교통망이 필수적이다. 미국 대도시의 경우, 1950년대부터 건설된 주간 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가 광역교통망 역할을 했다. 일본은 미국과 정반대로, 국철과 사철(민간 철도)이 광역교통망 역할을 했다. 특히나 사철 회사는 일본 대도시권의 교외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사철 회사는 교외와 도심을 잇는 자사노선의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외화를 촉진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교외 지역 역세권에 주거지역을 개발하거나, 도심의 상업지역을 개발하는 경우가 제일 흔했다. 역세권 개발을 진행하면, 자사 철도 노선의 수익성도 높아지고, 덤으로 부동산 개발 이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대도시권의 중심지역에서는 킨테츠 백화점, 한신 백화점 등 사철 회사 소유의 백화점을, 교외 지역에서는 도큐(東急) 전철주도로 개발한 덴엔쵸후, 타마전원도시 등 사철 회사가 개발한 주거지역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 말고도 정기권 시스템으로 교외 지역 주거에 대한 이점을 늘리기도 했고, 심지어 한큐(阪急) 전철과 같이 자사가 발행하는 월간지에서 더러운 도심과 깨끗한 교외를 대조해서, 일본 중산층에 교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고 이들의 이주를 유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국가가 개발한 신도시 역시 국철과 민간 철도 중심으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타마 뉴타운도 교통 대책으로 케이오(京王) 전철사가미하라선의 연장, ‘오다큐(小田急) 전철타마선의 건설이 이루어졌고 이외에도 오사카의 센보쿠 뉴타운, 센리 뉴타운 등의 신도시 교통 대책으로 사철의 신규 노선 부설이 이루어졌다.

    이렇게 일본 수도권은 경제성장으로 생긴 중산층이 주축이 되어서 단독주택 위주, 철도 중심으로 교외화가 진행되었다. 통상적으로, 교외화가 진행되면 교외 지역과 도심을 잇는 교통 수요가 증가하며, 증가한 수요로 인해서 기존 교통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그리고 기존 교통망을 대체하기 위한 신규 교통망의 증설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분당신도시, 영통지구 등 인근 개발로 포화 된 경부고속도로를 대체하기 위해 건설된 용인서울고속도로가 예시이다. 일본 수도권 역시 교외화가 진행되면서 교외 지역과 도심을 잇는 철도망의 수요가 증가했고, 이 때문에 혼잡 문제가 생겼다. 일본 국철의 수도권 5대 간선인 츄오 본선, 도호쿠 본선, 도카이도 본선, 소부 본선 그리고 조반선은 모두 혼잡도가 300%에 달했다. 2010년대에 혼잡도로 논란이 된 서울 지하철 9호선이 약 240%, 최근에 김부선문제로 논란이 된 김포 도시철도가 약 285%인 것과 비교하면 당시 도쿄권 광역철도의 혼잡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도쿄권의 인구증가 추이를 반영한 연구에서, 광역철도를 추가로 확충하지 않으면 장래 광역철도 혼잡도가 400%대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래의 인구증가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통근 5방면 작전은 이렇게 교외화로 인해 증가한 기존 철도 노선의 혼잡도를 해결하고, 장래 도쿄권의 인구증가에 대비해서 철도 용량을 미리 확충하고, 기존 간선철도를 도심과 새로운 신도심에 접속시키기 위해서 실시되었다. 통근 5방면 작전의 내용은 일본 수도권의 5대 간선철도인 도카이도 본선, 도호쿠 본선, 츄오 본선, 소부 본선 그리고 조반선의 용량 증대, 기존 노선의 혼잡을 해결하기 위한 신규 노선 추가이다. 먼저 조반선, 소부 본선, 도호쿠 본선은 복선 선로가 추가되었고 완행선과 급행(쾌속)선이 분리되었다. 소부선 급행선(소부쾌속선)의 도쿄 도심 구간은 도쿄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GTX와 같이 대심도 터널을 사용했고, 요코스카선 열차와 직통 운전을 시작했다. 츄오 본선은 복복선 구간이 연장되어서 완행열차 운행구간이 길어졌다. 도카이도 본선의 경우, 츠루미역 이북 구간의 경우, 완행선/급행선 분리가 이미 되어있어서 선로를 신설하지 않았다. 그 대신, 츠루미역 이북은 도카이도 본선의 지선인 요코스카선 열차를 도카이도 본선 대신 도카이도 화물선 경유로 바꾸고, 츠루미역 이남은 요코스카선 열차 전용 선로를 신설해서 요코스카선 열차를 도카이도 본선에서 분리했다. 이외에도, 도쿄 도심 내 지하철 노선의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해 도자이선, 치요다선 등 신규 지하철 노선이 건설되었다.

