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왜 빛나는가? 다이아몬드가 빛나는 이유는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 하나하나가 빛나서가 아니다. 흑연이나 풀러렌(Fullerene, ) 등도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는 물질이지만 그것들은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하게 빛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가 자신의 독특한 빛을 내는 이유는 탄소 원자가 배열되어 있는 패턴 때문이다. 인간 사회도 다이아몬드와 같다. 개인으로서는 한없이 약하고, 뚜렷한 특색이 없어도 서로 협력하며 그들만의 조직을 형성한다면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수 있다. 즉, 인간은 하나하나의 객체일 때보다 조직으로서 특별한 사회적 원자인 셈이다.
이는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수렵과 채집으로 삶을 이어가던 시절부터 인간은 혼자라기보다는 함께였다. 유랑생활을 마치고 정착한 후에도, 기술이 고도로 발전된 현재까지도 인류는 서로 협력하며 살아왔다.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협력하는 삶이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삶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로 간의 물리적 거리는 가까워졌고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되었다.
도시 내에서 사람들이 협력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우리에게 친숙한 시장이다. 시장 경제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부족했던 수요를 충족시킨다. 고전적인 경제학적 표현으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 가격이 결정되며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장 경제 아래서 어느 정도는 자원을 분배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는 어긋나는 재화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대중교통은 물리적인 공간을 이어주는 편리하고 중요한 서비스로서 수요 또한 충분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비스들은 개인이나 기업이 공급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막대하다. 만약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인이나 기업이 공급하게 된다면 막대한 초기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요는 하락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힘들게 된다. 즉, 대중교통과 유사한 성질을 갖는 공공재들은 개인이나 기업보다 더욱 거대하며 사회적으로 합의된 집단, 즉, 정부의 통제 아래에서 대중에게 분배되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을 한다고 해도 공공재의 분배는 결코 쉽지 않다. 왜냐하면 님비(NIMBY) 현상이나 핌피(PIMFY)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협력하는 만큼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갈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집단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자원이나 자본 역시 부족하기에 정부는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납득할 만한 기준 아래서 결정되어야만 한다.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준으로 투자한 비용과 그에 따른 비용을 계산하여 분석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수익률, 사업성 등의 용어도 비용과 이익을 기반으로 한 수치이며 사업의 경제성을 분석하는 데 참고된다. 게다가 수치로 보여지는 기준들은 단순하면서도 비교가 쉽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좋은 지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한 숫자 뒤에는 복잡한 계산이 숨어있고 그 속에는 현혹되기 쉬운 눈속임의 과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계산 과정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숫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부터 학자들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선사해준 게임 이론, 파생 상품까지 수학적인 설명을 거쳐 가지 않은 이론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경제학 이론들은 수학의 도움을 받아 논리적으로 단단해진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수학의 명확한 한계이다. 수학은 경제학 이론을 설명해주지만, 그뿐이다. 수학적 설명으로는 왜 경제가 그렇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수학은 정적인 학문이기에 경제학의 논리를, 사람들의 움직임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대체로 “통계적으로”, “대부분은”과 같은 현학적인 말로 뭉뚱그리고는 하지만 분배의 문제, 공공의 문제, 더 넓게는 도시계획의 문제는 통계학이 말하는 보편성이라는 단어로 밀어붙일 만큼 단순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경제학을 사람들의 행동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대다수의 경제학 이론들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이상적인 상태를 가정한다. 그리고 우리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상적인 틀 안에 갇혀 현실 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자주 봤다. 그리 멀지 않은 2008년, 우리는 세계 최고의 지성이 모여 있는 월스트리트가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대공황을 시작으로 오일 쇼크 등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암흑기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경제학의 달콤한 전제를 비웃고 있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전제 때문에 경제학은 집단을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을 무시한 채 개인의 합이나 산술적인 평균으로만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치즘에 동조했던 많은 사람들은 가정에서는 다정한 부모였으며, 역사 상 가장 끔찍했던 심리 실험으로 손꼽히는 스탠퍼드 지하 감옥 실험의 참가자들은 평범한 학생이었듯이 집단은 개인의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많은 사회과학자들이 이러한 심리학 연구결과에 힘입어 경제학의 인간관을 부정하고 복잡한 네트워크 안에서 적응하고 모방하며 협력하는 새로운 인간 행동 양식을 주목하고 있다.
슈퍼컴퓨터의 등장으로 인간 사회의 그물망의 비밀이 풀리면서 사회과학자들은 복잡해 보이는 사회현상들을 단순한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 내의 인종 분리 현상을 극단적인 인종 차별주의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소수가 되기를 싫어한다는 단순한 법칙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단순하지만, 핵심을 관통하는 법칙으로 설명하려는 학문을 사회 물리학이라고 한다. 물론 사람들은 물리학의 원자처럼 획일화할 수도 없으며 복잡하다. 하지만 인간은 경제학이 주장하듯이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종교에서 주장하듯이 자연 위에 강림하는 신도 아니다. 종잡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조금 더 복잡하고 풍부할 뿐이다.
지금까지의 도시 계획은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과거의 이론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이론들을 내놓으면서 발전해왔다. 그러나 과거에서 정답을 얻기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 카(E.H. Carr)가 역사는 맥락의 취사선택이라고 지적하듯이 우리는 과거를 통해 그럴싸한 답을 내놓을 수는 있지만, 모두가 동의할 만한 정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종이 속에 갇혀 있지 않고 근본적인 법칙을 통해 움직이는 작은 사회를 재현해내는 사회 물리학은 또 하나의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 도시는 결국 사람들이 만들고 생활하는 유기체이기에 사회 물리학을 통해 우리는 작지만 훌륭한 도시 실험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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