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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호

[60호]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 답사 - 19 전정우, 20 도종현, 21 김동건, 21 유성경

 2024년 5월 18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개최된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조경전시회에 다녀왔다. 정영선 조경가는 한국의 1세대 조경가이자 여성 1호 국토개발기술사다. 1970년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과 시절부터 불국사 복원사업을 비롯한 굵직한 국가적 조경 사업에 참여해 왔다. 1987년 조경설계 회사 서안㈜ 창업 이후로는 지금까지 공공 및 민간의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예술의 전당, 휘닉스파크,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선유도공원 등 존재감 강한 공간들이 한 사람의 손을 거친 과정에 대한 감탄사가 전시장 여기저기서 들렸다. U410의 네 취재원들의 소감은 어떠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19 전정우

 지난 학기 조경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교수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것이 마음에 아직까지 남아 있어, 우리나라 조경계 거장의 전시를 통해 조금이나마 통찰을 얻고자 U410 부원들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았다. 전시를 보면서 나는 그 생소함과 오묘함에 적잖이 당황했다. 기존에 익숙하게 접하던 도시 설계의 경우에는 교통, 효율성, 각종 법규 등을 고려하다 보면 내가 담고 싶은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전에 이미 많은 밑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그에 반해 조경 설계의 경우, 애초에 조경으로부터 기대되는 기능의 가짓수가 많지 않고 상대적으로 외부 요소에 의한 제약이 덜해 설계자에게 훨씬 많은 자유가 주어지는 듯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러한 필연성의 공백을 설계자 본인의 이야기로 직접 메꾸어야 하는 더 어려운 책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각종 스케치와 전시마당의 정원을 보면서 평소 유심히 보지 않았던 꽃, 나무 하나하나가 조경가들의 손에 의해 얼마나 섬세하게 선택되고 심어지는지 알게 되었다. 조경은 ‘땅 위에 쓰는 시’라는 정영선 조경가의 말이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경 설계는 조경이 왜 이러한 모습인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하게 만드는 동시에,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야 하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전시마당 정원

 

 

20 도종현

 전시회를 보면서 들었던 감정과 제일 비슷했던 감정은 놀랍게도 우리 학과 수업에서 느꼈던 것이 아니라 예술의 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쇼팽 소나타 3번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정영선 조경가님의 도면 가운데 제일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식생 배치도의 정교함이었다. 식생의 공간적 배치, 식생의 종 배치는 글자로, 식생의 크기 및 위치는 도면에 원형 모양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일부 특이사항이 있는 식생의 경우 식생별로 비고란에 특이사항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어서, 광화문 광장 현장의 한 은행나무의 경우, 기존 중앙분리대에 있던 것을 새로운 위치로 옮기는 것으로 계획되었는데 이것도 그대로 도면에 적혀 있다. 그리고 정영선 조경가님이 정교하게 적어놓은 배치도의 요소들은 상호작용을 통해서 완성된 조경 즉 하나의 작품이 된다. 마치 화성, 선율, 대위법과 같은 다양한 음악적 장치들이 자연스럽게 얽혀서 예술 작품이 되는 클래식 음악과 비슷하게 말이다.

 정영선 조경가는 조경가의 예술가적 자질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회를 보고 나서 정영선 조경가가 강조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고, 조경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 도시 설계 또한 예술의 한 분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생각을 하고 나서 같이 전시회에 갔던 설계에 관심 많은 학우들을 돌아봤는데, 놀랍게도 모두 다 댄스, 뮤지컬 등 한 가지 이상 분야의 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교수님들께서는 좋은 도시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 현장의 모습

 

 

21 김동건

 이번 학기 새롭게 개설된 이재민 교수님의 '공공공간 계획 및 설계' 수업을 들으며, 매주 공공공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느덧 학기의 절반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녹지가 없는 공공공간은 없다'라는 것이다. 매주 과제를 진행함에 있어서, 녹지의 중요성을 깨닫던 차에 유성경 학우의 제안으로 본 전시를 접하게 되었다.

 본 전시를 다녀온 나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경은 우리 삶과 밀접해 있기에 가장 친숙하지만 매우 심오하다는 것이다. 조경의 요소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은행나무와 벚나무, 모란, 코스모스와 같이 살면서 한 번씩은 보고 들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은 꽤나 복잡한 이론과 과정이 동반되었다. 본 전시에서 지형도 분석은 물론이고, 지천의 유속 분포와 물 순환을 통한 정화 시스템 등의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려운 개념들을 일반인들의 삶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쉽지 않았는데, 이러한 조경 분야의 선구자이자 권위자가 바로 '정영선' 조경가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조성 시, 분석한 유속의 분포 자료(2008)(좌) / <선유도공원> 조성 시, 적용했던 물 순환 다이어그램(1999)(우)

 정영선 조경가의 전시품을 보게 되면 색연필로 쓱쓱 그린 것 같은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복잡한 설계도면에 식물을 배치한 평면 상세도까지 조경의 전 과정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 전시는 조경의 형식적 측면보다도, 정영선 조경가가 생각하는 조경에 대해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전시실의 한 벽면을 채우고 있는 수십 개의 나무와 꽃 사진은 그동안 직접 찍었던 사진들로서, 식물을 통해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은 조경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심지어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 문구를 통해 정영선 조경가는 그저 나무를 배치하는 설계가가 아닌, 조경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줄 수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모든 이들에게 그 마음이 와 닿도록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느껴졌다. 어쩌면 조경은 설계라는 차가운 도면에, 따스한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번 답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21 유성경

전시된 탑골공원의 개선 전후 그림(좌) / 전시 현장(우)

 첫 번째 전시물이었던 탑골 공원의 전후 그림을 보고 조경설계의 어려운 점을 하나 발견했다. 사람의 힘으로, 사람을 생각한 자연환경을 조성하면서, 인위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한다는 점이다. 어떤 설계는 어디까지가 원래 있던 자연환경이고 어디부터가 조성된 조경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잔디머리 인형처럼 모양을 내던 것에서, 자연을 그대로 끌어오는 듯한 설계로 변화하는 흐름이 희망적이었다. 자연을 더 존중하게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 전시의 화제성도 인상적이었다. 주말 오후의 전시관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으로 가득 찼다.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전시도 본 전시였다. 사람들이 이렇게 조경에 관심이 많은 게 놀라웠다. 우리가 평소 매체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조경은 고급 아파트단지의 조경 관련 뉴스일 것이다. 하지만 특정인들만을 위한 설계는 여러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래서 여러 공공공간 설계를 포함하고 있는 본 전시가 화제가 된 게 더욱 의미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간에 주인의식을 갖고 가꾸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