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을 맞아 7월 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경부선 축을 따라 이동하며 연선의 지역경제 및 지역이기주의 이슈에 대한 답사를 진행하였다. 7월 6일 오전 7시 10분, 답사팀 전원이 서울역에 모여 주변의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이번 답사의 첫 열차인 07:28 출발 KTX #011 열차에 발을 올렸다.
1. 대한민국 PIMFY의 대명사, 오송역 답사
약 1시간 30여분을 달려 오전 8시 14분, 오송역에 도착했다. 오송역은 우리나라 고속철도의 양대 산맥을 담당하는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의 분기역이자, 우리나라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의 대명사인 곳이다.
오송역은 본래 충북선의 한 간이역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경부고속철도 사업 추진 당시 충청북도가 노선에서 배제된 사실에 반발한 도민들은 범도민운동을 벌이며 오송역 고속철도 유치를 강력히 주장하였고, 이 과정에서 1991년에는 기존 경부선 철도의 부강터널과 신탄진~매포 구간 협곡을 폭파해버리겠다는 협박성 발언이 등장하기도 했다(임지선, 2023). 결국 정치적 압력에 의해 경부고속철도는 금남면 일대를 통과하려던 원안에서 노선을 틀어 오송역을 경유하는 노선으로 확정되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서울과 광주를 잇는 호남고속철도 신선 건설이 확정되면서, 어느 역에서 경부고속선과 분기해 광주로 향해야 할지에 대해 크게 천안아산역과 대전역의 2개 안이 거론되고 있었다. 먼저 천안아산역에서 분기할 경우, 주된 수요처인 수도권과 호남권을 직선에 가깝게 최단 거리로 이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대전역에서 분기할 경우, 수도권과 호남권 사이의 이동 거리는 다소 길어지지만 대전권과 호남권 간의 수요를 KTX로 유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주 지역의 일부 인사들은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청주) 유치위원회”를 설립하고, 호남고속선이 오송역에서 분기할 것을 주장했다. 오송역 분기안은 천안아산역과 대전역 분기안의 단점만 모은 것에 해당했지만, 관련 인사들은 호남고속철도 공청회 무효 주장, 청주시의회 및 충북도의회 집단 탈당 등 단체 행동에 나서며 거세게 반발하였다. 또한 당시 충북에서는 오송역 분기의 근거로 국토균형발전과 오송을 중심으로 한 경부축-강호축(강원-호남축)의 국토 X축 논리를 주장하며 오송역 분기안을 정당화하기도 했다.(임지선, 2023; 박상준, 2010)
결국 호남고속철도의 분기역은 오송역으로 정해졌다. 이로 인해 지금도 호남 주민은 서울에 오갈 때마다 천안아산 분기 대비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대전에서 광주를 KTX로 오가기 위해서는 환승을 해야 한다. 오송역의 위치로 인해 불편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세종시 주민과 세종의 정부 기관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오송역과 세종시청 간의 직선거리는 약 16km로, 연세대학교에서 롯데월드 정도의 거리이다. 그러나 세종에서 가장 가까운 고속철도 역이 오송역이기에, 서울에서 세종을 오가는 사람들은 오송역에서 내려 이 거리를 BRT로 이동해야만 한다.
우리는 이 경로를 직접 이동해 보기로 했다. 8시 45분에 오송역을 출발한 B1번 버스는, 버스 전용 차로로 23분을 달려 9시 08분에 정부세종청사북측 정류소에 도착했다. 세종과 수도권을 매일 오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고속 열차를 타기 위해 매번 이렇게 긴 여정을 오가야 하는 상황은 상당한 고역이다.
이렇게 지역 이기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송역에 방문하고, 이로 인해 야기되는 불편함을 직접 체험하였다. 잘못된 이기주의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송역 한편에 자랑스럽게 설치된 유치 기념비를 보며 허탈감을 느꼈다. 이러한 ‘흑역사’가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B1번 버스를 계속 타고 대전으로 향했다.


2. 대전의 상징 성심당, 그리고 성심당 대전역점의 임대료 이슈
대전에 도착한 후, 성심당 본점에서 빵을 구매하고 같은 건물의 테라스키친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성심당은 사람들이 대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빵집으로, 대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상징적인 가게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도 성심당 본점 옆 케익부띠끄에는 줄이 중앙로역 앞까지 150m 이상 이어졌고, 성심당 또한 30분 이상 대기 끝에 간신히 매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얼마 전 SNS를 통해 성심당 케익부띠끄의 유명 메뉴인 망고시루를 먹기 위해 줄 서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방문해 보니 이러한 아르바이트가 성행하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심당이 최근 다른 이유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바로 성심당 대전역점과 대전역 간의 임대료 갈등 문제이다. 2021년 감사원 감사에서 성심당 입찰 과정 중 담합행위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되어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성심당과의 계약이 고정 임대료를 받는 방식인 자산임대방식으로 지속됨에 따라 다른 중소업체와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어 수수료율 방식인 구내영업방식으로의 전환을 권고받았다. 구내영업방식에 대한 코레일유통의 내부 규정에 따르면 최소 17%의 수수료를 적용해야 하나 자산임대방식의 계약이 남은 성심당과의 법적 분쟁 등을 우려해 5%의 수수료만 적용하여 전환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2023년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다.(유경준 의원실, 2023)

