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초 복학을 준비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휴학 전과 달리 전공 수업의 높아진 경쟁률에 수강 신청이 완전히 망해버렸다. 다른 과 전공 수업 하나 이외 나머지 과목 모두 떨어졌다. 이에 황급히 수강편람에 있는 수많은 과목을 훑어보며 다시 시간표를 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만난 과목이 바로 ‘데이터, 플랫폼, 그리고 정치’였다. 정치외교학과에서 열린 전공 과목이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답게 색다른 과목이 열렸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흥미가 느껴져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강의계획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보니 처음 들어보는 것들 투성이었고, 정치외교학과 수업은 들어본 적이 없다보니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마냥 듣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으로 수강을 신청하였고,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의 내 일상에 한 획을 그은 일이 되었다.
2020년은 다들 기억하겠지만,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런 질병의 발병으로 인하여 이전과는 다른 세상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시기이다. 학교 수업도 결국 오프라인 만남 자제가 권고됨에 따라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그렇게 첫 수업을 Zoom에서 어색하게 가졌다. 신기하게도 해당 수업 자체도 최초로 시도되는 과목으로, 서정민 교수님과 함께 네이버 OGQ마켓을 운영하는 소셜크리에이터 플랫폼인 OGQ의 신철호 대표님께서 수업해주시는 것이었다. 주 내용은 실제 스타트업 회사들이 신경써야 하는 사항들로, 예를 들어 Mission의 중요성, J-Curve, Data-Driven, Network Effect, Pitchdeck 방법 등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포지션이라든가, 지니고 있는 능력, 흥미를 가진 것 등에 대한 설문을 바탕으로 한 학기동안 함께할 팀이 구성되었는데, 그러다보니 학번도 다양하고, 나이도 다양했다. 그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정치외교학과라는 점 이외에는 각기 다른 특성을 지녔다. 나중에 느꼈지만, 무언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팀원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일종의 R&R(Role and Responsibility)라고 볼 수 있는 각 구성원이 책임질 역할은 최대한 각기 겹치지 않아야 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팀 내 마케터가 없다면, 외부 마케팅 업체를 통해야 하고, 개발자가 없다면, 외부 개발 업체를 섭외해야 한다.
이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으로는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그들에게 해당 업무를 맡기기에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그만한 비용이 요구되고, 특히, 해당 집단과의 추가적인 소통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팀원끼리도 서로 간의 이해하고 있는 점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처음부터 함께한 것이 아닌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갖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정작 결과물을 받았을 때 당황할 수 있다. 이 경우, 또다시 재수정을 거쳐야 할텐데, 이건 결국 추가적인 시간 및 비용 소모로 이어지는 것이므로 매우 큰 손해인 셈이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외부 사람들하고든, 내부 팀원끼리든, 서로 간의 소통이 잦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것이다.
따라서 최대한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많은 사항을 팀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팀원 각기 다른 전문성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팀원 개개인이 추가로 요구되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공부한 후에 적용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자신이 접하지 못했던 사항이 대부분이기에 시간이 꽤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팀원 사이의 R&R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또한 생각에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확실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관점의 범주가 다른데, 예를 들어, 경영을 공부하거나 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ROI(Return Over Input)와 같은 경영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한다. 그러나 개발 쪽의 경우에는 기한 내 구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좀 더 현실성을 체크하면서 나아갈 수 있다.
한편, 보통 스타트업은 팀을 구성하고, 투자지원을 받고, 프로토타입을 구현하고, 실제 사업화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팀을 구성하는 단계에서는 대표가 대략적인 하고자하는 바를 미리 정한 상태에서 필요한 포지션별 팀원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고, 뜻이 맞는 친구끼리 하려는 아이템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경우, 수업에서 만나서 했기에 후자의 경우였는데, 아이템이 정해진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를 찾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우선 일상 속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찾고, 이것의 해결방안(대안),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예상되는 반응(수요, 시장)까지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선 최대한 많은 브레인스토밍을 거친 후 각자의 생각을 들어본 후, 가장 타당성이 높은 대안을 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만약 기술 창업과 같이 사업화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있는 경우라면, 오히려 앞서 말했듯 팀원을 구하는 과정이 훨씬 중요할 것이다.
아이템이 있다 하더라도 Mission을 구체적으로 잘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Mission은 결국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자 의사결정 시 참고해야 할 최우선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를 초기에 정하기는 매우 쉽지 않다. 특히, 팀원 여럿이 있기에 서로가 꿈꾸는 바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고, 문자 그대로는 일치한다 하여도 실제로 이해한 바는 사뭇 다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앞서 말했듯, 결국 팀원 사이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여러 번 언어적으로 표현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다른 사람한테 설명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의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하기에 이를 준비하고 실제 행하는 과정 속에서 Mission에 대한 재검토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특히 이를 글로 써내려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데, 말로써는 길게 설명할 수 있는 사항을 글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통 핵심요약적으로 간추려서 표현하는데, 단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꽤 달라질 수 있다.
스타트업은 여러 어려움을 겪는데, 금전적인 부분도 꽤 골칫거리이다. 물론, 자기자본을 투입해가며 미래를 바라보며 버티는 경우도 많지만, 다행히도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정말 많은 투자지원이 있다. 정부며, 지자체며, 학교며, 기업이며, 정말 많은 곳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해주려고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고등교육혁신원의 워크스테이션도 있고, 창업지원단의 여러 지원사업도 있다. 특히, 전자의 경우, 다른 것과 달리 제약이 적어 정말 도전적으로 창업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우리의 경우에도 수업이 끝난 후,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투자지원을 받았다. 따라서 최대한 투자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또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투자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는 결국 다른 사람의 돈을 받는다는 것이기에, 여러 제약 사항과 책임져야 할 것이 생긴다. 투자지원을 받는 기간이 생기기에 기존의 팀에서 자체적으로 계획한 일정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행정적인 사항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부가적인 업무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면 상대적으로 하려는 사업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또 결과적으로 투자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대부분 성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진행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이는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데,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프로토타입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빠른 시장 속도에 뒤처지지 않고 실행 후 피드백 과정을 거쳐가며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들의 중심을 잘 잡으면서 일정을 따라나가는 것이 좋다.
투자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를 해주시는 분들께 자신들의 아이템을 잘 설명해야 한다. 보통 Pitchdeck을 통해 이뤄지며, 이를 위한 자료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재점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어떠했고, 미래의 꿈꾸는 바(Mission 및 시장)는 무엇이며, 그래서 현재 투자지원을 받아서 하려는 것은 무엇이며, 이를 함께 해나고자 하는 팀원은 어떠한 사람들인지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유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Pitchdeck을 작성해보는 것이 좋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일련의 초기 창업과 같은 경험을 학교 수업을 통해 시작하게 됐던 것은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소중하다. 많은 깨달음도 얻고, 단순히 글로써 접했던 조언들을 실제로 경험하며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가려고 하던 방향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과 현재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등 여러 생각 끝에 계속 해나가지는 않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임은 틀림없다. 학교에는 이와 유사하게 학생들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많으니, 학생일 때 꼭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57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57호] 변화되는 광화문 광장 - 19차혜준 (0) | 2021.09.15 |
---|---|
[57호] 서울공화국에서 살아남기 - 20강민진 (0) | 2021.09.15 |
[57호] 기억의 왜곡에 관한 이야기 - 19채지원 (0) | 2021.09.15 |
[57호] Order without Design-How Markets Shape Cities를 읽고 - 17이재구 (0) | 2021.09.15 |
[57호] 김진희 교수님 인터뷰 - 16현승환 19채지원 20강민진 (0) | 2021.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