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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

[53호] 아파트 공화국 - 13 박재훈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집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다면 대부분 아파트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아파트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거유형이다.  역시 일생의 대부분을 아파트에 거주했으나 아파트 외에도 단독 주택  연립주택, 기숙사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어 비교적 주거유형이 다양한 편이다.그런 가운데서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과 아파트 중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평소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 주거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아파트는 경제 발전 이후 우리나라의  거주시설로 자리매김 돼왔다. 당시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왔기에 주택이 부족했다. 그로 인해 정부는 도시에 빠르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을 많이 건설하였다. 사실  이런 단순하고 획일적인 아파트에 대해 항상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생이  이후 방학에 해외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니면서 ‘ 우리나라는 파리나 런던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를 가도 아파트밖에 없어.’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 심화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파트에 대해 좋은 생각도 가지고 있다.   25  14년을 아파트에서 거주했고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즐겁게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은  생각을 증명한다. 또한 나는 아파트가 단독주택  연립주택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우리는 아파트를 겉으로는 우리나라 건축의 한계, 우리나라의 흉물도 보면서도 모순되게 안전하고 쾌적한 , 훌륭한 거주시설로 인식하고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다.

 

이런 모순된 생각을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전반적으로 가지고 있다. 책에서도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으나 중산층들이 아파트에 살기 시작하면서 모두들 아파트를 최고의 거주시설로써 인식하고 있음을 얘기한다. 또한 아파트 중독 다큐멘터리에서도 살고 싶은 집에 대해서 그리라고   아파트와 유사한 환경의 집들을 많이 그린 것을 보면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파트를 제법 훌륭한 거주시설로 생각하는 것을   있다.

 

책에서는 프랑스와 우리나라의 아파트에 대한 인식차이를 비교한다. 프랑스의 경우 처음에는 도시 외곽에 아파트를 많이 짓고 아파트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였으나 점차 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흉물로 자리 잡았고 모두들 아파트를 버리고 떠나 사람들이 살지 않게 되면서 아파트가 범죄의 장소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처음에는 아파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점차 아파트가 우리 거주시설의 이상향으로 도약했음을 얘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아파트의 대한 인식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먼저 나는 아파트에 대한 정부의 타겟 설정에서 찾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아파트가 빈민 내지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이었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통해 생겨난 수많은 중산층들이   타겟이었음을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소득과는 상관없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 중산층이란 인식이 널리 퍼졌고 아파트 소유 여부에 따라 자신의 신분이 결정되기까지 이르렀다.

 

 나는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성공한 비결로 아파트의 폐쇄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우리는 흔히 집이 안전한 장소이길 원한다. 요즈음 우리나라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외부차량을 통제하고 심지어 아파트 내부에 들어갈 때도 카드키가 없으면 들어가지 못한다. 또한 아파트 단지  CCTV 많이 생겨서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지닌다. 흔히 이것은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아파트가 긍정적인 인식으로 변한 주요 이유  하나는 분명 치안이라고 생각한다.

 

치안 문제와는 별개로 아파트의 폐쇄성에는 소속감이 나타났다고   있다. 요즈음 우리나라 아파트 대단지 안에는 많은 학교들이 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학교에서 생활한다. 학교에서도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굉장히 친해지는 사례도 많다. 또한 학부모들은 아파트  카페에서 아이들에 대해 얘기한다. 물론 아파트는 단독주택처럼 이웃 간의 정과 수평적 교류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으로 소속감을 가지고 그와 관련된 거주민간 여러 가지 상호작용들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굉장한 특권의식을 부여한다.

 

또한 이런 폐쇄성과 더불어 편리함 역시 우리나라 아파트만이 가지고 있는 요소이다. 예전 아파트 관리사무소, 요새는 아파트 생활 지원 센터라고 불리는 곳에서 아파트단지를 우리 손으로 치울 필요 없이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준다. 또한 고장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민원만 넣으면 척척 해결해주고 고쳐준다. 단독주택과 다르게 쓰레기나 분리수거를 함에 있어 훨씬 편리하고 집안의 가구를 버릴 때에도 배출 스티커 하나만 사면 생활 지원 센터에서 알아서 처리해준다. 어찌 보면 아파트 관리비를 납부만 하면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유지, 보수를 내가  필요 없이 남에게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나라 아파트는 해외 여러 나라와 다르게 우리만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평소 ‘우리 도시가, 우리 집이 이랬으면 좋겠다 생각들이 우리 아파트 내에서 상당부분 충족되고 있음을   있다. 만약 아파트가 불편했다면 단순히 정부가 아파트를 많이 공급했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을까?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중에 하나는 흔히 아파트는 서구적 거주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파트 내부구조자체가 한옥의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아파트의 베란다, 다용도실, 화장실을 신발을 신고 활동하는 것이 한옥에서 마당, 부엌을 다닐  신을 신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아파트 중독 다큐멘터리에서도 나타나는데 우리는 넓은 거실을 선호하는 것을   있다. 이것은 한옥의 가운데에 대청마루가 있듯 아파트에서도 가운데 거실이 있어 가족들의 활동을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구조>


 역시 아파트는 항상 외국의 거주시설이라고 생각했기에  같은 말들이 나에게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러한 색다름은 아파트 중독 다큐멘터리에서 더욱 느껴졌는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상적인 집을 인테리어 하라고 했을  모두 다른 구조로 집을 만드는 것을 보고 문화에 따라 집의 구조 역시 바뀐다는 것을   있었다. 이를 토대로   아파트 역시 해외에서 건너왔지만,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변형되었다는 것을   있다. 생각해보면 아파트 내에서 보일러를 틀고 바닥 난방이 되는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 온돌을 아파트에 끌어왔음을 보여준다. 결국 아파트는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되어 안락 거주시설로서 변모했다.

