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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호

[50호] U410 50호지 발간에 부쳐 - 93학번 이태현 선배님 축사

50호지, 100호지를 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도 아니었고, 우리의 목적도 아니었는데, 차곡차곡 모아서 정리해온 우리 U410이 어느덧 50번째의 결과물을 내놓게 되었네요.

도시공학과의 역사와도 함께 해 온 만큼 20살이 훌쩍 넘어 이제는 성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미래를 향한 뜨거운 가슴. 이게 우리 도시공학과 초대 학생회의 슬로건이었습니다.

그 미래 속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 미래 속에 과거형이 아닌 진행형으로 함께임을 느끼게 해 준 우리 후배들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축사는 의례 상투적이고 진부한 것이 더 정겨운 것 같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담아 회고를 곁들여 적겠습니다.

 

U410을 친한 선후배들이 모여 처음 만들 때에는 이렇게 20년이 넘게, 50호지까지 만들어 낼 것을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금방 없어질 거란 생각에서가 아니라 당연히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보니 뭔가가 지속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고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좋은 문화가 이어지고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강제하지는 않지만 이어져오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과 그 느낌을 즐기는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두며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좋은 문화가 만들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며, 그냥 이렇게 정리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과정 모두가 우리의 추억이 될 거라 믿으며, 함께 밤새 웃고 떠들며 술 마시고 놀던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했는데.

그게 하나의 문화가 되어 이렇게 20년이 넘게 유지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U410" 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나요?

우리 모임의 이름, 과지의 이름은 무엇으로 하면 좋겠냐고 고민을 하다가 공일오비처럼 무슨 의미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을 것 같은 이름이면 어떻겠냐고 해서 정한 이름입니다.

각자가 들어온 유래가 맞을 수도 있고 그래서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이 이름을 정하는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은 한 가정의 부모로, 이 사회의 일원으로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50호지를 만들어 내는 자리에 모여 있는 후배들은 매주 무슨 요일에 모일지 고민을 하고, 이번 호는 언제 무슨 주제로 낼지 고민하며,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불안함과 동시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꿈을 동시에 꾸고 있겠지요.

 

20여년 전 우리가 그랬었고, 20년 동안 우리 후배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U410"라는 하나의 단어를 가슴 속에 품고 대학시절을 보내온 우리 모두가 이렇게 이어져 있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이어진 관계의 두께가 시간이 갈수록 더 두꺼워 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네요.

 

진심으로 우리의 50번째 자식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2015.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