현재 코레일 유통은 성심당 대전역점 자리에 대해 공개 입찰을 진행 중인 가운데 성심당 측에서는 기존 월 1억에서 4배 이상 올리는 것은 과도하다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성심당 대전역점이 위치한 곳은 코레일 대전역 2층으로, 1층 입구와 3층 맞이방 사이 접근성이 낮은 공간에 위치하고 있어 인지도가 매우 높은 점포가 입점하지 않는 이상 점포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코레일유통 측에서는 공개 입찰 시행을 수차례 재공고하고 있으나 유찰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이가영, 2024). 결국 코레일유통으로서도 성심당 급의 점포가 입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으로, 성심당은 물론 코레일유통 또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3. 중앙선-동해선 KTX 울산-부산 구간 정차역 유치 경쟁
성심당 답사 후, 2024년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는 중앙선-동해선 KTX의 울산~부산 구간 정차역 논란 문제 답사를 위해 울산으로 이동했다. 중앙선-동해선 KTX는 서울역 및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양평, 원주, 영주, 안동, 경주, 울산을 거쳐 부산 부전역까지 3시간대에 운행될 예정인 준고속열차 운행 계통으로, 개통 후 강원 남부와 경북 북부 교통 소외지역 및 기존 고속철도 역사까지 40분~1시간 이상 소요되는 울산 동부와 부산 동부의 고속철도 이용 편의가 대폭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개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울산 및 부산 지역에서는 산하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정차역 유치 경쟁이 일어났다(하인식, 2024). 현재 정차역 유치가 진행 중인 역은 도심에 위치하여 지나가는 모든 여객열차가 정차하는 부전역 및 태화강역 이외에도 북울산역, 남창역, 기장역, 신해운대역, 센텀역, 동래역 등이 있다
이번 답사에서는 이들 역 중 먼저 울산 북구의 북울산역을 방문했다. 북울산역은 2021년 말 동해선 개량 구간 개통에 따라 폐역된 호계역을 대신하여 만들어진 역이다. 호계역은 과거 울산 북부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던 역으로, 무궁화호만 상하행 각각 시간당 1대 정도 정차하던 역임에도 철도가 타 수단 대비 시간 경쟁력이 높아 2021년 1~4월 기준 일평균 1,042명이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가지와 매우 인접하여 지나가는 철도 특성상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 문제에 시달려 국가철도공단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며(유귀화, 2008), 전철화 및 준고속화된 개량 노선은 외곽의 무제산 쪽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이설 이후 소음 및 진동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접근성이 크게 떨어져 북울산역의 2022년 1~4월 일평균 이용객 수는 (구) 호계역의 2021년 기록보다 28%나 감소했으며(윤병집, 2022), (구) 호계역 인근의 상권도 무너져 호계전통시장의 매출은 이설 이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김지혜, 2023).


이런 상황에서, 울산 북구에서는 교통 편의 개선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동해선 광역전철의 북울산역 연장을 요구했다. 동해선 광역전철의 경우 주목적이 울산 시내 및 부산-울산 광역권 내 이동인 만큼 연장 운행 자체에 대한 큰 논란이 존재하지 않아 울산시와 코레일 간 운영비 분담 관련 합의가 이루어진 후 사업 추진이 확정되었다(허광무, 2022). 그러나 지역에서는 이를 넘어 중앙선-동해선 KTX의 북울산역 정차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는 광역전철 연장 요구 때와 비슷하게 교통 접근성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그 근거로 제시했으며, 이외에도 북구 외의 인접 지자체 또한 KTX 이용이 편리해진다는 점, 이미 무궁화호 정차 플랫폼이 있어 추가적인 시설 개량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등의 논리를 제시했다(장지현, 2024). 그러나 북울산역은 태화강역과 단 10km도 떨어져 있지 않아 인접 정차역과 과도하게 가까우며, 상술했듯 북울산역은 선로 이설에 따라 접근성이 낮아 태화강역 대비 이용이 힘들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실제 답사 결과 역 인근에는 어떠한 시설물(상가, 공공시설, 주거시설 등)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는 방향 상관없이 모든 노선을 합쳐 10~15분마다 1대 정도가 운행되었고 이를 이용해 인근 시가지에 진입하는 데에는 10분 이상 소요되었다.
다음으로 답사를 진행한 곳은 울산 울주군 온양읍의 남창역이다. 남창역은 울주군 남부 읍면 지역을 대표하는 철도역으로, 호계역과 비슷하게 동해선 개량 전에는 무궁화호만이 운행하다 현재는 태화강~부전 간 광역전철이 함께 운행되고 있다. 한편, 당초 코레일은 원래 남창역 광역전철 개통과 함께 무궁화호를 무정차 통과시키려 했으나 이에 반발한 지역 주민들이 광역전철 개통식 저지 및 개통 당일 선로 점거를 예고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여 결국 무궁화호가 남창역에 다시 정차하게 되었다(전우수, 2021; 차형석, 2022). 무궁화호는 운행 목적이 지역 간 급행열차인 만큼, 요구의 방법은 잘못되었더라도 인근 읍면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남창역에 정차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울주군 및 지역 주민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울산역과 비슷한 논리로 KTX 정차를 요구하고 있다(김세은, 2024).


