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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56호] 아동을 고려하는 도시 - 19 김혜리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입장은 충분히 고려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동은 어른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혹은 그저 이건 어른들 이야기야라는 핑계 때문에 소외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어른들이 디자인한 놀이터에서 놀고 어른들이 디자인한 생활공간에서 살아왔다. 아이들이 어떤 공간을 좋아하고 어떤 도시를 좋아하는지는 아무도 아이들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어른들이 아이의 입장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몸집과 이동 동선에 맞추어 공간과 도시를 설계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서 아동 각각이 자신이 원하는 곳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게 하지는 못했다.

이를 문제로 여겨 나온 것이 아동친화도시이다. 아동친화도시, 정확한 명칭인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Child Friendly Cities)는 모든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로, 유엔아동권리 협약의 기본 정신을 실천하는 지역사회를 말한다. 아동친화도시의 요건에는 10가지 원칙이 있는데 아동의 참여, 전담기구, 아동 안전을 위한 조치 등의 조항을 포함한다. 아동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회는 미래에 큰 비용을 치르게 되고 결국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가 바로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인 셈이다. 독립하기 전까지 어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동은 주변 환경에 매우 취약하여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이때 아동에게는 정부 정책의 거의 모든 부분이 영향을 미치는데 특별한 제도가 없으면 아동은 정책에 대해 작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다. 이것이 아마 수많은 사회적 약자 중 굳이 아동을 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아동친화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이들이 설계한 놀이터가 지어졌고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공공사회서비스를 누리는 데에 가까워졌다. 우리나라의 아동친화도시 중 하나인 순천시에서는 육아 종합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기적의 놀이터를 설치하여 운영한다. 또한 그림책 도서관, 찾아가는 자전거 교실을 운영하고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들로 영아 연령대의 아동 뿐만 아니라 청소년 연령대의 도움이 필요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시 설계 과정에서, 소외받는 청소년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던 지 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빠르게 도와주는 시설들을 확충하는 방법 등으로 말이다. 도시 공학을 전공하는 만큼, 도시 공학의 관점에서 이러한 서비스의 향상에 가까워지는 방법들을 더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