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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59호]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 21 이정수

    ‘깡통전세는 주택의 매매가가 전세 계약 체결 후 전세 계약 당시의 전세가 보다 떨어진 경우와 같이 전세가가 주택의 매매가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을 뜻한다. 집주인의 채무 불이행으로 주택이 경매에 부쳤으나, 낙찰가격이 전세금에 못 미치게 된 경우도 깡통전세로 지칭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당장은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전세금이 집값의 80% 수준을 넘어서는 다세대·연립주택에 대해 특별히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간주한다. 통상 다세대·연립주택은 선순위 저당권이 없는 경우 경매 처분 때 낙찰가격이 시세의 8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초반부터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를 기획하여 임차인과 매도인까지 피해자로 만드는 피해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점차 깡통전세는하나의 전형적인 사기 범죄 행위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존 전셋값이 현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전세 위험가구'16만 가구, 전세가격 하락으로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아진 '역전세 위험가구'102만 가구를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위험 가구의 비중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21월부터 234월까지 잔존 전세 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5.6만 호(2.8%)16.3만 호(8.3%),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51.7만 호(25.9%)102.6만 호(52.4%)로 각각 급격히 증가했다. 실제로 주택도시 보증 공사에서 보증사고 및 대위 변제 금액으로 대신 내준 보증금 총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이로, 최근 3년간 18천억 원에 달했다. 이처럼 주택을 계약하고자 하는 임차인들은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 사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20207월부터 20228월까지 인천과 서울 일대에서 피해자 7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067천여만 원을 가로챈 청년 빌라왕사건은 이러한 피해사례에 대표적인 예시다.

    깡통전세 전세 사기는 보통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우선 부동산컨설팅업자가 투자가치가 없어 수분양자를 구하기 어려운 빌라의 소유자와 공모하여, 실거래가가 없는 해당 빌라의 분양가나 매매가격을 실제보다 많이 부풀린다. 이후 부풀려진 차액은 부동산컨설팅업자가 가져가고, 이처럼 부풀려진 분양가 또는 매매가와 동일한 금액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정하여 빌라의 소유자와 임차인 사이에서는 부동산 전문가가 관여한 정상적인 외관을 갖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여, 임대차보증금으로 분양대금 또는 매매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다른 투자자와 분양계약 또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함으로써 임대인 지위를 승계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임차인은 전세 계약 전 해당 주택의 전세가율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으며 계약 전 주변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전세권 설정, 확정일자를 통한 우선 변제권을 가짐으로써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공인중개사무소의 정상 등록 여부, 임대 물건의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납세 증명서 등의 서류를 확인해야 하며 대리인계약 시 임대인의 인감증명서가 첨부되어있는지 등 점검해야 한다.

    정책과 법률적 차원에서의 논의도 필요하다. 이러한 깡통전세로부터 비롯된 전세 사기의 주동자는 보통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면하는 방법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의 규정을 악용하여 신용불량자 혹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자력이 없는 투자자들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임대인의 지위에서 벗어나고는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 임차주택의 양수인(讓受人)(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 은 임대인(賃貸人)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이에 채무 회피 목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제도나 규제의 필요성도 존재한다.

    더불어 깡통전세 전세 사기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아파트 공시가격 제도를 활용하여 공시가격 이상으로는 전세금 계약을 금지하자는 주장 (윤경식 외, 2022),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기를 익일이 아닌 즉시 조항으로 변경하자는 주장 (황세은, 장희순, 2023), 임대보증금 보증제도를 운용하면서 보증 한도 산출 근거가 되는 주택가격산정 방법에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김정하, 이춘원, 2022)도 제기된다.


※참고문헌

  • 황세은, 장희순.(2023).전세사기 유형별분석 및 해결방안.주거환경,21(1),21-36.
  • 윤경식, 임거배, 김윤기.(2022).우리나라 임대차 정책의 개선방안 연구.한국지적학회지,38(3),85-96.
  • 김정하, 이춘원.(2022). 임대보증금보증제도의 법경제학적 고찰. 부동산법학, 26(1), 99-121.
  • 서영천.(2023). 주택 전세사고 예방을 위한 법· 제도 개선방안 연구.
  • 이강훈.(2023)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법률적 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