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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50호] 도시의 어두운 가능성, 판데믹 - 15 이종민

판데믹(pandemic)이란 단어가 익숙한 사람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판데믹은 전국적인 유행병이란 의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누는데, 판데믹은 최고 경고 등급인 6단계에 해당한다. 그리스어로 판데믹의 'pan'은 모두,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되어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의미를 지닌다. 판데믹 단계로 진입된 전염병들의 예로는 과거에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았던 흑사병이 있고, 최근에 있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플루 역시 판데믹 선언이 된 적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데믹은 우리의 생각보다 잘 발생하지 않는다. 판데믹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병의 감염성이 높으면서도 병에 걸린 후에 환자가 치사하는 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대의 전염병 중에서는 치사율이 너무 높은 반면에 그 기간이 짧아 판데믹까지 도달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메르스 바이러스(MERS virus)의 경우에는 사람의 폐 구조상 바이러스가 배출되기 힘들어서 병원에서 삽입하는 기도 삽입 관을 통해서 바이러스가 분출되어 전염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메르스의 경우에는 판데믹이 발생하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판데믹이 현대에 와서는 과거의 전염병보다 전염성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과거에는 없었던 도시의 존재 때문이다. 도시는 많은 물자와 함께 인구가 밀집되어 인구밀도가 상당히 높다. 이러한 인구밀집도로 인해 병의 전염확률이 증가하였고, 낮은 전염성에도 불구하고 크게 퍼져나가면서 판데믹 선언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진정되고 있지만, 메르스는 중동에서 크게 문제가 되었다.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메르스의 감염원인인 낙타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건 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어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1000명이 넘는 인원이 감염되곤 하였다. 그렇지만 사막이라는 특성상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전염이 더 쉽게 이루어진 것도 이유로 작용할 것이다.

이렇듯 도시의 인구 밀집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염병의 확산을 확실하게 막지 못한다면 또 다시 도시에서의 판데믹이 발생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보건당국의 행동을 보면 도시의 판데믹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메르스 사태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다음에도 우리나라는 낙타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하는 공문부터 병원에 전염 확산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행동까지 외국의 대처방식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실태를 인지하고 미국과 같이 의사에게 관련 의무교육을 실시한다거나 판데믹 매뉴얼을 제대로 확립해야만 위험한 미래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