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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51호] 고속철도 10년을 돌아보며 - [2부] KTX의 고민과 미래 - 14 공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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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보았듯이 KTX는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간의 급속한 발달 뒤에는 KTX의 도입 취지에 맞는 최초의 계획과 다르게 10년의 기간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한데, 이 문제들은 전반적인 KTX 서비스를 떨어뜨려 국민의 만족감을 감소시키는 효과들을 낳고 있으며 이뿐만 아니라 몇몇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KTX의 고민

최초의 계획인 광명-천안아산-대전-동대구-신경주-부산의 노선과 달리 경기도 남부와 서울 서부의 수요와 경남 동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의 경부선 계통을 이용하여 영등포, 수원역과 밀양, 경산 등을 경유하는 열차들이 편성되었고 고속철도로부터 소외되었던 충북권의 요청에 의하여 노선이 변경되어 오송역이 청주시에 추가로 설치되었으며 울산의 수요를 고려하여 울산역 추가건설이 확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부선의 혜택을 봐왔던 김천과 구미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역 추가를 확정함으로써 최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정차역 수가 급증하였다. 이로 인해 역 간 거리가 30km가 되지도 않는 곳에 역이 신설되는 등 고속철도라는 이름이 무색한 노선이 되어갔다. 실제로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 열차임에 비해 실제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한 표정속도는 시속 160km로 차이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승객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 간의 연결을 원활하지 못하게 하여 지역주민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도 있다.


KTX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KTX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시작했고 이제 KTX는 정부가 고심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로 부상하였다. KTX가 지역감정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KTX가 만들어내고 있는 분쟁은 지난 10년간 끊임이 없었고 일부는 아직까지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 첫 번째 유형은 역명을 정하는 데서부터 발생하였는데, 천안아산역의 경우 아산시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생활권은 천안시에 포함되고 역이 두 시의 경계 근처에 위치하여 역명을 정하는데 한차례의 혼란을 겪었다. 김천시에 위치하지만, 구미시의 예산이 더 투자되었던 김천구미역에서도 비슷한 전개를 겪었다. 


이런 유형보다 더 심한 분쟁이 노선을 결정하는 데서 발생하기도 하였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영등포역과 광명역 사이의 논란이다. 광명역의 경우 주변 수요가 영등포역에 비해 적어 영등포구는 기존선을 이용하여 영등포역에 정차하는 편성의 수를 늘려주기를 요구하였고 당연히 광명시는 반대하였다. 정부는 이에 대해 고속전용선을 사용하여 운행되는 영등포역-광명역 간의 전철을 도입하여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이 전철은 KTX의 운영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이용자 수도 적어 근본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른 예시로 청주시의 오송역[각주:1]이 있는데, 충북 지역 주민들의 요구로 지역균형개발의 이유를 들어 노선을 변경하고 오송역을 설치하였지만, 이 역의 위치는 청주 시내로부터 먼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근처의 세종시로부터도 접근이 어려워 이용객 수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2015년 4월에 개통될 호남고속선의 건설계획에서 경부고속선과의 분기지점을 이 역으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천안아산역에서 분기했을 때보다 운행시간이 증가하게 되고 대전역에서 분기하는 것보다 수요는 적어 최악의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작년에는 호남고속철도의 노선을 두고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의 마찰이 심하였다. 호남고속철도의 일부가 기존 선을 이용하여 서대전역을 경유[각주:2]하는 것을 두고 소요시간이 증가하여 고속철도의 의미를 잃는다는 광주시와 대전-호남 구간의 수요를 무시하지 말라는 대전시가 분쟁을 일으켰고, 정부의 숙고 끝에 호남고속철도가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고 대신 기존 선으로 익산까지 운행하는 노선을 신설하는 것으로 결론을 잡았다. 그러나 이는 광주로 가는 열차의 횟수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대전-논산-익산의 수요를 위해 신설된 노선의 경우 익산 이남의 수요를 놓쳐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과거의 무의미한 지방공항건설과 같이 KTX 정차역과 노선 심지어 역명을 두고 각 지역의 핌피 현상(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이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현상이 지방공항을 건설하는 경우보다 심각한 이유는 예산 낭비와 효율성 문제뿐만 아니라 항공로와 달리 철도는 궤도 교통수단으로서 한 번 경로가 결정되면 수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궤도가 변경됨에 따라 그 피해가 변경지점 이후의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핌피현상에 의한 노선문제뿐만 아니라 정부의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노선 설정, 역사위치 선정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데 김천구미역, 공주역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역은 수요가 있는 도심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정치적 논리는 확보하였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는 실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김천구미역의 경우 기존 경부선의 김천역과 구미역 사이에 지어져 두 도시 중 어느 쪽의 수요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였고 공주역의 경우도 공주, 논산, 세종시 등 주변 도시로부터 중립적인 위치에 건설되어 어느 쪽의 수요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고속선의 선형이 직선에 가까울수록 운행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어 설정된 것이지만 오히려 몇 분의 손해를 보더라도 수요가 있는 지점에 역사를 건설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경부고속선의 형태는 서울-부산을 바로 잇는 형태가 아니라 대구에서 울산 방향으로 곡선을 그리며 부산을 연결하여서 속도는 조금 감소하였을지 몰라도 울산이라는 수요를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수요와 명분은 고려되었으나 고속철도의 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어중간한 위치에 지어진 광명역, 신경주역의 경우 현재 역 주변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는 수요가 부족한 곳에서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개발을 하는 이상한 형태의 개발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기반시설 측면에서는 기존선의 선로용량 문제에 대한 해결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광명역 이북의 선로용량은 최대치이다. 4개의 선로가 놓여있는 복복선임에도 불구하고 KTX는 이 구간에서 수도권 전철 급행과 무궁화호나 새마을호 같은 일반철도에 의해 운행의 한계가 발생한다. 이는 대구, 대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곧 수도권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이 개통된다면 지제-오송 사이의 구간에서도 북쪽으로는 기존 고속선과 수도권고속선의 4개의 선로가 그 남쪽으로는 선로가 2개로 줄어들어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비록 수도권고속선이 광명역 이북의 선로용량해결을 위한 대책이지만 실질적으로 KTX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설계속도에 운행속도가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로 수가 증가하거나 KTX의 전용선이 분리되지 않는 이상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KTX의 존속 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큰 문제점으로도 지적되고 있기도 한데, 일본이 인도에 신칸센을 수주하고 중국도 신흥국들에 고속철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반면에, KTX는 이러한 시도에서 뒤떨어져 있다. 이렇게 고속철도 시스템을 한 국가에 유치하게 되면 이 국가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만 운영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도 그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KTX의 경우, 애초에 해외수출까지 고려한 상태에서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얻는 수입으로는 비용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KTX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외교적인 문제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절실해 보인다.


