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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59호] ‘둔촌주공 사태’에 관하여 - 19 전정우

Ⅰ. 개요

    서울 강동 둔촌주공아파트는 1980년 저층과 중층 아파트가 혼합 준공된 주거 단지로, 강동구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신축공사(이하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는 이러한 둔촌주공아파트 단지의 기존 5,930세대를 헐고 총 12,032세대와 함께 부대 복리시설을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 아파트 사업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2019 12월 철거 작업 완료 후 2020 2월 착공에 돌입했지만, 착공 이후 분양가를 둘러싼 논란으로 일반 분양이 연기되었고 늘어난 공사비에 대한 조합과 시공사 간의 분쟁으로 인하여 52% 진행된 공사가 2022 4월 중단되었다. 이후 서울시와 강동구가 개입하여 이들을 중재하고 조합 집행부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이 시공사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 2022 7월 조합과 시공사는 합의점을 도출하며 중단던 공사를 그해 10월 재개하게 된다. 현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아직 공사 중에 있으며 2025 1월 준공될 예정이다.

 

Ⅱ. 조합 측의 주장, 시공사 측의 주장, 서울시의 입장과 노력

    오랜 기간 첨예한 대립들로 점철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속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러하다. 가장 먼저 조합 측은 사업 대상지가 아파트 분양 시세가 높은 송파구에 인접하기 때문에 높은 분양가와 그에 따른 높은 분양 수익을 기대했지만, 현재 서울특별시 내 주택의 분양가를 심사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 HUG가 제시한 분양가가 이와 큰 차이를 보였다. 그 결과 조합은 HUG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고 일반 분양 일정을 늦추며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책정될 분양가로 추후 분양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기존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며 새로 부임한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공사비 증액 계약 유·무효를 두고 시공단과 대립하였다. 그 결과 시공단은 진행 중이던 공사를 중단하였고,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채 조합원들의 금융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게 되었다.

    다음으로, 시공단 측은 조합이 높은 분양가를 위해 의도적으로 일반 분양 시점을 늦춤에 따라 일반 분양비를 공사에 동원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자체 자금을 조달하여 외상으로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원자재 가격 상승, 설계 변경 등의 이유로 추가적인 공사비가 필요하게 되며 시공단의 금전적 부담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부임한 조합 집행부가 공사비 증액 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서자, 시공단 측은 유치권을 행사하며 조합 측에 큰 금전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한 공사 중단이라는 강수를 두기에 이르렀다.

    한 편, 집값 정상화가 시급했던 서울시는 정상적으로 완료될 시 12,032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분쟁 속에서 표류하는 상황을 꼭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조합과 시공단이 합의하지 못하며 공사 중단 상황이 장기화되자, 서울시는 공사비 증액 계약 유·무효에 관한 논의를 중단하고 공사비 증액분에 대한 재검증을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진행할 것을 제안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중재안을 양측에 전달하였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회의를 주재하며 각 주체의 의견과 요구사항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였다.

 

Ⅲ. 사태의 원인

    둔촌주공 사태가 발생한 이유로 가장 먼저 HUG가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책정되지 못한 것과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를 들 수 있다. HUG가 인근 시세를 고려하지 않고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를 책정하여 조합 입장에서 HUG가 제시한 분양가를 수용하기 힘들었고, 또한 분양가가 공시지가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도록 하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가 조합의 분양가 인상 기대를 키워 일반 분양 일정을 늦추게 만들었다. 더욱이 착공 이후 물가와 인건비가 상승하고 설계 변경이 이루어져 기존 계약 시점보다 공사비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공사비 증액분에 대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철저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부족하였고, 공사비 증액 계약의 절차상 적합성에 대해 조합 측이 논란을 제기하며 조합과 시공단 사이의 신뢰가 깨지게 된 것 역시 이번 사태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Ⅳ. 결론

    국내 역대 최대 규모 아파트 사업인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함께 착수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분양가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규제로 인하여 일반 분양을 통한 조합과 시공단 사이의 공사비 조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착공 이후 공사비가 불가피하게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조합과 시공단이 각자의 손해를 줄이고자 들인 많은 노력은 결국 사업이 장기 표류하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전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짧지 않은 공사 기간 중 기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경제·정치적 변수가 발생할 경우 재건축 사업 관련 주체들 간의 합의가 필수적인데, 만약 주체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분쟁이 심화한다면 모두가 큰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되는 소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주체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바라보며, 궁극적으로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취지를 정확하게 실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올바른 주택 정책을 펼치고, 재건축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삼자로서 객관성을 제공하며 관련 주체들을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 결국 둔촌주공 사태로 비화되어버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이처럼 여러 가지의 씁쓸한 교훈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