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현승환 19 채지원 20 강민진
도시공학과 선배님으로서 2019년 우리과에 처음 부임하신 김진희 교수님을 비대면 수업이 한창이던 5월 만나뵙고 왔다.
# 학부
1. 건축공학부와 학부로 통합되어 있던 03학번이십니다. 고등학교 시절 건축공학부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공학계열로 입학했다. 그 중에서도 건축과 지망이유는 막연하게 만들고 그리는 일들을 좋아해서이다. 입학증 받으러 왔을 떄 희망 전공을 물어볼지도 몰랐다. 학문적인 동기는 조금도 없었다. 만들고 그리는 활동을 좋아해서 저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온 친구들이 더 많았는데, 그 친구들이 미적재능이 너무 뛰어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전부가 아닌데, 위축되는 점이 있었다. 살아남을 수 없겠다 싶었다. 건축 토목 말고 도시공학이라는 느낌을 주는 그 말이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는 느낌을 주었다
2. 학부 시절 과 회장을 역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학부 생활이 어떠셨는지, 과 학회 활동은 하신 것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공학12반 학생회장이었다. 2학년 때 전공을 배정받았는데, 공학12반 학생회장 일을 하게 되었다. 도시학과 생활은 소홀했고, 다른 과반 선후배들과 친했다. 3학년 때부터야 학과 수업을 열심히 듣고 공부도 하고 조모임들을 하면서 ‘도시산책’을 함께 만들었다.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얘기하고 처음으로 도시과 소속된 학생들끼리의 교류가 있었다. 관심사라는게 참 다르지만 같이 모인 친구들과 취업이나 진로 관련 정보를 많이 얻었다. 그 분들하고 얘기하고 유대감을 가졌던 것이 좋았다. 그 분들 하고는 아직도 잘 지낸다.
3. 학부시절 가지셨던 U410에 대한 느낌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U410은 정통성을 갖고 학과의 서포트를 받는 중요한 학회였다. 2학년때부터 들어가지 않으면 중간에 들어가보기는 약간 어렵고, 고고해 보였다. 조직이 약간의 로드가 있어야 잘 굴러 가는데, 당시 학회지를 자주 발간했다. U410에서 발간하는 학회지를 하드카피로 받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소통하고 이런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잘 됐으면 좋겠다.
#대학원
4. 학부를 졸업하시고도 석사와 박사까지 도시공학과에서 교통분야로 졸업하셨는데, 대학원 생활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2학년 때 이것저것 듣는데 교통공학 수업이 특히 재미있었다. 교통 과목은 비교적 명확하고 계산도 하고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어서 막연하게 공부를 더 하면 교통을 하고 싶었다. 2학년 때 지도교수님이신 손봉수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대로, 대학원에 진학했다. 원래 계획은 2년 석사를 마치고 방위산업체 전문연구원으로 가서 3년동안 일하면서 군대체를 하고 기회가 되면 유학을 다녀올까 했는데 경기가 안좋아 기회가 많이 줄었다. 연구실에서 공부했던 일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거 같기도 하고, 국내에서 공부를 해도 크게 뒤쳐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군대문제도 있고, 박사과정을 한국에서 하면서 병역을 대체하는 것을 해보자 싶었다.
5. 네덜란드에서 박사후 과정과 교수 생활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 같은 국가가 아닌 네덜란드를 선택하신 이유와 생활하시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당시 미국 경기도 많이 안 좋았다. 정진혁 교수님께서 좋은 학교에 가서 공부 경험을 하고 오는 것이 중요하지만, 지도교수의 역량과 품성이 더 중요하다 조언해주셨다. 네덜란드에 Harry Timmermans 교수님이라고, 교통수요 모델 쪽으로 유명하신분이 계셨다. 한국인 제자분이 한 분 계셔서 한국에 몇 번 오셨다. 연이 되어 컨택을 했고, 1년 계약으로 가서 5년 넘게 있었다.