물론 중앙선-동해선 KTX는 300km/h급 이상의 신선을 통해 운행되는 고속철도와 달리 기존선 개량을 통한 최대 250km/h급 준고속철도이므로 기존 고속철도 대비 많은 정차역을 통해 보다 많은 지역에 고속철도 인프라를 보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준고속철도 또한 그 본질은 높은 표정속도를 통해 신속한 지역 간 이동을 돕는 것이므로, 서울 및 부산 시내와 같이 최말단부가 아닌 이상 역간 거리 및 정차역 수가 일정 수준으로 관리되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선-동해선 KTX를 비롯한 준고속철도 또한 정치적 압력에 의해 무분별하게 정차역을 선정하기보다는 철저한 타당성 분석 하에 정차역 선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표적 사례, 흰여울문화마을
답사 2일차인 7월 7일에는 정오 즈음에 답사 일정을 시작하였다. 점심식사로 부산의 향토 음식인 밀면을 먹은 후, 2일 차의 첫 번째 답사 장소인 흰여울문화마을에 방문하였다. 우리는 영도구 절영로 상의 흰여울문화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린 다음, 흰여울길로 내려갈 수 있는 좁은 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우리는 골목길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남해바다 전망이 보이는 카페를 발견하여 잠시 머무르기로 하였다.

흰여울길은 예전에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림으로써 마치 흰 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 하여 흰여울길이라는 도로명이 생기게 되었다. 과거에는 흰여울길 주변 일대를 제2송도라 일컫기도 했는데, 바다 건너편 암남동의 송도를 제1송도라 하고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을 제2송도라 칭한 것이었다. 이후 2011년에 이 지역 주민들의 마을이름 짓기에서 흰여울길이라는 도로명에서 흰여울을 가져와 흰여울마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게 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흰여울길은 흰여울마을의 앞마당이자 버스가 다니기도 하는 절영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영도다리 쪽에서 태종대로 가는 유일한 길이었다. 절영로에서 흰여울길 사이에는 세로로 14개의 골목이 나있다. 전체로 보면 여러 갈래의 샛길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미로와 샛길이 많다는 것은 과거 많은 피란민들이 이곳에서 생활할 당시 그들이 지내는 삶의 공간이 그만큼 힘들고 험난했음을 말해준다.
과거 이 지역은 달동네 이미지가 있던 곳이었으나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등 수많은 작품의 촬영지로 점차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2011년 12월부터 지역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공가 및 폐가의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이후 지역 예술가의 창작의욕을 북돋우고, 영도 구민들로 하여금 생활 속 문화를 만나게 하는 독창적인 문화예술 마을로 거듭나기 시작했다(박준석, 2023).