해결책, 앞으로 다가올 KTX

지금 KTX는 최고운영속도 305km/h가 무색하게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KTX의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의 경우 등급을 크게 2~3개로 나누어져 있다. 가장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정차역 수가 작고 운행 최고 속도도 빠르며 하위 등급으로 갈수록 완행에 가까워지며 운행속도도 느리다. 이를 통해 근거리 이동 수요나 수요가 적은 지역의 경우 하위 등급을 사용하면 되고 장거리 이동수요나 수요가 많은 지역은 상위등급의 고속열차를 사용하면 된다. 즉, 시속 250km 정도로 운행될 수 있는 준고속열차의 투입이 시급하다. 현재 KTX 다음으로 빠른 열차인 ITX-새마을[각주:3]의 경우 최고시속이 150km로 운영된다. 이는 소요시간이 거의 2배가 넘게 차이가 발생해 완급조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기존선에 대한 보수도 이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존선은 최대 속도가 시속 150km 이하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토의 특성상 산과 강이 많아 곡선 형태의 철도가 많기 때문이다. 이 철도를 직선화하는 것만으로도 기존선에서 운영되는 일반 열차의 속도를 증가시킬 수 있어 고속철도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일반철도가 운행될 수 있다. 과거에 이런 방식을 고려한 경우가 있었으나 이에 대해 감사원[각주:4]은 시속 180km 이상의 일반철도 개발에 대해 일반철도의 대부분이 최대 운행가능 속도가 시속 150km 이하이므로 도입할 이유가 경제적으로 없다며 반대를 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기존선의 직선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KTX의 미래는 밝다. 작년 말부터는 대전, 대구 시내에 KTX 전용선 건설로 병목현상이 줄고 운행속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에는 서울 남동부의 수서역을 기점으로 동탄, 평택을 잇는 수도권고속선이 완공된다. 2017년에는 원주-강릉 사이에 준고속선 완공이 예정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광주-목포를 잇는 호남고속선 2단계 개통, 낙후되어 있던 경전선의 부산-마산 간 구간의 복선전철화가 예정되어 있다.


HEMU-430X의 모습. (출처: 코레일)

새로운 노선뿐만 아니라 더 발전된 고속열차도 도입될 것이다. 차세대 KTX의 모체가 될 것으로 보이는 시험용 열차인 HEMU-430X는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되었다. 기존의 KTX가 앞뒤의 기관차가 나머지 객차를 견인했던 것과 다르게 각각의 객차가 동력을 가지는 동력 분산식 열차이다. 이미 421km/h의 기록을 세워 세계에서 4번째로 빠른 고속철도로 인정되었다. HEMU-430X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 호남고속선이 개통하기 전, 더 높은 기록에 도전할 예정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밝은 미래에 상응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당장 이미 민영화로 논란이 되었던 코레일의 자회사인 수서고속철도(SR)의 행방을 지켜보아야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의정부-삼성-수서 KTX도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한다. 또한,  수요가 거의 없는 무안공항을 호남고속선이 경유하는 노선에 대한 논쟁도 지역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문제이며, 현재 모든 고속선의 설계속도가 350km/h인 만큼 차세대 KTX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제 속도를 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들이 선례에서도 나타났던 만큼 이를 바탕으로 잘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제 10년이다. KTX의 가능성은 크다. 30년 만에 기술적으로도 여객수로도 세계 4위의 철도 서비스로 거듭났으며 앞으로 더 발전해나갈 것이다. 대륙으로 뻗어 나가 시베리아를 달릴 일이, 400km/h로 우리 국토를 달릴 일이 KTX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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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kipedia, 오송역 (http://ko.wikipedia.org/wiki/%EC%98%A4%EC%86%A1%EC%97%AD) [본문으로]
  2.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2/06/0200000000AKR20150206122500054.HTML [본문으로]
  3. ITX-청춘을 제외하였을 경우 [본문으로]
  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284623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