어려움이라 하면, 언어적인 문제가 있었다. 유럽의 교육시스템은 엄청 좋을 것 같은데, 후진적이라고 평가받는 한국의 교육시스템 안에서 그 친구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는 내가, 언어적으로 풍부하지 않은데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영어 악센트 같은 면에서 생각보다 관대했다. 일적으로 만난 사이라 잘 알아들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느꼈다. 꼭 미국이 아니더라도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덜란드는 인종차별도 없고, 열려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음식이 맛이 없었다. 네덜란드 식당은 없지 않은가? 치즈랑 햄은 유명한데, 둘은 넣은 음식은 맛이 없다. 식자재 물가는 저렴해서 요리 실력이 늘었다. 또 네덜란드는 전세계에서 자전거를 가장 많이 타는 나라이다. 그런 것들을 체험하고 오니 프로젝트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연세대학교
6. 학부와 대학원 모두 많은 수업을 진행하고 계시고, 특히 1학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도시학개론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교육자로서 중점을 두고 계신 가치나 철학이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스스로가 평가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까 하는 점에서 위축되어있다. 손실을 볼 것에 대해서 걱정한다. 학생들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러지 않게 하고싶은 생각이 있다.
무언가 평가의 대상이 돼서 조심스러 하는 모습들을 보았을 때 다른 중요한 것을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를 없애고 싶다. 점수를 차등을 두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최대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하고 있다.
7. 학교로 돌아오시고서 1년만에 팬데믹으로 인해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련하여 아쉽거나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 특별히 신경쓰고 계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식의 전달 차원에서 크게 문제가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받게 되는 에너지와 순간 보여지는 반응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완급조절 이런 것들이 어려워졌다. 그런 부분들이 서로에게는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다.
긍정적인 부분도 보인다. 동영상 같은 걸 활용해서 찍는게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자유롭다. 특정 교과목이나 컨텐츠가 이렇게 운영되는 게 좋은 것 같다.
#교통
8. 연구하고 계신 분야가 이용자 관점에서의, 모빌리티 분야라 알고 있습니다. 모빌리티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국내에서의 최근 흐름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교통계획이라는 영역에서 가장 큰 일은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다. 수요는 각자가 이용하는가 아니냐의 문제여서 이용자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최근에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 되면서 민간 영역에서 다양한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이 잘 운영이 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수요를 알아야 한다. 기존 도로를 이용하는 행태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태는 사뭇 다를 수 있어 적용하는 방법론도 달라져야 한다.
아직 미지의 부분이 많아서 이런 쪽에 관심을 갖고 하려고 하고 있다. 교통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분들은 잘 작동하게끔만 고민하는거지, 이게 사회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작용할지는 많이 고민하지는 않는다. 교통혼잡이 해소될지, 환경문제가 해결이 될지, 필요한 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 등에 대해서.
9. 교통 분야의 경우 보다 최적해를 찾기 위한 방법론 및 분석은 다른 과에서도 많이 하는데, 도시공학과를 타과와 차별화할 수 있는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도시공학은 응용과학이다. 최적화, 통계기법을 수학적으로 좋게 만드는 일을 넘어서, 얼마나 잘 활용하고 적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도시문제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문제들. 우버, 부동산 등 사회, 정치적 이슈들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잘 녹여내서 문제를 해결하는지는 수학을 뛰어넘는 범위에 있다. 전체적인 시각을 가지고 다루어 주지 않는다면 전혀 해결할 수 없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해관계를 수학모형에 넣고 해석하고 결과를 가지고 대안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들은, 문제를 들여다보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10. 전공하고 계신 모빌리티 분야에 카카오, sk 같은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학부생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도시공학과 졸업생으로서 해당 분야에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 혹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기업들이랑 프로젝트하면서 느끼는 것은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 전공자들을 필요로 하는데, 업계 전체적으로는 개발자들의 인력이 더 필요해보인다.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공유 퀵보드나 수요 대응 버스 등, 아이디어를 구현해줄 사람들이 너무 부족해서 쟁탈전이 벌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문제 발굴 → 솔루션 → 솔루션 평가에 대한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곳에 학생들을 많이 취업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신생회사 등에서 부딪히고 하다 보면 큰 회사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채용한다.
11. 마지막으로, 도시공학과 선배님으로서, 교수님으로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선배로서, 자부심을 가져라. 그럴만하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고민이 되는 시기에 계속하면은 잘 되는 것 같다. 걱정하지 말아라.
교수로서. 지금 상황 때문에 위로의 말이라고나 할까. 대학 생활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아직도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2003년 2004년이라 답한다. 그때는 그렇게 좋은지는 몰랐다. 그때 좋았던 게 나의 많은 행동들이 용인이 되기도 하고, 실수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때는 심각했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부딪히면서 생기는 일들이다. 특정하기도 어렵고, 그거 때문에 좋아졌다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내 기저에 깔려있다. 돌아보면 미소짓게 하는 일들, 그 친구들 가끔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짐. 삶이 풍부해지는 것. 그런 기회들이 팬데믹 때문에 사라져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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