 

 

흔히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85㎡, 33 아파트를 생각해보면 거실이 있고 부엌, 다용도실에 안방 1,  2 화장실 2개가 있는 집을 말한다. 부부 2, 아들,  1명이 있는 가상의 4 가족을 대상으로 잡아 아파트를 설계하기 때문에 생겨난 구조이다. 우리 집은 소위 말해 아파트를 만들  가정한 4 가족과 비슷한 가족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아파트에서 거주하면서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아파트 중독 다큐멘터리 1부를 보고  가족이 같은 공간 안에서도 다양한 생활방식을 보인다는 점을 주목했다. 사람들은 같은 획일적인 구조를 가지고 가족의 수에 따라 그리고 가족이 각자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각자 똑같은 아파트를 다르게 사용했다. 그러나 이를 보며 우리나라 아파트의 명확한 한계를 절감했다.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선호에 따라 건설이  것이 아닌 정부에 의해, 건설회사에 의해 공급된 아파트들은 우리의 공간성을 억제했다. 평소 주변 환경 적응이 빠른 우리나라 사람들로써는  번도 공간에 대한 생각 없이 주어진 대로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그로 인해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교해 바꾸려는 노력이 크게 보이지 않았다. 이는 다큐멘터리에서 그대로 드러났는데 건축가에 의해서 아파트에 구조를 바꾸려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인 거부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얼마나 틀에 박혀 아파트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지를   있었다.

 

사실 다큐멘터리 내에서 거실을 아버지만이 이용하고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TV 보고 있던 모습에서 우리 집의 향기가 물씬 났다.  또한 항상 거실을 필요 없는 공간이라고 자주 생각했지만, 당연히 넓은 거실은 우리 주거에서 필수적이고 항상 있어야만 하는 공간임을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를 보며  역시 공간을 굉장히 편협하고 획일적으로 보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욱 다큐멘터리 1부에서 아파트 공간 변화 프로젝트에 대해 놀라웠다. 아무 이용 목적 없이 그냥 넓고 쾌적하게 유지한 거실을 사용 목적을 갖추어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는 것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거실에 카페와 같은 다용도 가구를 놓아서 이용하는 것은 거실을 누구  명이 독점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닌 가족 모두의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고   있다. 나중에 내가 집을 가지게 된다면 거실을 단순히 가족들이 의무적으로 모이는 곳이 아닌 필요에 의해 오고 싶어 하는 장소로 변화시키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은 우리에게 과연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합당한 주거시설인가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아파트가 쾌적하고 깨끗하다는 인식이 많지만 그것은 굉장히 상대적이다. 노후아파트의 경우에는 오래된 단독주택보다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한다. 또한, 아파트 값이 그곳에서의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진 않았다. 아무리 비싼 강남의 아파트이어도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삶의 질은 달동네거주민과 비슷하다. 내가 학창시절 자주 보았던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도 집안은 항상 곰팡이 냄새가 나고 집에 녹물이 나와 샤워를 하기  전에는 물을 빼고 샤워를 해야 했다.  집중 호우가 오면 은마아파트 주변이 물에 잠겨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항상 은마워터파크가 개장되었다고 비웃는다.

 

내가  때는 당연히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되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번번이 재건축되지 않는다. 노후아파트와 재건축된 아파트를   살아본 나로서는 노후아파트가 얼마나 열악한지 누구보다  알고 있다.

 

사실 재건축된 아파트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각종 규제를 풀고 방음재나 층간 간격을 좁혀 만든 아파트들은  나름대로 인간의 삶의 질을 위협한다. 얼마  주거단지 계획  설계 수업에서 교수님이 잠실1,2,3 단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주변 소리가  들려 시끄럽다고 하셨는데 잠실 1단지 재건축아파트에 살고 있던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에는 위층의 에어컨 실외기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위층에서 발을 쿵쿵 되며 걷는 소리를 들을  짜증을 내는 나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아파트의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살고 있는 집의 외부는 생활 지원 센터에서 모든 것을 해주지만   소음문제는 누가 해결해줄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인간이 최소한의 누려야  권리를 무시하고 단순히 이득만을 좇아 아파트를 건설했기에 따라오는 부작용이다. 이런 아파트들이 건설되면 부작용들을 30 이상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아파트 공화국 책과 아파트 중독 다큐멘터리를 보고 느낀  생각들에 대해 말해보았다. 명실상부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다. 이는 누가 보든 그럴 것이다. 모든 집이 그렇듯 아파트 역시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다. 과거, 현재의 아파트를 보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아파트의 건설 이후 우리나라의 주거 문화를 이해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히 아파트가 좋은 집인가의 의문을 넘어 미래에  나은 주거시설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겠다.