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회전교차로란?
회전교차로는 도로의 평면 교차 방식 중 하나로, 1960년대 영국이 최초로 도입했다. 처음에는 미국식으로 로터리(rotary)로 불렀지만, 최근에는 회전교차로(Roundabout)라고 부른다. 회전교차로와 로터리는 개념상으로 약간 차이가 있다.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중앙에 원형 교통섬을 두고 통과 차량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교차로다. 이미 교차로에 진입해 회전하고 있는 차량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고 진입하는 차량은 양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존에 ‘로터리(Rotary)’라고 불렸던 비슷한 형태의 교차로는 진입하는 차량에게 통행우선권이 있는데 로터리는 교차로 주변의 교통을 빨리 소통시키는 데 초점을 둔 교차로이기 때문이다. 반면, 회전교차로는 안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려면 이미 회전 중인 차량을 보면서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해야하므로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면 시속 20㎞ 이하로 운행해야 하고 교차로 주변에선 주·정차를 할 수 없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박용우 간선도로팀장은 “로터리보다는 진입 속도가 느리지만 기존의 신호 교차로와 비교하면 신호 대기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연료를 덜 쓰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2. 회전교차로 지침 (행정안전부, 2012. 02.)
2012년 2월, 행정안전부가 고시한 회전교차로의 지침을 간단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하루 회전교차로 진입 교통량 20,000대 미만 (AADT 기준)
② 편도 1차로 회전교차로가 편도 2차로 회전교차로보다 교통안전측면에서 효과가 높음
③ 교차로폭(대각선 길이)은 7m 이상이 바람직함 (차량 최소회전반경이 7m)
④ 교차각은 90°(직각교차)가 이상적이며 60°미만인 경우는 회전교차로 불가능
⑤ 접근로(진입로 개수)수는 4개가 이상적임
세부 사항은 『회전교차로 설계지침 2012』 (행정안전부)를 참조
3. 그렇다면 현재 회전 교차로가 시행되고 있는 곳은? (실례)
현재 전국적으로 회전 교차로 364개소에 설치·운영 중인데 비해 서울은 10곳도 채 안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회전 교차로는 연평균 일교통량이 20,000대 미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도권 보다는 지방이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서울 회전 교차로 중에서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서대문구 봉원고가 밑 회전 교차로를 중심으로 연평균 일교통량을 조사해 보았다. 계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실 연평균 일교통량의 정의에 따르면 1 년간의 전 교통량을 그 해의 일수로 나눠야 하지만 너무 긴 시간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사실상 1 년간의 전 교통량을 헤아리는 것도 불가능 하므로 부분적으로 짜 맞추기 식으로 산출하기로 했다. 산출할 때 평일에 출퇴근 시간대는 7~9시와 18~20시로 총 4시간, 심야 시간대는 0~5시로 총 5시간, 나머지는 기타시간대로 계산을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심야 시간대를 0~6시로, 나머지는 기타 시간대로 계산을 했다. 심야 시간대(0시~5시 및 6시)의 교통량은 직접 조사할 수 없는 관계로 최소 교통량에서 버스 교통량을 제외시키는 간접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위와 같이 여러 시간대로 나눈 후, 각 시간대 마다 3분 교통량을 측정한 다음, 1시간 단위로 환산하여 교통류율을 구했다.
①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밑의 지도에서 A)
광화문역 세종문화회관 건너편 세종로 119 센터와 주한 미국 대사관 사이에 있는 이 회전 교차로는 종로 1길 끝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주한미국 대사관, 교보문고 등의 주요 건물은 세종대로 도로변에 접해 있으며 회전 교차로 주변에는 정부 기관 및 회사가 밀집되어 있어서 대체로 교통량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밀집되기 때문에 세종대로와 종로 등 대로 사이에 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한산한 편이다.
