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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55호] 분산 혹은 집중 '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대한 고찰' - 14 공재형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이란 곳이 얼마나 가기 힘든 곳인지 모른다. 용인 수지에 사는 필자는 한때 1교시가 있는 날이면 수지에서 학교에 가기 위하여 새벽 6시 반에는 일어나서 집 근처에 있는 광역버스 정류장으로 가야 했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긴 줄을 맞닥뜨리는데 배차간격이 10분쯤인 서울역으로 가는 M버스를 한 2대쯤 보내면 그제야 그다음 버스를 타게 되고 그 시간이 7시 반쯤이다.

광역버스에 탔으면 다음 단계는 숙면을 취하는 것이다. 몇 번 해보시면 불편한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잠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버스는 수지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화도로를 거쳐 판교IC에서 분당, 하남 등으로부터 오는 많은 광역버스와 치열한 몸싸움을 치르고 승용차들의 주차장이 되어버린 경부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며 남들보다 앞서가는 희열을 느끼기도 하면서 한남대교로 한강을 건너 강남에서 도심으로 가는 모든 차가 거쳐 가는 제1 남산터널을 걷는 것보다도 못한 속도로 기어서 통과해 명동에 다다른다.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닌데 광역버스에서 내려서도 서울 시내에서의 치열한 교통전쟁이 한차례 남아있지만, 이는 서울에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겪어보셨기에 언급하지 않겠다.

 

직주분리와 수도권 교통 문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내놓은 한국노동패널조사 중 통근시간이 노동활동과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각주:1]을 살펴보면 통근시간이 늘어날수록 수면시간과 여가시간이 감소하고 업무를 하며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곤은 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글의 선행연구가 제시하는 것에 따르면 통행수단이 특히 대중교통일 때, 수면 불량이 발생 비율이 높았다는 것을 볼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통학, 통근자는 스트레스, 수면 문제 등 건강문제가 더 심각할 뿐만 아니라 업무나 학업 수행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일의 중심지이며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서울과 주변의 자급자족을 강조하는 베드타운의 역할을 하는 신도시들이 서울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 직주분리가 일반적인 수도권의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지방자치단체들은 항상 이 문제로 충돌해왔고 그 결과, 주요 서울지하철들이 시계를 넘어 경기도까지 운영한다든가, 광역버스들이 서울역, 강남역, 사당역 등의 주요 지점까지만 운영하게 되는 등 절충안이 제시되다가 2010, 경기도에서 새로운 대안,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Great Train eXpress)가 제시되었다. 사실 수도권과 서울은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닌데 당장 필자의 동네로부터 서울역까지는 30km가 채 되지 않지만, 현재 수도권 도시철도의 이동거리를 정차시간 등을 포함한 실제 소요시간으로 나눈 표정속도는 평균 34km/h[각주:2]인 탓에 1시간이 넘는 시간을 길 위에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도로, 철도 건설사업의 B/C에서 이익이 일정 부분 통행시간 감소를 통한 시간의 가치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엄청난 사회적 손실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진작 세계의 여러 대도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새로운 개념의 광역철도를 도입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샤를 드골 공항과 베르사유 등의 파리 교외지역과 파리 중심부를 연결하는 프랑스 파리의 ‘RER(Réseau Express Régional, 광역급행철도)’과 히드로 공항, 런던 교외의 EssexShenfield 등의 런던 인근 지역으로부터 런던 도심을 연결하는 영국 런던에서 건설 중인 크로스레일(Cross rail)’이다. 두 프로젝트는 모두 해당 국가의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교외로부터 유입되는 통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내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적인 교외 지역으로부터 시내로의 접근을 돕기 위해 도심 구간을 대심도 터널을 통해 운영하며 시내 구간보다 교외 구간의 역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역 간격도 일반적인 도시철도에 비해 길고 운행하는 차량의 속도도 큰 것이 특징이다.

Crossrail의 첫 번째 노선인 Elizabeth line 노선도, 히드로 공항과 Essex로부터 45분 만에 도심으로 주파할 수 있다. Paddington 역부터 Stratford, Abbey Wood 역까지는 대심도 터널을 통해 운영된다.

