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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56호] CES 2020을 통해 본 미래 도시의 모습 - 18 정기철

다양한 회사가 2020 1월 열린 가전 박람회 CES 2020에서 스마트 시티, 스마트 모빌리티 등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심지어는 서울특별시도 박람회에 참여하여 디지털 시민시장실 등 서울의 스마트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스마트 시티 등 가까운 미래의 도시에 대한 비전이나 기술들이 주목받고 있을 만큼 많은 도시공간의 변화는 많은 사람과 회사들의 관심거리이다. 이 글에서는 그 중 현대자동차와 도요타가 CES 2020에서 발표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도시공학과 학회지에서 웬 자동차 회사 이야기를 하느냐 하겠지만, 이 두 회사는 이번 CES 2020에서 가까운 미래의 도시에 대한 비전과 계획들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 솔루션으로 UAM(Urban Air Mobility), PBV(Purpose Built Vehicle), HUB를 제시하였다. UAM을 통해 HUB HUB 사이의 이동을 하늘길을 통해 부담하고, 나머지 이동은 PBV를 통해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때 PBV의 실내는 목적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를 통해 이용자가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PBV들이 HUB에 도킹하여 HUB UAM PBV를 연결하는 것 외에 더욱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솔루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Human Centered City , 인간 중심의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현대자동차는 인간 중심의 도시를 구성하는 세 가지 주요 가치로 역동적(Vitalize), 자아실현적(Enable), 포용적(Care) 가치를 제시했다. 세 가치 중 현대자동차는 역동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도시는 개인들 간의 연결을 활성화하는 공공공간을 제공하여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야 하는 데 PBV HUB가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날 발표회에서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모빌리티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도요타는 CES 2020에서 Woven City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우븐 시티는 후지산 부근의 21 4,000평 규모의 신도시로 도요타 및 여러 파트너사들의 신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도시이다. 우븐 시티에는 도요타의 직원과 연구자, 업계 관계자 및 그 가족들이 거주할 예정이다. 또한, 자율 주행, 무공해 차량만 운행되며 퍼스널 모빌리티 로봇, 스마트 홈, 인공 지능(AI) 등의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차량만 운행되는 만큼 우븐 시티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은 바로 모빌리티이다. 도요타는 우븐 시티에 적합한 자율주행 차로 2018년 공개한 e-palette를 제시했다. E-palette는 우븐 시티 속에서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자율주행 공유 교통수단의 역할 뿐 아니라 움직이는 점포의 역할도 수행한다. 움직이는 점포들이 중앙 광장에 모여 시장이나 박람회장 등으로 중앙광장을 변모시키기도 한다.

|출처| 현대자동차

|출처| 도요타

우븐 시티는 도로를 모빌리티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는 고속 교통이다. 이곳에는 자율주행, 무공해 차량이 이동하며, 가로수로 나머지 위계의 도로와 구분된다. 두 번째는 보행자와 느린 개인 모빌리티를 위한 도시 산책로(urban promenade for pedestrians and slower personal mobility)이다. 마지막은 보행자만을 위한 선형 공원이다. 또한 우븐 시티의 블록들은 거주 업무 여가 용도가 혼합된 용도로 쓰인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도요타는 새로운 도시 형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두 회사 모두 발표에서 커뮤니티와 사람들 간의 소통을 매우 강조했다. 현대는 모빌리티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역할 하도록 하고, 도요타는 시장 등 전통적인 커뮤니티 공간을 자율주행 차량을 통해 조성하고자 했다. 도시의 활력뿐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를 위해서도 사람들과 지속해서 만나고 생각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우리는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도 너무나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자율주행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는 사람을 거의 보지 않고도 모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회사는 사람들의 유대관계나 커뮤니티가 축소되는 것에 책임을 느끼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빌리티와 커뮤니티가 상생하는 비전을 제시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 두 회사는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자율 주행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모빌리티에 적합한 새로운 도시 형태를 제시했다. 자율주행 차량을 기반으로 도시가 움직이려면 도시의 형태나 토지이용이 완전히 뒤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문제는 모빌리티를 제공하는 자동차 회사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많은 회사들과 연구자들의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