흰여울문화마을은 기존의 낙후지를 관광지화하여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공간으로 완벽히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게 되었다. 반면, 골목길 곳곳에 수많은 카페들이 지나치게 무분별하게 많이 생겨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대부분은 한국전쟁 때 만들어진 무허가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무허가영업 및 건축법 위반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이상배 & 서유리, 2020).
한편, 우리는 잠시 카페에 짐을 두고 계단을 끝까지 걸어 내려가 절영해안산책로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절영해안산책로는 부산 전역에 조성된 갈맷길(총 길이 263km)의 3-3구간, 즉 영도지역 구간으로, 남항 외항을 끼고 태종대까지 해안길과 산길로 이어져있다. 흰여울길과 절영해안산책로 사이에는 모두 5개의 층층계단이 형성되어있기도 하다.
흰여울문화마을 답사를 마친 뒤, 중구 남포동에 위치한 부산BIFF거리와 국제시장을 방문하여 간단히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마지막 일정인 서울 복귀를 위한 열차 탑승을 하러 부산역으로 이동하였다.
5. 320km/h급 동력분산식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되돌아갈 때는 지난 5월 1일부터 영업운전을 시작한 최신예 고속열차, KTX-청룡을 탑승했다. KTX-청룡은 사방신 중 하나인 ‘청룡’이라는 이름답게 기존 KTX들에 비해 준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고, 여행하면서도 청룡 같은 성능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열차가 동대구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230km/h로 서행했고, 결국 동대구역에 5분이나 지연 도착했다, 하지만, 동대구역 이후부터는 급가속과 질주를 반복하더니 서울역에 기어이 정시에 도착했다. 서울역의 도착 안내 전광판은 KTX-청룡의 성능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다른 열차들의 지연 현황에는 5~10분이 적혀 있었는데, 우리가 탄 KTX-청룡 혼자서 ‘0분’이 적혀 있었고 조연배우들 사이의 주연배우와 같이 미친 존재감을 내뿜었다.

KTX-청룡의 괴물 같은 성능의 비결은 ‘동력분산식’에 있다. 열차의 동력 방식은 크게 동력분산식과 동력집중식으로 나뉜다. 동력집중식 열차는 동력 기관이 1~2칸에 집중된 열차를 의미하고 동력분산식 열차는 동력 기관이 여러 칸에 분산된 열차를 의미한다. 도시공학과 학생들에게 친숙한 조별과제를 예시로 든다면, 동력집중식은 조원 한 명이 주도하여 조별과제를 이끄는 조에 가까우며, 동력분산식은 모든 조원이 조별과제에 열심히 참여하는 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동력분산식 열차의 특징으로는 동력집중식 열차에 비해서 가속력이 좋다는 점이 있다(현대로템, 2021). 그래서 동력분산식 열차는 역간거리가 짧고 곡선 구간이 많은 국내 선로 환경에 적합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국내 선로 환경이 역간거리가 짧아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오송역, 남창역의 사례와 같이 전국 각지에서 정차역 추가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속철도는 초창기에는 역간거리가 긴 유럽 고속철도에 가까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하지 않고 역을 적게 계획한 탓에 여러 지역에서 역 추가 요구가 잇따랐고, 그 결과로 고속철도 역이 우후죽순으로 추가되면서 현재는 역간거리가 짧은 일본 고속 철도에 가까운 환경으로 변화하였다. 예를 들면 경부고속선의 경우, 계획 당시와 비교하면 2003년에 지역의 요구로 3개 역이 추가되었고(재일본대한민국민단, 2003), 최근에 서대구역까지 추가되면서 역 개수가 4개나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고속선이 아닌 기존선 구간에서도 직통 요구 및 역 추가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기존선 직통 KTX 노선 수도 대폭 증가했다. 이렇게 고속철도의 역간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아예 최고속도가 150~200km/h로 제한되는 기존선에 직통하는 KTX가 증가하면서, 열차의 최고속도보다는 열차의 가속력을 증가시키는 게 표정속도 증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그만큼 가속력이 낮은 KTX-1과 KTX-산천과 같은 동력집중식 열차보다는 일본 신칸센과 같은 동력분산식 열차에 적합한 환경이 되었고, 우리나라의 고속철도 개발 방향도 동력집중식에서 동력분산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로 2012년에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시제 차량인 HEMU-430X(해무)가 제작되었고, 그로부터 12년 뒤인 올해부터 KTX-청룡이 운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역에서 하차하고 나서는 팀원들 모두 KTX-청룡의 승차감과 가속력에 감탄했고, 철도 팬으로써 우리나라가 이런 괴물 같은 열차를 출시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KTX-청룡이 고성능으로 설계된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과도한 정차역 신설 요구로 인해 고속철도의 표정속도가 크게 저하된 것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씁쓸하기도 했다.
글을 마치며
이번 답사는 오래 전부터 최근까지 존재했던 여러 지역이기주의 및 지역경제 이슈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접하거나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관련된 실제 현장의 모습과 그 실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끼는 활동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모든 정책 결정에 있어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살피고, 관련 당사자와 최대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그리고 각 계층 구성원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고려해야 비로소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절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틀간 무더위 속에서 많은 지역과 장소들을 직접 지나치면서, 도시에 대해 공부를 하기보다는, 직접 도시를 즐기고 느끼고 경험하며 상호작용하면서 비로소 도시를 잘 이해할 수 있겠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답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으며, 도시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접근 방식을 통해 더욱 풍부한 연구나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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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로템. (2021년 1월 14일). 알아두면 쓸데있는 동력분산식 열차 상식. 현대로템 공식 블로그. https://blog.hyundai-rotem.co.kr/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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