우리나라의 G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도 위의 RER과 크로스레일과 같이 서울 시내의 교통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위성도시로부터 도심으로의 빠른 접근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노선은 다음의 계획노선도[각주:3]와 같이 A, B, C3개가 있으며 A노선은 운정신도시와 일산을 거쳐 서울역, 삼성역을 통과하여 성남, 용인, 동탄으로 이어져 경기 남북을 서울 도심을 관통하여 연결하며 B노선은 수도권을 동서로 가로지르는데 송도를 시작해 부천, 여의도, 서울역, 청량리를 거쳐 별내신도시, 남양주와 3기 신도시를 연결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C노선은 수원, 과천을 거쳐 삼성역, 청량리역, 의정부를 거쳐 양주까지 연결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이 노선들은 모든 도심 구간에서 지하 40m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하여 기존 도시 기반시설을 건드리지 않는 동시에 개인의 토지에 대한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영역으로 통과하여 사업 중 발생하는 보상비를 최소화하고자 하고 있으며 A노선은 수서-지제 간 고속철도(SRT)와 공용하고 B, C노선의 경우 교외 지역에서는 기존 철도를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 노선 계획도

가장 비용대비 경제적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된 A노선은 이미 사업자까지 선정이 되어 착공이 임박하였고 C노선도 2018년 말에 예비 타당성 평가를 통과하여 전망이 밝다. B노선의 경우 최초에는 B/C값이 가장 낮았으나 계획 보완 등을 통해 정부가 최대한 빨리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노선이 완공될 예정인 2025년이면 수도권은 3개의 서울 도심 축인 한양도성, 강남, 청량리를 연결하는 3개의 노선으로 연결되고 운행속도 180km/h 이상의 전동차를 투입함으로써 대부분 기존 60~90분이 걸리던 서울까지의 이동시간이 20~30분으로 단축되어 광역도시권에서의 연계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수도권 광역 급행철도가 가져올 미래