우선 2-②~⑤ 조건들을 충족시키는지 따져보자. 아래 사진과 같이 이 교차로의 특징은 편도 1차로, 접근로 수는 4개이므로 2-②,⑤ 는 충족되었다. 긴 대각선의 길이는 42m, 짧은 대각선의 길이는 30m, 즉 장반경은 21m, 단반경은 15m로 모두 7m이상이고 교차각은 4방향 모두 90°이므로 2-③,④ 또한 모두 충족시킨다. 최종적으로 조건 2-① 만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각 방향의 3분 교통량을 조사해 봤다.
(1, 2, 3, 4는 진입 교차로 각각의 진입로에 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주변에 명소가 없는 관계로 번호만 부여)
※평일, 주말 교통량 중에 버스 통행은 없었으므로 평일·주말 심야 교통량은 각각 980대/시, 640대/시로 가정한다.
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평일·주말 일교통량을 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평일 일교통량:
주말 일교통량:
평일과 주말은 5:2의 비율로 존재하므로 평균 일교통량은 다음과 같다.
평균 일교통량:
위의 값은 2-①보다 약간 큰 값이기는 하나, 그 차이는 에 불과하므로 적합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회전 교차로는 설계 지침에 매우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② 서대문구 봉원고가 밑 (밑의 지도에서 B)
경복궁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동문을 경유하여 등교하는 연세대학교 학생들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말 그대로 봉원고가 밑에 위치하는 회전 교차로다. 대각선의 길이는 각각 62m, 62m로 규모부터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회전 교차로와는 대조적이었다. 이 회전 교차로를 경유하는 버스 노선 수만 지선버스 4개, 간선버스 5개, 총 9개의 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조사해 본 결과, 각 시간대별로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회전 교차로의 교통량 대비 최소 1.32배, 최대 1.59배의 교통량이 측정되었다. 승용차 환산 계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버스가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회전 교차로에서는 아예 통행하지 않는 반면, ‘서대문구 봉원고가 밑’ 회전 교차로에서는 무려 9개의 노선이 지나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2-②~⑤ 조건들을 충족시키는지 따져보자. 강한 햇볕 때문에 선명하게 찍히지는 않았지만, 이 교차로는 대체로 편도 1차로, 금화 터널에서 교차로로 접근하는 진입로만 편도 2차로를 갖추고 있으므로 조건 2-②에 빗대어 봤을 때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접근로 수는 4개이고 대각선의 길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각각 62m, 즉 반경 31m로 모두 7m이상이므로 조건 2-③,⑤ 또한 모두 충족시킨다. 교차각은 각각 49.5°, 50.9°, 90°, 171.3°인데, 여기서 주의해야 될 것이 171.3°로 측정된 교차각은 사실상 직선에 근사하므로 고려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따라서 교차각은 49.5°, 50.9°, 90°로 조건 2-④에 견주어 봤을 때 썩 좋은 형편은 못 된다. 최종적으로 조건 2-① 만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각 방향의 3분 교통량을 조사해 봤다.
(1: 금화 터널>회전 교차로, 2: 봉원사>회전 교차로, 3: 연세대학교 동문>회전 교차로, 4: 이대부중>회전 교차로, 5: 거주자 우선 주차 지역>회전 교차로)
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평일·주말 일교통량을 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심야 시간대 추정 교통량> (위의 3개 시간대 중 최소 교통량) - (버스 대수*3)
→ {(3분당 51대) - (3분에 버스 총 3대)*3}*20 = 840대/시
평일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에서 버스 차지 비율:
평일 기타 시간대 교통량에서 버스 차지 비율:
주말 시간대 교통량에서 버스 차지 비율:
평일 일교통량:
주말 일교통량:
평일과 주말은 5:2의 비율로 존재하므로 평균 일교통량은 다음과 같다.
