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지난번 U410에 실었던 영국 런던 편에 이어 프랑스 파리 편까지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비록 1년이나 지나긴 했으나 최대한 기억을 살려 써보도록 하겠다. 먼저 영국에서 3일을 보내고 우리는 유로스타를 통해 영국 런던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동하였다. 유로스타는 영국·프랑스·벨기에 세 나라에 의해 공동 운영되는 고속 열차이다. 이 열차는 런던과 파리를 2시간 30분 만에, 런던과 브뤼셀 구간은 2시간 만에 주파함으로써 3국 수도의 중심지를 최단 시간으로 연결하고 있다. 프랑스의 테제베 (TGV)로 도버 해협을 관통하는 해저터널로 운행되며 최대 시속 300km까지 달린다고 한다. 우리는 이 유로스타를 통해 빠르게 파리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림 1 ◀ RER 열차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띄었던 건물은 역시 파리의 랜드마크인 에펠탑이었다. 지하철을 통해 호텔로 가는 동안 에펠탑을 계속 볼 수 있었는데 명성만큼 웅장한 모습이었다. 호텔에 체크인 하자마자 RER을 타고 베르사유 궁전으로 출발하였다. RER은 프랑스의 광역 급행열차로 파리의 주요 거점 역을 정차한다. 또한, 프랑스 지하철과 연계가 잘 되어있어 환승이 간편하였다.
드디어 프랑스 절대왕정의 상징인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하였다. 관광객들이 많아 한참 뒤에야 궁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미사여구에 걸맞게 베르사유 궁전은 그 웅장함을 내뿜고 있었다. 궁궐 안도 화려하였지만 나에게 좀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궁전 앞 정원이었다. 대운하와 소운하가 만나는 십자형 대운하를 중심으로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있었는데 잘 정돈된 정원 나무들과 그 사이에 아름다운 조각상들과 분수들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자전거를 대여해 정원을 구경하였는데 그 정원의 크기가 어찌나 큰지 1시간을 넘게 자전거를 돌았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림 2, 3 ▲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궁전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박물관답게 기나긴 줄을 기다려서야 중앙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중앙 홀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는 것이었는데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도 있어 관람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리나라 박물관과 다른 점은 사진 촬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작품은 밀로의 비너스였는데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촬영을 하고 있어 손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수많은 유명 작품들이 있었지만 역시 가장 신비스러운 작품 모나리자를 빼놓을 수 없었다. 모나리자는 전에 봤던 사진들과 같이 매우 신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몇 시간 동안 작품들을 보고 루브르 박물관 밖으로 나왔는데 그곳에는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 중 하나인 유리 피라미드가 있었다. 유리 피라미드는 1989년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에이오 밍페이가 설계한 것으로 건축 당시에는 큰 반대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당당히 루브르 박물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형 스핑크스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피라미드까지 소장하고 싶어 설치한 것이 아니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해보았다.
그림 4 ▲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관람이 끝난 후 프랑스의 꽃 에펠탑으로 향하였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었지만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커서 놀라웠다. 에펠탑도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반대에 시달렸다고 한다. 많은 지식인들과 시민들은 에펠탑을 예술도시 파리의 미관을 망치는 혐오스러운 쇳덩어리라고 비하했다. 그러나 지금 에펠탑은 프랑스 최고의 상징물로 거듭나게 되었으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떠올랐다. 가까이서 본 에펠탑은 생각보다 별로 멋이 없어서 에펠탑을 더욱더 아름답게 관찰하기 위해 사이오 궁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 옆의 사진과 같이 에펠탑을 한 손에 담는 재미있는 사진들도 찍을 수 있었다.
그림 5 ▲ 개선문
에펠탑을 보고 개선문 쪽으로 걸어서 이동하였는데 샹젤리제 거리를 차량들을 다 통제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날은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날이었다. 투르 드 프랑스는 1903년부터 시작되어서 프랑스 전역을 일주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클 대회로, 유럽에서는 월드컵축구대회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파리 서쪽에 있는 한 도시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프랑스를 일주한 뒤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끝난다. 바로 오늘이 그 유명한 투르 드 프랑스 우승자가 정해지는 날인 것이다. 도로에는 사이클 선수들이 자전거를 몰고 달려오고 있었고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손에 맥주나 음식을 들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또한 중계 트럭이 있어 실시간으로 사이클 선수들의 모습을 TV로 보여주고 있었다. 책에서나 뉴스에서만 보았던 모습들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시테 섬은 프랑스 파리의 중앙부인 센 강 가운데 있는 섬이다. 파리의 발상지로 파리 시가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노트르담 사원, 법원, 생트샤펠 성당이 있다. 시테 섬에 가는 소나기가 쏟아져서 잠시 비를 피하려 유람선 매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매표소 안에서 친구랑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한국말로 “혹시 한국 사람이세요?”라고 묻길래 돌아서 봤더니 금발의 한 프랑스인이어서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이 사람은 한국에서 7년간을 체류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람에게 시테 섬까지 가는 길을 물어보았는데 그 사람은 “쭉 가시면 돼요.”라는 가장 한국적인 답을 해주었다. 한국을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난 상태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반가웠고 그 대상이 프랑스 현지인이라는 데에서 신기함을 느꼈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을 안고 노트르담 사원에 도착하였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표작으로써 빗속에서 그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성당 내부도 웅장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듯 프랑스에서의 하루하루는 1년이 지났지만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외국인과의 한국어 대화와 같은 색다른 경험들도 많이 했고 루브르 박물관에서 지식도 많이 쌓는 등 나에게 정말 인상 깊었던 시간들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프랑스 파리를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 6 ▲ 시테 섬에서 포즈를 취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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