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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56호] 늘어가는 빈집,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14 현재혁

1. 인구 감소에 따른 빈집 증가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근거자료들이 하나 둘 제시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제시된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8년부터 인구감소가 발생할 것이며, 2044년에는 4000만 명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각주:1]  또한 작년에 출산율이 0.98명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선진국 국가에서는 전례가 없던 일이며, 당장 올해부터는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각주:2][2]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인구감소시대로 향해간다는 징조가 뚜렷해지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향후 우리나라 총 인구 및 인구 변화 그래프 | 출처 |  뉴시스
곧 인구감소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시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교통 혼잡과 비싼 집값이 해소되고, 항상 복잡하고 붐비는 도시공간이 훨씬 쾌적하게 바뀔 수 있을까? 하지만 시나리오는 그 반대로 흘러갈 것 같다. 전반적인 인구감소현상이 장기화되면 사람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드는 지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역시 줄어들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을 중심으로 각종 인프라와 서비스가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된다.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 수요와 기회가 많은 곳으로써 잠재력이 더욱 커지기에 인프라·서비스의 공급 역시 사람들이 많은 곳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즉 인구감소시대의 수도권과 지방을 비교해보면 수도권에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몰리게 마련이며, 수도권 내에서도 도심 외곽의 비인기 지역 인구가 서서히 줄어드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발생할 대표적인 문제점은 빈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도심이나 역세권과 같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각종 인프라와 서비스가 집중되는 곳이 아닌 지역의 경우라면, ·장년층들이 기존에 살던 곳을 떠나가고 지역에 오래 거주하던 노년층의 숫자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결국 그들이 살던 집이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지역이 서서히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화와 인구감소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빈집 수가 총 820만 호에 달해 전체 주택 수의 13.5%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중 도쿄의 빈집 비율은 11.1%인데 비해 지방도시의 경우 빈집 비율이 최대 20%가 넘어가는 곳도 있을 정도이다. [각주:3] 따라서 도시계획, 도시설계의 측면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빈집 숫자의 전반적인 증가와, 지역별 빈집 증가율의 편차 정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 빈집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빈집이 증가하면서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까? 우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관리·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급속하게 노후화된다. 따라서 화재나 붕괴위험의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어 빈집이 있는 지역의 안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도시환경의 측면에서도 빈집이 늘어나면 주변 골목을 비롯한 공간들도 낙후·열악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도시경관적·심미적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뿐 더러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또한 빈집의 증가는 범죄 발생의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사람들이 살지 않아 적막해진 거리와 여기저기 낡고 깨진 빈집이 많은 지역은 주기적인 관리와 자연적인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기에 훨씬 범죄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빈집의 경우 대체로 부동산 매매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길게는 20~30년 이상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낡고 열악한 상태의 집이라는 단점이 있고, 빈집을 구입해서 보수하는데 투입되는 비용 또는 철거하고 신축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얻을 수 있는 수익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상당수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파트 단지의 빈집 문제가 향후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주거양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파트 단지이다. 하지만 10~20년 전에 지어져 노후화된 아파트를 재건축·재개발하기는 많이 까다로워졌고, 저성장시대와 집값상승에 따른 부담, 정부정책이 맞물려 신규 아파트의 구매 역시 어려워졌다. 즉 노후 아파트, 미분양 아파트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수익성이 담보되거나 탁월한 입지조건을 갖춘 대도시의 아파트단지들은 향후에도 충분히 개발·분양 수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공급(분양)에 있어 인구감소라는 시대적 변화는 아무래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며,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및 주요 대도시의 아파트가 아니라면 더욱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노후 아파트, 미분양 아파트에 빈집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더욱이 아파트의 경우 단지의 형태로 공급되기에 일반 단독주택처럼 쉽게 허물고 다시 지을 수 없어 빈집 발생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 공급 규모가 일반 주택에 비해 클 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들과 지분을 공유하기 때문에 분양 받은 주거공간을 매매하는 수준 이상의 처분을 임의대로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파트의 빈집 비율은 45.0%(2010)에서 53.5%(2015)로 늘어났으며, [각주:4] 일본에서도 총 빈집 가구 중 절반에 해당되는 471만 가구가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빈집이라고 한다. [각주:5]

이처럼 빈집 문제는 안전성, 심미성, 범죄발생 등의 관점에서 문제없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환경 조성에 심각한 부작용을 끼친다. 빈집의 특성상 처분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우므로 빈집이 급증하면 이에 대한 신속한 대안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큰 단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주거형태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기에, 아파트에서 발생하게 될 빈집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으면 향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구감소시대에 늘어나게 될 빈집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부산광역시의 빈 집
| 출처 | lafentgarden.com

