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고사가 있듯이 무언가를 완벽하게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 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의 도심의 오후는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활기참으로 가득 채운다면 자칫 한산해 보이고 음침해 보일 수도 있는 도심의 밤을 만들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조명, 화려하기로 유명한 홍콩의 밤, 은은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파리의 밤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조각은 조명, 즉, 빛이다.
조명은 실내와 야외 곳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집안을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위해, 클럽이나 바에서 신나거나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의류 등을 판매하는 곳에서 강조의 효과를 주기위한 용도 등등 빛이 주는 인상을 활용한다. 과거의 조명은 무언가를 어떠한 효과를 주거나 빛내주기 위한 조연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조명의 역할은 점점 진화하여 조명 자체만으로도 작품이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생명의 다리이다.
2010년 통계를 보면 마포대교는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 중에서 자살률 1위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차지했다. 이에 서울시와 삼성생명은 마포대교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 마포대교를 쌍방향소통(interactive)형 스토리텔링 다리로 재탄생 시켰다. 사람의 움직임을 센서가 감지하면 빛이 들어오면서 글귀가 보이는 생명의 다리는 보행자들에게 말을 먼저 건네고 빛이 주는 따스함을 함께 선사하는 다리이다.
하지만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가 정말로 마포대교의 자살률 감소에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남아있다. 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했던 사람은 총 93명으로 지난 5년간 투신 시도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마포대교가 유명해지면서 오히려 자살의 명소화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실제 투신자 수와 사망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이는 한강으로 투신하기 전에 구조된 사람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투신 전에 구조된 사람은 없었지만 2013년에는 투신 전에 구조된 사람이 무려 85명에 달했다.
|
2010 |
2011 |
2012 |
2013 |
투신 시도자 수 (명) |
23 |
11 |
15 |
93 |
실제 투신자 수 (명) |
23 |
11 |
15 |
8 |
사망자 수 (명) |
6 |
5 |
6 |
5 |
그렇다면 삶의 마지막을 고민하며 다리에 오른 사람들을 구하고 힘든 일상에 지쳐버린 시민들을 위로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리 위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전화 한 통,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를 통한 범국민적 관심, 언제나 누구에게나 들을 수 있는 평범한 말일지라도 빛의 따스함과 다가오는 메시지가 그들을 위로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 그림 1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 / 서울시
머나먼 옛날의 밤하늘은 달과 별로 가득했었다. 지상을 밝히는 것은 방 안의 촛불 하나와 달의 쪽빛 한 줄기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조명으로 인해 밤은 변화하였다.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은 지상으로 내려왔고 우리와 가까워졌으며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조명은 오늘도 생명의 다리처럼 도심 속 시민의 옆에서 변함없이 함께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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