평균 일교통량:
계산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봉원고가 밑 회전 교차로를 경유하는 교통량은 종로구 종로 소방서 앞 회전 교차로의 1.32배에 달하며 조건 2-①과 의 큰 차이가 나므로 사실상 적합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러나 봉원고가 밑 회전 교차로 자체로 인해 생기는 지체보다 이대부중~연세대학교 구간 신호 교차로로 인한 지체가 더 지배적이므로, 회전 교차로의 존재가 교통 흐름에 크게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4. 적용해 보기 (중차량, 일반차량) - 서울특별시 성북구 장위2동
이번에는 위에서 언급한 ‘회전교차로 지침’을 바탕으로 국민은행 장위2동 지점의 사거리에 회전교차로 설계 적합성을 판정해 보고자 한다. 내가 굳이 이곳을 택한 이유는 이 사거리에서 빈번하게 교통 혼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장위2동 지점은 서울특별시 성북구 장위2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 점멸 신호로 운영 중이다. 우선 기하학적 구조 측면에서 보면, 4방향 모두 편도 차로 수는 1차로이므로 2-② 조건은 충족시킨다. 긴 대각선의 길이는 44m, 짧은 대각선의 길이는 18m로 장반경은 22m, 단반경은 9m로 모두 7m이상이므로 2-③ 조건 또한 충족시킨다.
교차각은 제각각이지만 각각 61.39°, 90°, 90°, 118.61°로 2-④ 조건에 의하면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다. 접근로 수는 4개이므로 2-⑤ 조건은 충족시킨다. 최종적으로 2-① 조건 만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간대별 교통량을 조사해봤다. 이번 경우에는 3-①,② 경우와 달리 ‘주말 시간대’를 ‘주말 낮 시간대’와 ‘주말 밤 시간대’로 세분하여 교통량을 조사했다.
(1, 3, 5, 7은 진입 교차로 각각의 진입로에 번호를 부여한 것이다. 주변에 명소가 없는 관계로 번호만 부여)
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평일·주말 일교통량을 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심야 시간대 추정 교통량> (위의 3개 시간대 중 최소 교통량) - (버스 대수*3)
→ {(3분당 82대) - (3분에 버스 총 9대)*3}*20 = 1100대/시
(평일 일교통량): 1980대/시*(2시간+2시간) + 1100대/시*5시간 + 1680대/시*15시간
> 38620대/일
(주말 일교통량): 1720대/시*12시간 + 1640대/시*6시간 + 1100대/시*6시간
> 37080대/일
평일과 주말은 항상 5:2의 비율로 존재하므로(공휴일은 계산에서 배제시킴), 연평균 일교통량은 로 추정할 수 있다. 이 수치는 객관적으로 조건 2-①에 의하면
의 차이가 나므로, 국민은행 장위2동 지점의 사거리에 회전교차로를 설계하는 것은 매우 부적합하고 단정 지을 수 있겠다. 하지만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교차로에서 사고가 나고 교통 흐름이 빈번하게 단절된다면, 비록 회전 교차로 설계는 불가능하더라도 점멸 신호로 운영하는 것보다 다른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 결론
지금까지 3가지 사례로 회전 교차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내가 처음 회전 교차로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회전 교차로가 로터리보다 더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만을 염두에 두고 국민은행 장위2동 지점의 사거리도 회전 교차로의 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에서 정한 회전 교차로 지침과 직접 조사한 교통량을 참고한 결과, 회전 교차로를 도입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많이 시행되고 있으나, 서울에서는 10곳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시행 중이다. 사실 현재 교통 여건 상 서울 시내에 회전 교차로를 도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더 안전하고, 더 친환경적인 미래를 지향한다면, 앞으로는 회전 교차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민 다수가 개인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교통량은 감소할 것이고, 이에 따라 회전 교차로 도입을 유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회전 교차로 도입을 하게 되면 차량이 저속으로 주행하게 됨에 따라 더 안전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중앙에 있는 원형 교통섬에는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높이가 낮은 화단 정도 배치가 가능하므로 주변 조경 조성에도 일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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