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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59호] 도시 공간 속 보행자 중심의 가로환경의 필요성과 배치: 신촌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중심으로 - 20 강민진

Ⅰ. 서론

1) ‘線’을 넘어선 공공‘공간’으로서 가로(street)

    가로(street)는 이동 공간으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Lynch, Kevin. 1960. The Image of the City. MIT Press.). 이는 가로의 물리적 환경이 어떻게 설계되는가에 따라 도시 공간을 향유하는 사용자들의 일상 경험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세기 초반 자동차가 폭넓게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근대 도시계획(Modernism)의 패러다임은 이동성을 강조한 자동차 중심의 가로환경을 만드는 데 그 방점을 두었다. 단일 용도의 조닝(zoning), 슈퍼 블록, ‘공간 속의 자유롭게 서 있는 건물들(freestanding buildings in space)’로 특징되어지는 이 설계 방식은 커뮤니티 해체, 교통 혼잡, 환경 파괴, 교외화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일으켰다. 이후 1960년대부터 차량 중심의 가로 운영에 대한 탈피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가로의 사회적, 문화적, 건강 기능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휴먼 스케일의 사람 중심 가로(human scale street) 설계를 지향하는 논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2) ‘보행자 중심 공간 유형으로서의 대중교통전용지구

    대중교통전용지구(Transit mall)는 승용차 포함 일반차량의 진입을 금지하고 노면전차, 경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의 이용과 보행자의 보행활동만 허용된 지구이다. 가로에서 보행자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차량은 가로환경에서 배제될 수 없으며, 도시 공간에서 차량과 보행자는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공존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보행자 중심의 가로유형 중 서울시의 실정에 잘 부합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된다.

 

2) 연구 목적

    신촌 연세로는 2014년 서울시 내 첫 번째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시행 이후 상권침체 및 통과교통의 통행량 증가 등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20231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적으로 해당 지구의 일시 해제를 결정하였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해제됨에 따라 연세로 및 신촌명물거리 일대에서는 승용차를 포함한 모든 차량의 통행이 24시간 재허용되었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장기적으로 신촌 일대의 가로환경은 자동차 중심의 도시공간으로 복귀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본 연구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개념과 도입목적,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신촌 연세로의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적용된 보행환경 개선사업 사례들을 조사 분석하고자 한다. 나아가 해당 사업 시행 전후를 비교하여 대상지에 나타난 물리적 변화와 보행 현황을 분석하여 보행자 중심 가로공간으로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정 효과 및 구체적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특정 도시공간 속에서 사람중심의 가로환경 기능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요소를 효과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자동차 중심의 도시공간의 문제점에 대응하고 더 나은 가로환경을 위해 도시설계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사업개요

    기존 신촌 연세로는 상시 10km/h 내외의 교통정체가 발생하며, 많은 보행량이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가로 곳곳에 분전함과 노점상이 설치되어 있는 등 보행 환경이 열악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신촌에 있던 중심 상권이 점차 홍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신촌 지역의 침체가 가속화되는 현상도 발생하였다.

    이에 서울시는 신촌 일대를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하고 다양한 가로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대중교통 중심의 보행 친화적 교통체계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본 사업은 20127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지역 주, 주변 상, 관계기관 등의 이해관계자 간 지속적인 소통 속에서 진행되었다. 20141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개통되어 20231월까지 운영되었고, 현재는 20239월까지 시범 해제된 상태이다. 운영구간은 신촌 로터~연세대 입구까지 약 550m 구간이며, 명물 거리(450m)는 보도 확폭 및 포장을 통해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였다. 버스 이외에 16인승 이상의 승합차와 긴급차량, 자전거는 상시통행이 가능하고 사전에 허가받은 조업 차량(10~11, 15~16) 및 택시(23~05)는 제한된 시간 내에 일시적인 통행이 허용되었다. 이때 노상 주정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추가로 주말에는 전면적인 보행자 전용 거리로 전환되어 모든 차량의 통행이 금지되었다.

 

2) 신촌 대중교통전용지구 시행 효과

필자는 앞서 언급하였던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시행목적에 입각하여 목적 달성 여부를 통해 시행 효과를 판단하고자 한다.