도교 외곽의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
| 출처 |  한국경제

빈집 증가 문제는 단독주택, 공동주택에 상관없이 발생할 것이기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3. 빈집 증가에 대한 도시계획, 도시설계적 대응방안

도시계획, 도시설계적 차원에서 빈집 증가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공공의 주도 하에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만큼 빈집을 매입해서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방법, 빈집이 밀집된 지역을 통째로 개발하거나 재생하는 방법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현재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도 빈집 문제에 대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SH공사에서는 빈집문제를 해결하고자 빈집활용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와 사업전략을 준비 중이다. [각주:6]

여기서 필자는 빈집 증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방안의 근본 방향은 바로 빈집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활용방안을 수립해서 적용하는 이라고 생각한다. 즉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대응방안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선 빈집의 개수와 상태는 어떠한지, 빈집이 주로 어떤 지역에서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는지, 어떠한 주거유형에서 얼마만큼의 빈집이 발생하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대상(빈집)을 명확히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국내 빈집 연구 및 관련 사업이 최근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 빈집 문제를 다룬 정확한 통계자료가 부족한데다 일본의 빈집 사례나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나라 빈집의 원인이나 문제를 진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각주:7] 따라서 빈집 실태조사를 1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우리나라 사회의 특성과 상황에 기반한 빈집 실태조사의 원인-결과 분석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빈집 실태조사를 통해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었다면, 이를 바탕으로 빈집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구상해서 적용해야 한다. 이 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빈집,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에 발생하는 빈집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단지나 도심 근처에서 발생하는 빈집의 물량은 전체 빈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며, 빈집을 새롭게 활용함으로써 변화된 공간을 사용할 충분한 수요가 있으며, 다양한 빈집 활용방안을 적용하면서 쌓아온 노하우, 기술, 사업전략을 지방도시에 적합한 방식으로 변환해 빠르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빈집을 가장 적절히 활용하는 방안은 빈집이 차지하는 공간을 지역에 필요한 용도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하는 빈집의 경우에는 사무실, 상업시설, 복지시설 등을 아파트 저층부에 집어넣고 편의시설과 기반시설을 새롭게 갖추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의 아파트가 주거로써의 기능에만 충실한 공간이었다면, 빈집 활용 방안이 적용된 미래의 아파트 단지는 하나의 압축적 소도시처럼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도심에서 가까운 지역의 빈집은 적절히 활용된다면 도심에서 거주할 능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공간으로써 작용할 수 있다. 가령 도심에서부터 30분 거리에 있는 지역의 빈집을 수리해 청년들이 거주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를 공급하는 일은 청년들의 주거복지에 기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꼭 주택이 아니더라도 빈집 활용을 통해 도심 근처의 낙후 지역에 필요한 복지시설(생활SOC) 공급, 관광수요에 대한 잠재력이 있는 지역의 경우 빈집을 활용한 지역 숙박시설 조성 등의 방법 역시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LH, SH공사나 일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빈집정비사업, 빈집활용방안 역시 이와 같은 방법을 수립,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빈집 활용 방안을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도시계획·도시설계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한 공공에서 주도하는 빈집 활용 방안 마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빈집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민간영역과 이를 금전적·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공공영역의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작업 역시 필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전제조건과 활용방안을 충실히 준비하고 구상하여 실행에 옮긴다면, 인구감소시대에 발생하게 될 빈집문제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믿는다.

  1. 인구 정점 3년 당겨진 2028올해부터 출생<사망 자연감소 시작, 장서우, 뉴시스, 2019. 03. 28.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90328_0000602224&cID=10401&pID=10400 [본문으로]
  2. 출산율 0.98명… 세계 저출산 기록 다시 쓰는 한국, 박준석, 한국일보, 2019. 02. 28.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2271793038651?did=NA&dtype=&dtypecode=&prnewsid [본문으로]
  3. [1] 「선진국의 빈집정책 및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임준홍, 충남연구원, 2016 [본문으로]
  4. (주택보급 100% 시대) ②빈집 늘고 가격 오르며 주거질 악화」, 김용현, 뉴스토마토, 2017. 02. 01. http://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727862 [본문으로]
  5. 「일본 수도권에도 빈 아파트 급증…"가치는 0", 윤아영, 한국경제, 2019. 02. 12.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902129062e [본문으로]
  6. SH-한국공인중개사엽회, 빈집 해소위해 업무협약 체결」, 김정현, 건설타임즈, 2019. 03. 29. http://www.cons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791 [본문으로]
  7. 「국내 빈집 대책, 정밀한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이세원, 『서울정책아카이브 세계와도시』 22, 201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