    통근 5방면 작전의 결과로, 도쿄 도심 내 광역철도의 열차 운행 횟수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첨두시간대 혼잡도가 1960년대 당시 300%에서 사업 시행 이후 약 200%로 감소했고, 2023년 현재까지 200%대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통근 5방면 작전이 일본 수도권의 인구증가 예측을 반영한 덕분에, 일본 수도권 광역철도의 혼잡도는 사업 시행 이후부터 지금까지 도시권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감소했다. 도쿄권의 철도 분담률도 더 높아져서 환경 오염도 줄어들었고, 통근 5방면 작전으로 만들어진 인프라는 JR 동일본의 민영화 성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사업 덕분에 일본 수도권 5대 간선철도에서 완행 선로와 급행 선로가 완전히 분리되었다. 완급 선로의 분리로 인해서 완행열차와 급행열차 사이의 추월/대피로 인한 간섭이 사라졌고, 급행열차의 운행 횟수도 대폭 증가했고, 라이너 등 새로운 등급도 추가되었다. 급행열차 인프라의 확대는 일본 수도권 통근 시간의 감축을 이끌었다.

    하지만 통근 5방면 작전은 일본 수도권의 출퇴근거리를 증가시켰고, 스프롤 현상을 촉진했다. 통근 5방면 작전 이전인 1965년과 이후인 1989년의 일본 수도권 출퇴근거리별 통근자 수를 비교해보면, 전체적으로 통근자 수 자체는 증가했으나, 0~10km의 단거리 통근자의 비율이 줄어들고, 20km 이상의 장거리 통근자의 비율이 증가했다. 통근 5방면 작전으로 광역철도의 표정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많은 지역이 도쿄 통근권이 되었고, 그 지역들이 곧 스프롤 현상의 대상이 된 것이었다. 통근 5방면 작전은 지방 소멸에도 영향을 끼쳤다. 통근 5방면 작전 예산은 고금리인 차관으로 조달했기 때문에, 일본 국철에 막대한 부채를 안겼고. 일본 국철은 이를 해소하고자 특정지방교통선을 지정하기 시작하는 등 지방 철도 노선 폐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결국, 1987년에 일본 국철은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JR 6개 회사로 분할 민영화가 되었다.

    통근 5방면 작전의 결과는 우리나라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사업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왜냐하면, GTX 사업도 통근 5방면 작전과 비슷하게 별도의 급행열차 전용 선로를 신설하는 광역급행철도 사업이고, GTX 사업의 결과로 예측되는 수도권의 출퇴근 시간 단축, 수도권의 개발 촉진 및 팽창, 서울 집중 및 지방 소멸의 가속화 등은 통근 5방면 작전 이후 일본 수도권에서 실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GTX의 표정속도는 통근 5방면 작전으로 추가된 급행열차의 표정속도가 최대 70km/h에 불과한 것과 달리, 90~100km/h에 이를 정도로 높아서 시간 단축 효과가 더욱 크다. 그래서 GTX의 효과는 통근 5방면 작전보다 더욱 클 것이기 때문에, GTX 추진 이후, 우리나라 수도권에는 통근 5방면 작전의 결과로 나타났던 현상들이 더 심화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통근 5방면 작전 사례는 GTX의 효과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로써,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GTX를 보완한다면, 출퇴근 시간 단축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하고 지방 소멸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 Nozawa, S. and Lintonbon, J.C. (2016) Suburban Taste: Hankyu Corporation and its Housing De
  • International Conference Series on Competition and Ownership in Land Passenger Transport – 2009 – Delft, The Netherlands – Thredbo 11
  • https://www.tokyu.co.jp/ayumi/chapter02/ 도큐 전철 100년사
  • Developments of Residential Suburbs and the Strategy of the Private Railway
  • Company before World War II: a Case of Osaka Denki Kido Railway Atsushi MATSUDA
  • Graduate Student, School of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Kobe University
  • 国鉄の通勤輸送力増強投資の事後評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