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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59호]「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서평 - 20 이규진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저자는 제목처럼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였다. 그런데 이 때 저자는 부동산 가치로서 집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로 거주하는 곳이라는 측면에서 집을 바라본다. 따라서 다소 생소한 안보와 재난에 관해 설명하며 집과의 상관관계를 밝힌다. 크게 4가지의 키워드가 등장하는데 안보/재난과 행정의 관성/교통이 이에 해당한다. 이때 행정의 관성이란 이전에 추진된 도시계획은 당시에 실현되지 않더라도 수십 년 후에 다시 실현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 근거로 행정수도 이전, 아라뱃길 등을 예시로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부분도 있었고,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읽은 부분도 존재하였는데 먼저 긍정적으로 바라본 부분부터 밝히고자 한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행정의 관성이다. 평소 우리는 투자를 할 때 그 지역의 현재가치가 어떠한지, 그리고 앞으로 그 가치가 어떻게 변할지에 주목한다. 반면 대부분은 과거에 이 지역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는 관심을 적게 기울인다. 특히 5~10년 단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시간 단위에는 무감각하다. 그러나 저자는 과거에 도시계획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이는 우리가 학창 시절 역사를 공부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어릴 때 우리는 역사는 이미 지난 것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점점 성장하면서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살 곳을 찾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구체적으로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백지계획’, ‘대국토 건설계획등을 참고자료로 제시한다. 사실 과거 개발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자료를 살펴봐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면 다소 추상적이고 무책임한 주장일 수 있는데 저자는 매우 상세하게 이를 언급했다는 점이 긍정적이었다. 저자는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지만 실현되지 않은 경우도 제시한다. 따라서 과거 자료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과연 어떤 것이 실현될지 구분하는 능력을 함양하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고, 나는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두 번째로 내가 동의하는 내용은 층고 규제 완화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층고 규제로 인한 도시 스프롤 현상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건물의 고층화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책에 언급된 경기도 모 도시 시장의 발언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는 35층 넘는 건물에 대해 끔찍하다라고 말하며 자기 도시가 홍콩, 싱가포르처럼 될까 봐 공포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하기 어렵다. 서울에는 한강이라는 좋은 강이 있지만, 홍콩이나 여타 대도시에 비해 스카이라인과 야경은 밋밋하다. 나는 층고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주변 수요를 흡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주변에 신도시들이 우후죽순으로 생성되고 경기도권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각종 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고자 하는 수요를 인위적으로 억제하지 말고 도시를 압축시켜서 사회,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혹자는 층고 규제를 풀었을 때 과거보다 층수는 높지만, 여전히 비슷한 모양과 높이의 건물들이 성냥갑처럼 늘어서지 않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뉴욕에서 시행 중인 공중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서는 공중권의 도입을 통해 랜드마크의 보존과 다양한 높이의 건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과거 뉴욕시에서 유서 깊은 건물의 철거를 금지하자 땅의 주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용적률을 활용할 수 없어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공중권을 도입하자 땅의 주인들은 용적률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고 용적률의 구매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높은 건물을 짓게 되며 자연스레 도시의 경관은 다양해진 것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도입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고층 건물과 역사적 건물이 아우러진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가 동의하기 힘든 저자의 주장과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에 대해 밝히려고 한다. 이는 먼저 안보를 다룬 장에서 등장한다. 사실 이 장이야말로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이다. 우리는 분단국가임에도 살 곳을 정할 때 안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감각한 태도를 보이고 저자는 이를 비판한다. 안보와 관련된 사례로 저자는 군 공항 이전의 어려움에 대해서 설파한다. 대표적으로 성남공항을 언급하는데, 성남공항이 북한 동향을 감청하는 업무를 하는 핵심 군사시설이라는 점 등을 들어 중단기적으로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굉장히 큰 변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청와대가 이전한 것이다. 청와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안보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대통령 집무실이다. 청와대가 이전하는 것은 단순히 대통령이 다른 건물을 사용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관련 부서들의 대대적인 상호협력과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테러와 저격으로부터 집무실을 보호하기 위해 근처의 예상 저격지점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민간에서 알 수 없는 수많은 보안 프로토콜이 적용될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어려움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도 청와대 이전을 추진한 이번 정부의 동향을 봤을 때 정책적, 경제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군 공항 및 군사시설의 이전도 꺼리지 않을 것이다. 이는 비단 이번 정부뿐만이 아니다. 거대한 사안을 집행하는 데 있어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청와대가 이전하였다는 선례가 생겼기 때문에 앞으로 번거로움과 안보를 근거로 군 공항의 이전에 반대한다면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안보의 중요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특히 군사시설의 경우 안보가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성남공항이 꼭 그 위치에 있을 때만 가장 안보적으로 적절한 것은 아니다. 분명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였을 때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가 존재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전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 구성에 있어 아쉬웠던 점은 교육에 관한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교육은 너무 당연하고 일반적인 내용이라서 적지 않았겠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저자가 한 장을 할애해서 말한 재난도 마찬가지다. 물론 푸드 데저트’, ‘디지털 표고 지형도등 생소한 개념에 대해 언급하긴 하지만 대체로 지진의 위험성, 부실시공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소개한다. 따라서 나는 저자가 교육에 대해서 반 장 정도라도 할애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어마어마하다. ‘스카이캐슬’, ‘일타스캔들등 수많은 입시 관련 드라마가 제작되고 학군에 따라 집값이 천차만별이다. 지어진 지 30년도 넘은 은마아파트가 대치동에 있다는 이점 때문에 수십억을 호가한다. 우리나라만큼 대학 진학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고 당연하게도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크다. 물론 저자는 살 곳(to live, to buy)이라고 언급했듯이 부동산 가치로써 살 곳보다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도시 답사가이자 도시 문헌학자인 저자의 눈으로 본 교육과 살 곳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밝혔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지금까지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동의하는 의견과 비판하는 의견을 이야기해봤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과 저자의 집필 의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김시덕 작가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투자 열기로 뜨거워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자칫 간과할 수도 있는 안전과 안보에 대해서 다시금 일깨워준다. , 집을 투자할 곳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본래의 기능인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바라보라는 것이 저자의 집필 의도이. 저자는 사무실에서 탁상공론을 하는 관료가 아니라 스스로 밝혔듯이 주 3회 이상은 꼭 여러 지역을 직접 대중교통을 타고 돌아다니는 도시 답사가이. 그 덕분에 실제로 안전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많이 목격하였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생소한 개념에 대해 공부하게 되고 우리가 사는 집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