 

2.1 보행 환경 개선

:교통사고 감소

    20141~6월 연세로에서의 교통사고 건수는 19건으로, 전년 동기(19) 대비 34.5% 감소했다. 연세로 주변 이면도로와 주도로(신촌역-연세대 정문)에서 각각 22%, 54.5%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있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용으로 인한 무단횡단 사례가 증가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차량 통행속도 제한 및 교통량 감소로 인해 실제 교통사고는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2 도심 활성화 및 도시재생

: 신촌일대 상점 방문객 및 매출 증가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BC카드 가맹점 약 1,000여 개 점포를 분석한 결과 2014년에 전년 대비 매출 건수 10.6%, 매출액 4.2%, 총이용객 수 28.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시행된 이후 신촌 일대의 상권이 활성화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서울시는 주말형 보행 전용거리가 실시되는 토요일마다 노상에서 ‘열린 예술극장’과 ‘플리마켓’, ‘B-boy배틀’, ‘물총 축제’ 등 각종 문화행사 및 페스티벌을 주최하였다. 또한 원하는 시민들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버스킹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공간을 비워 놓았다. 위와 같이 차량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생성된 공공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함으로써 신촌의 문화적 기반이 형성되고 커뮤니티 생성력은 강화되었다. 또한 해당 지구의 주 사용층이 20대 젊은 인구라는 특성은 이곳에 시행된 사업들이 의도한 보행 흡인 요소가 자생적으로 재생산되는 구조를 만들어주었다

(단위: 백만원/천 명/천 건) <표1> 신촌지역 매출액, 이용객 수 및 매출건수

 

2.3 교통 수요 관리 및 대중교통 이용 현황

: 버스 이용객의 증가

  연세로 내에는 총 16개의 시내버스 노선과 249대의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연세로 일대에 설치된 정류장 4개소(스타 광장, 명물 거리, 문학의 거리, 신촌전철역)에서 집계된 버스 하차 건수를 조사한 결과 평일 평균 승객 수는 7,184명(2013년)‣8,876명(2014년)‣9,951명(2017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후 차츰 감소하다가 2019년과 2020년을 지나면서 승객 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해당 시기의 경기 변동 상황 및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존재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참고: 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4) - <그림1> 연세로 정류장 버스 하차 승객수(티머니)

 

Ⅲ. 결론

  자동차 중심의 선형적 가로환경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공공‘공간’적 특성을 강조하는 도시 설계 기조가 확산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하고 교통수요관리와 도심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시도를 기울이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신촌 연세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네 가지 목적에 적절히 충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주변 상권이 지속적으로 침체되면서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실효성에 이의가 제기되었고, 이를 받아들인 서울시는 해당 지구 운영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조치까지 취하게 되었다. 

    한편,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정에는 잠재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차량의 저속주행을 유도하는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차도 폭을 줄이는 등 지나치게 보행자 위주로 가로를 설계할 경우, 통행에 있어 큰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으며 여전히 승용차 수송 분담률이 높은 서울시에는 비용 부담이 큰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의 시간적 범위는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정 전후 시점으로 2013년과 2014년에 국한되어 있다. 이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이 장기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왔으며, 이후 파생될 수 있는 여러 부수적인 효과를 분별해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일시 해제 결정에 비중 있는 근거가 된 ‘상권침체’ 효과에 대해서는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조치 후 약 7개월이 흐른 현시점에서 해당 결정으로 인해 교통혼잡의 극단적인 증가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연세로를 가로지르는 통과교통을 허용하면서 통행 편의가 증진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당 가로에 차량 통행량이 늘었다는 점이 가로 일대에 있는 상권이 활성화로 직결될 수는 없다. 오히려 가로 속에서 보행자가 머무는 시간을 감소시켜 상점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줄어들 위험이 있다. 

    도시 설계에 있어 고정된, 유일한 정답은 존재할 수 없다. 해당 사례 역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지정 혹은 해제 양방향에 대한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또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최선의 대안에도 새로운 과제들은 계속 생성될 수 있다. 따라서 도시 설계에 있어 이분법적인 결정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해당 연세로의 특성이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하여야 하며, 지역 차원의 자생적 역량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여 균형적이고 지속적인 시각에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Ⅳ. 참고문헌

「국내문헌」

  • 고준호, 이창, 김태형, 심진섭. "서울형 대중교통전용지구 도입 연구, "서울연구원 정책과제연구보고서,(2012):1-139.
  • 김성은, 이제선.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 사업 전후의 가로환경 및 보행자 만족도 변화에 관한 연구," 한국도시설계학회지 도시설계 16, 2 (2015): 45-60.
  • 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시행령, 제14조 (2015).
  • 도로교통법, 제6조 (2014).
  •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3조 (2013).

 

「국외문헌」

  • Carmona, Matthew, Tim Heath, Taner Oc, and Steve Tiesdell. 2010. Public Places - Urban Spaces: The Dimensions of Urban Design. 2nd ed. Oxford: Routledge.
  • Joseph Rykwert, The Streets: The Use of Its History on Streets (MA: The MIT Press, 1968)

 

「웹사이트」

 

「표」

<1> 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4)

 

「그림」

<그림1> 서울특별시 보도자료 (2014) 참고 및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