GTX가 가져올 효과로 먼저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것은 여유로운 출근길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이는 이번 정부가 내세우는 사업의 슬로건 중 하나로 기존 60분 이상의 출근길을 20분대로 단축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게 하거나, 아침 먹을 시간이나 아이를 맡길 시간이라도 확보하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광역버스와 달리 도로 정체로부터 자유로워 정시성을 보장하고 기존 광역철도의 많은 정차역으로 인한 표정속도 감소를 해결할 수 있고 또한 광역철도의 수요를 분산해 비교적 쾌적한 통행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으로 예상할 수 있는 효과로는 서울의 기능과 인구 분산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번 정부가 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려는 실질적인 가장 큰 이유이다. 토지의 가격과 기능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접근성인데, 이에 따라 도심의 지대가 가장 높고 교외로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게 한다. GTX는 교외로의 이동시간을 줄이고 도심으로의 접근성을 강화하여 사실상 서울의 경제적 권역을 넓히는 효과가 있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도심으로의 접근이 쉬운 토지가 더 확보됨에 따라 공급이 확대되어 자연스럽게 토지의 가격이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의 집값이 고민인 정부에게는 이를 해결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 도심에 가까이 사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탓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서울의 인구분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신도시의 서울로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므로 이 사업이 절실한 것이다. 실제로 2기 신도시가 판교 등 서울과 가까운 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서울로 가기 힘들어서 수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고 정부는 동탄신도시 건설 시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추진하는 3기 신도시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정부가 추구하는 서울의 기능과 인구분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도권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다. 평일에는 서울로 통근하고 주말에는 주거환경이 더 나은 교외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수도권 기반기업체들도 서울권의 고급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교외의 아웃렛, 유원지 등 서울로부터 애매한 접근성을 가지던 시설들에 유동인구 유입이 증가하는 등의 효과도 볼 수 있고 접근성 확보로 킨텍스(KINTEX)나 송도의 컨벤시아 같은 시설들이 서울의 MICE 시설로서 더욱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등 전반적인 수도권이 하나의 경제적, 문화적 광역권으로서 그 기능이 확대되거나 공고화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광역 급행 철도의 이면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점도 많은데 첫 번째로, 철도 용량의 제약문제와 사업의 실효성 문제가 예상된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은 사업성 강화를 위해 도심 지하 구간을 제외하고 대부분 구간을 기존 철도나 다른 사업과 공용한다. A노선의 경우 남부 구간은 대피선이 거의 설치되지 않은 수서-지제간 고속철도와 공용하며 북부구간의 경우 서울 북부로 연장될 신분당선과 공용한다. B노선의 경우 서부로는 경인선, 동부로는 중앙선을 공용하며 C노선의 경우도 남부로는 경부선을 활용하고 북부로는 경원선을 공용한다. 문제는 이 노선들 중 현재 선로용량이 충분하지 못한 구간이 더러 있다는 것이다. 선로용량이란 시간당 해당 철로를 이용할 수 있는 철도차량의 편성 수로 경부선과 중앙선의 경우 현재 광역철도 및 일반 철도 운행으로 인해 GTX를 위한 철도 용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수서-지제간 고속철도와 공용하는 구간의 경우 180km/h로 운영되는 GTX로 인해 300km/h로 운영되는 SRT가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SRT가 차지하는 선로용량으로 인해 132편성 운영을 계획한 파주 운정~삼성역 구간보다 30회 정도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각주:4] 동탄신도시 주민들의 경우는 교통분담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광역급행철도 서비스를 원활히 누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은 수도권의 연계성 강화로 인한 서울로의 집중 가속화에 대한 문제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되었듯 기대되는 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2012년 경춘선으로 춘천과 서울이 연결된 이후 춘천시에서는 30% 이상의 학생이 자취 대신 통학을 선택해 지역의 월세 수요가 급감했고 춘천시의 쇼핑이나 문화 수요를 서울에 흡수당한 빨대 효과가 발생하여 지역경제에 타격을 입었으며 부평, 의정부 등 광역철도가 확충된 지역에서도 서울로 수요가 이동하여 도심 공동화가 발생한 사례[각주:5]들을 고려해볼 때,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오히려 위성도시들의 상권 형성을 방해하거나 훼손하여 자급자족 기능을 약화시키고 서울에 의존하도록 유도하는 반면 서울의 경우는 교외의 수요까지 흡수함에 따라 편의시설 확충이 증가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이러한 악순환들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이런 점 말고도 민간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최초 계획과 달리 정부가 부담하는 비용이 커졌다는 점이나 GTX 개통으로 비슷한 구간에서 운영하는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 같은 기존의 광역교통 수단의 수요감소로 인한 보조금이나 수입보장 지원금액 증가 등 정부지출이 늘어나게 되는 문제들도 있지만, 우리가 가장 고민해보아야 할 점은 GTX가 가져올 수도권의 구조적 변화일 것이다. 과연 이 사업의 결과가 정부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서울로의 집중을 가속화하고 강남 불패 신화를 공고히 할 것인가? 혹은 더 나아가서는 수도권이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화되는 것이 괜찮을 것인가? 지난 20181227일 국토교통부는 일산 킨텍스에서 GTX A노선의 착공식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의 시작을 선포하였다. 이에 따라 A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의 지가와 주택가격이 일제히 상승하기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A노선이 지나가는 북한산국립공원 구간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환경파괴 우려가 제기되는 등 벌써 여러 가지 사회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가져다줄 사회적인 파장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1. 통근시간이 노동활동과 건강상태에 미치는 영향, 김준형, 한국노동연구원 1-18차년도 노동패널 학술대회, 2016. [본문으로]
  2. '1호선 서울역~청량리' 서울지하철 노선중 가장 느려, 임재희, 중앙일보, 2016.03.13. [본문으로]
  3.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국토교통부, http://www.molit.go.kr/USR/WPGE0201/m_35919/DTL.jsp [본문으로]
  4. GTX-A, 파주보다 동탄에 열차 30여회 적게 다닌다, 강갑샘, 중앙일보, 2018. 10. 23. [본문으로]
  5. 도로·철도 개통 따른 빨대 효과어느 정도인가?, 김재홍 외, 연합뉴스, 2014. 02. 06.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